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한참 자고 있는데 통로에 소방 벨이 띠. 띠. 마구 울렸다. 불이 났다며 빨리 대피 하라고 급하게 방송이 나왔다.
눈이 번쩍 뜨였다.
이부자리에서 쏙 빠져나와 방문을 확 열었다. 거실에는 이상 없었다. 밖이 소란스러웠다.
여자들이 소리를 질러 대는지 밖이 시끄러웠다.
남편이 잽싸게 현관문을 열고 통로를 살피니 연기는 없었다.
그런데 소방 벨은 울려대고 빨리 대피 하라고 방송은 독촉을 했다. 아래층에서 고함 소리가 났다.
일단 피하자 하고 나는 잠옷에 두꺼운 바지와 윗옷을 입고 패딩까지 입었다.
남편은 허둥대며 옷을 제대로 못 입어서 내가 둘이 것 털모자와 장갑을 챙겨 들었다.
그 틈에 중요한 것이 뭐냐. 급하게 생각하니 노트북이었다. 얼른 노트북을 들고 보니 휴대폰이 눈에 띄었다.
휴대폰을 호주머니에 넣고 나니 지갑 생각이 났다.
얼마라도 돈이 필요 할 것 같아서 지갑을 챙겼다.
우리는 현관문을 닫고 열쇠를 잠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저마 하다가 전기를 내려야겠기에 스위치를 내려 차단시키고 문을 잠갔다.
아래쪽에서 사람들이 소리 지르고 위쪽에서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계단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개가 심하게 짖어대니 더욱 통로가 왁자지껄해졌다.
우린 이상하다 어디서 연기도 안 나고 뭐가 타는 냄새도 안 난다면서 도대체 어디서 불이 난거야? 하며 급하게 계단을 내려갔다.
집집마다 사람들이 빠져 나와서 금세 아는 얼굴들이 서로 마주 보고 어디서 불이 났는지 물었다.
2층까지 내려갔다.
몇 사람이 올라오면서 불이 안 났다고 소리쳤다.
비상벨이 오작동이었다고 했다.
우리들은 어처구니없어서 서로 마주 보며 화를 내면서도 안도하며 웃었다.
어쨌든 기계가 오작동이라도 진짜 불이 안 났으니 다행이라고 다들 집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들어와 전기 스위치를 올렸다.
냉장고며 전자 제품들 이상 없는지 확인하고 밥솥만 나중에 다시 조절해야겠다며 일단 의자에 앉았다.
남편과 둘이서 헛웃음이 나와 피식 웃었다.
자다가 소방훈련 한 번 잘했다며 화도 못 내다가 남편의 허둥대며 옷 입었던 광경이 생각나서 오히려 큰 웃음이 나왔다.
근데 진짜 불이 났다면 가스도 잠가야했는데 잊었던 것이 깨달아졌다.
또 진짜 아래쪽이든 위쪽에서든 불이 났다면 우린 중간이니까 무조건 반대 방향으로 계단을 타고 도망을 갔어야 했다.
그런데 생각 없이 아래로만 갔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만약 우리 집이었다면 베란다에서 옆집으로 통하는 대피 방화벽을 쳐서 빠져 나가야 한다고 남편에게 각심하라고 일러주었다.
추워서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아직 6시였으니까. 여름 같았으면 일어났을 시간이었지만.
그리고 낮에 근무지가 멀어서 떨어져 살고 있는 딸에게 전화로 자다가 대피소동으로 난리 났던 걸 얘기해주었다.
너 같으면 진짜 불이 났다면 우리는 중간 이니까 어느 쪽으로 대피를 하겠느냐. 물었다.
1초도 안 되어 ‘찍어야지’ 하여 명답이라고 크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