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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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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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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BY lala47 2015-03-14

삼월 중순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봄 소식은 멀리 있는 것 같다.

윤지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다녀왔다.

‘엄마! 윤지 입학식이 내일 아홉시 반이예요. 아시고 계시라고요. 절대 강요는 아님!’

아들의 문자에 웃었다.

아들은 요즘 윤지의 모든 일에 나를 참석 시키려고 한다.

 

며칠전 윤지의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 저 핸드폰 생겼어요. 이 번호 입력해놓으세요. 그리고 전 금방 끊어야 하니까

할머니가 저한테 전화 해주세요.“

윤지가 시키는대로 전화를 하니 며늘아이가 받아서 설명을 한다.

급할 때에 사용하라고 핸드폰을 사주었는데 한달에 삼십분만 쓰는 것이니 윤지가 전화를 하면 내가 곧 되짚어서 전화를 하란다.

며늘아이의 설명이 끝나고 윤지가 전화를 돌려받아 수다가 늘어진다.

“할머니 학교가 너무 재미있어요. 친구도 네명 사귀었어요. 핸드폰 사달라고 엄마한테 졸랐는데 엄마가 첨엔 안된다고 하더니 오늘 사줬어요. 이제 할머니한테 자주 전화 할게요.

그러면 할머니가 금방 나한테 전화 해야해요. 난 오래 못하거든요,“”알았다 그렇게 할게.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가 아직은 윤지가 다 아는거지?“”네. 영어도 아는 것만 가르쳐주지만 재미있어요. 영어선생님 디게 웃겨요,“

“담임선생님이 윤지 예뻐하셔?”“네. 예뻐하셔요.”“그래. 우리 윤지가 착하니까 누구나 예뻐하실거야.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해.”“네. 알았어요. 할머니 윤하 바꿔줄게요.”

할머니 전화요금 많이 나온다고 이제 그만 끊으라고 잔소리 하는 며늘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윤하는 전화를 받자 “사랑해요 할머니 뾰옹!” 을 하고는 끊어버렸다.

새로 입학한 어린이집이 어떠냐고 물어볼 참이었는데 전화는 끊어졌다.

 

아이들은 커가고 나는 늙어가는 것이 정한 이치다.

자원봉사센타에서 배당해준 근처 초등학교에 나가 급식 일을 돕는다.

위생복 위생모자를 쓰고 아이들이 먹고 남은 음식을 잘 모아서 배식통으로 가지고

오는지 지키고 수저와 식판을 제자리에 잘 놓는지도 감시한다.

음식을 모아 오지 않는 아이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라고 하지만 기껏 줄을 서 있던

아이들을 제자리에 돌려보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내일부턴 모아서 와야해. 오늘만 봐주는거야. 알았지?”나의 너그러움에 영양사가 웃는다.

노인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오히려 재미가 있다.

고목을 보는 것보다 새싹을 보는 것이 더 희망차기 때문이겠지.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에 오래 다닌 탓인지 질서 교육이 참 잘 되어있다.

일학년도 줄을 잘 서고 음식을 흘리지 않는다.

윤지도 지금쯤 점심 시간이겠구나..

모두 내 손녀 같아서 엄하게 다루어지지가 않는다.

학교는 우리 집에서 십분 거리에 있다.

 

고학력인 내가.... 라는 생각을 내려놓으니 만사가 편하다.

내가 남들보다 잘 난줄 알고 살 때엔 만사가 걸리고 불편했다.

알고 보니 나보다 못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온 세월만큼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 겸손해진다는 말이 맞다.

 

이제 곧 봄이다.

앞 다투어 꽃들이 피기 시작할 것이고 지난 겨울은 곧 잊혀질 것이다.

나도 이제 나의 겨울을 잊기로 한다.

지나간 내 겨울은 혹한에 상처 투성이었지만 상처를 오래 끌어안고 있지는 않아야겠다.

나만 상처를 받은 것이 아니라 내가 준 상처도 못지않게 컸겠지.

세상을 그리고 인간을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기를 기도한다.

해서 많은 것을 다시 사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