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아침 동네 골목을 지나가는데
머리허연 할머니 한 분이 부스스한 모습으로
종이박스를 가득 싣고
천천히 가고 있다.
힘들어 보여 손을 뻗어 살짝 밀어 드렸더니
흘끗 돌아보시며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신다.
내가 민다고 느끼실 때마다 되돌아 보며
환한 미소를 보이시는 할머니가
오늘따라 무척이나 행복하게 보이는게 아닌가.
할머니의 미소는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그러면서 갑자기 나에게 있어서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조금 서글퍼 진다.
남편에 아이들까지 그리고 먹고 살만한 것들이
차고 넘치는데 행복앞에서 왜 주눅이 드느냐 말이다.
곁에 누군가가 있어만 주어도 행복해 지는 삶이 있다고
노인복지회관에서 배식을 도와주는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경쟁적인 행복속에서 행복이라고 위장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외국의 셀러리맨들이 행복에 대한 몇가지 요소가 떠오른다.
일에 대한 흥미를 느꼈을때,
저녁이 있는 삶,
맥주,
그리고 섹스였다.
이 얼마나 지극히 평범하고 싱거운가 설명인가.
이러한 것들에게서 우리는 크게 감동하고 공감한다는게
또 다른 행복인지 모르겠다.
풍요속의 빈곤,
군중속의 고독
뭐 이런 현실의 세태속에서
우리는 한없이 자신의 외로움을 재인식하는가 보다.
아!아!
외로움과 행복은
내가 이 세상을 떠날때까지 이 둘은 친구가 될 수도 없을 뿐더러
돌려세워서 떠나보내거나
가슴가득히 끌어안아 보아야 하는
고귀한 구름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