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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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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밤


BY 그대향기 2015-03-29

 

 

 

 

둘째는 보기 좋게 미역국을 먹었단다. 

구술면접 때  

만약에 다른 사람한테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호기롭게 그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선언을 했다고 했다. 

이미 봉사차 우간다와 대만과 일본을 다녀 온 경험이 많으니 

다른 사람한테 양보할 의사가 있냐고 물은건데 당연히 양보하겠다고.... 

 

같이 들어간 면접생들 중에서 가장 다양한 질문에 영어로 자신있게  대답까지 잘 해 놓고 

정작 준비 해 간 러시아어는 해 볼 기회도 없이 낙방. 

차라리 꼭 가고 싶다고,  여러 곳에서 경험한 노하우를  

잘 살려서 우즈베키스탄에 가서 더 잘해 보고 싶다고 하지 그랬냐고 아쉬워했다. 

뭐 그래도 다른 경로로 꼭 우즈베키스탄에는 가고 말거란다. 

나름의 준비를 해 온 터라 그곳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나보다. 

 

일단은 꽤 짭짤한 알바를 하고 있는 터라 밥값은 하고 있다. 

계획에 차질은 좀 있지만 차근차근 준비를 다시 하겠다고 했다. 

나중에야 어찌 될 지언정 추진력은 쓸만하다. 

낙방의 씁쓸함을 족발파티에 콜라 한잔으로 날렸다. 

술은 전체적으로 못 마시는 쑥맥들이다. 

이왕 떨어진 거 얼른 털어버리자 쨍~ 

 

이런저런 준비를 혼자 하는 눈치다. 

낙방의 쓴잔을 오히려 득이 될 기회로 삼을지. 

사회생활에는 승승장구만 있는게 아니라 이런 쓴 맛도 있다는 걸 알았겠지. 

세상은 내 의지대로 내 계획대로 움직여 주는 것 만은 아니라는 것도. 

덤덤한 척은 하지만 충격이 큰 모양이다. 

대학교 시험부터 기타 등등 여러가지 시험에  

단 한번도 미역국을 먹어본 기억이 없는 아이가 이번에 된통 당한 눈치다. 

 

나도 떨어질 수 있구나.... 

너무 솔직하게 대답해 버리는 일이 당당함은 아니라는 거... 

면접관들이 원하는 대답을 지혜롭게 읽어내는 것도 기술이라는 거... 

털털한 성격이라 곧 잊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둘째가 부럽다. 

나중에야 뭐가 되든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의지가 좋다. 

지독하게 구두쇠로 살면서도 할 때는 한방에 확~쓰기도 한다. 

 

호기를 부렸으니 이젠 잘 수습하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터 

젊음을 무기 삼아 다시 시작하는거다. 

나도 그 나이로 되돌아 갈 수만 있다면 

뭐가 제일 하고 싶었을까? 

그 때는 큰 딸을 낳았을 나인데 결혼말고 뭐가 가장 하고 싶었을까? 

현재 시간 밤 12시 16분, 봄 밤에 잠은 안 오고 내 마음만 뒤숭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