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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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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을때는 개도 안건드린다


BY 불량주부 2014-09-11

20일 전 사건이다.

그날 남편은 공사 현장 둘려보려 나간다고 새벽에 집을 나갔다.

나는 남편을 배웅하고 다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모자라는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얼마를 잤는지 나도 모른다.

단지 휴대폰 벨소리에 놀라 숙면모드는 해제되었다.

이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남자라는 사람의 전화였다.

시골 계시는 시어머니께서 다쳐 병원에 가야 한다고 어머니 모시려 가라고 한다.

 

나는 고양이 세수를 마치고 모자를 눌려쓰고 집을 나섰다.

나의 애마는 시골길을 달리고 달려 시어머니가 계시는 시골집에 도착했다.

 

대문앞에 메어둔 멍멍이가 무서워서 나는 항상 담을 넘어 시어머니집 마당으로 입성한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담을 넘었다.

시어머니집 담 모둥이에는 솟다리인 내가 넘을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아두어

그나마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머이..........

불려도 대답이 없다.

어디를 다쳐 얼마나 급해서면 내차를 못기다리고 병원으로 가셨나 싶어

심장이 곤두박질 친다.

시어머니 연세는 올해 여든여덟, 팔십팔세이다.

 

한번더 어머이 라고 큰 목소리로 불렸다.

니 왔나하시는 목소리가 주방에서 들려온다.

병원가야 한다면서 주방에서 뭐하시나고 여쭤보니 둘째아주버니 점심식사 하실 반찬 만들고 계신다고 하신다.

나는 순간 화가 났다.

 

반찬 만들고 계실 정도면 혼자서 충분히 병원 가실 수 있는데 사람을 오라가라 하시고........

직장 그만두고 집에 있으니, 가족들이 나를 이리저리 이용하나 싶어......

여러 가지로 서운함이 밀려들었다.

한편으로 어머니께서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안도감에서 오는 화라고 우기고 싶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스마일 모드로 돌입하자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았다.

어머이 어디를 다쳐서예?”

그러면서 어머니의 몸을 이리저리 관찰했다.

관찰한 결과 오른손등에 붕대를 감고 계셨다.

개한데 물렸다고 하신다.

 

얼마 전 친척분이 어머니 뵈려 오시면서 사골을 사오셔서 곰국 만들고 버린 뼈를

키우고 있는 멍멍이가 물고 왔어 핣고 있는데 어머니가 개 머리를 스다듬어 주었더니

순식간에 어머니 손등을 물었다고 하신다.

 

다시 문장을 해석하면

개님 식사 하시는데 어머니께서 건드린 셈이고, 개님께서 화가났어 어머님의 손등을 확...............물어 뜯음

 

시어머니께서 평상시 단골로 다니시는 병원으로 모시고 왔다.

의사선생님이 집에서 감아온 붕대를 풀어 해치는 순간 의사도, 간호사도, 나도 ~~

손등 가로세로 약4센치 정도 껍질이 살과 분리되어 돼지 겁데기처럼 말려 있었다.

 

더 엽기적인 이야기는

개한데 물려 들고 일어난 손등 껍질을 시어머니께서 왼손에 소독도 안된 집가위를 잡고

조금 짜르셨다는 것이다.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다 잘라버릴려고 했는데 가위질이 잘 않되어

잘리는 부분만 잘랐다고

 

처치실로 옮겨 봉합을 하셨다.

제법 긴 시간이 흘렸다.

 

사람을 한번 물은 개는 또다시 사람을 물게 된다며 의사선생님은

10일정도 개가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는지 관찰 후 개를 팔아버리라고 하신다.

몇 번이고 시어머니와 약속을 하시고는

당분간 매일매일 치료 받으려 병원에 와야 한다고 말씀을 하시면서 진료가 끝났다.

 

봉합을 받고 있는 중 이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남자가 병원에 도착했다.

나는 수납을 하고 약 처방전을 받아 병원부근 약국에서 약을 지어 시어머님과 함께

병원문을 나왔다.

 

그 후로 매일 나와 어머님의 막내아들인 이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남자가 번갈아 가면서

어머님을 병원에 모시고 다녔다.

 

시어머니댁 담을 넘지 않고 멍멍이가 없는 대문으로 당당하게 입성할 그날이 기다리며,

루 빨리 시어머님의 손등이 치유 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