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출근
黎明을 뚫은 새벽녘, 늦게 잠이 들은 탓인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얼른 잠이 깨이질 않는다. 그대로 잠을 청하려고 하니 이번엔 싱크대에서 수돗물 소리도 들린다. 간신히 눈을 뜨니 벽시계가 5시가 곧 되려는 시각이다. 남편이 출근할 차림이다. 그냥 나서려는 게 맘에 걸려\' 뭐 좀 드릴까요?\" 라고 하니 싫다는 소리를 하지 않고 간단하게 달라고 해서 돼지고기로 간단한 볶음밥을 해서 내놓으니 나물국과 몇 숟가락을 뜨고 집을 나설 준비를 한다.
얼마 전 어버이날 며느리로부터 선물을 받은 티셔츠와 여름 바지를 입고 구두도 반짝반짝 닦아 신고 삼 년이 다된 차도 금방 뽑아온 차처럼 차 안 밖이 깨끗하다.깔끔한 남편 성격, 모든 차림이 직장 다닐 때 처럼 출근하는 곳은 다름 아닌 농장이다. 거울을 들여다보고 머리카락도 잘 정리해서 어느 한곳도 흐트림이 없다고 느낄 때 출근을 한다. 퇴근 시간은 남편의 맘이다.
아주 가끔 남편의 영을 어기고 아들을 데리고 농장에 가보면 허름한 작업복에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과일과 채소를 가꾸는 남편은 영락없는 70대의 노인 농부다. 암이란 큰 병을 앓은 후 혹시라도 재발이 될까 봐 일체 밭 출입을 금지 당하여 정확히 밭에서 무얼 가꾸는지 농산물을 집에 가지고 오기 전에는 잘 모를 정도로 그 영역은 철저하게 남편의 절대 권한 지역이다.
수확한 농산물, 각종 과일, 콩, 팥, 고구마, 감자. 땅콩, 참깨, 들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을 보고 이 많은 것들을 혼자 어떻게 지었느냐는 입 인사 만으로도 남편은 만족한다. 900평 밭을 세를 놓았다가 내가 아픈 후 해롭지 않은 채소를 먹기위해 친구와 직접 농사를 지은지 7년째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 몇 년 동안 실패도 많았다. 소똥 거름을 많이 해서 수로관리를 못해서 수확 시기를 놓쳐서 각가지 실패로 얻은 것은 다음해에 교훈이되었다.이웃하고 있는 농산물기술센터에서 많은 교육과 조언을 받으려 다녔다. 몇 년 후 남편의 기술이 늘어 수확도 늘었다. 직접 지은 농산물을 아는 사람들이 우리 가족이 먹고 남는 것을 팔라고 할 만큼 인기 상품이다.
먼 곳에는 못 부치지만 두 아들, 사돈댁, 가까운 친지 친구들, 퍼줄 곳이 많다.\"실컷 농사지었더니 인심은 당신만 얻고 나는 뭐꼬\" 살짝 심통을 낸다.“당신 나 한테 적잖은 봉급 받잖아요.” 라고 하며 남편의 심통을 귀 넘겨 들어도 그냥 잘 봐 주는 순덕이 남편으로 변했다. 은퇴 후는 모든 경제권을 나의게 넘겨주었다. 옛날, 까탈스럽던 남편의 성격을 암이란 동지가 쓰레기통으로 밀쳐 넣어 버렸다. 내 연금 남편 연금을 꽉 쥐고있는 나는 우리집 실질적인 사장이다. 문서로 된 사장보다 현금 사장인 내가 낫다. 남편 말 처럼 땅을 베어서도 집을 쪼개서도 쓸 수 없는 명분만 사장인 남편보다 한 수 위다.
어느 날 큰아들이 ‘엄마, 우리 부모지만 부러워요.’ 연금생활을 하니까요.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하나 같이 직장이 불안하다고 느껴요. 30년을 넘게 아무 부담없이 다니다 명퇴금까지 타고 나온 부모님 세대가 부럽다고 한다. 교수, 연구원도 그렇게 불안하냐고 물으니 항상 공부를 해야하고 논문을 써야하고 게으르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지나고 나니 그 어려웠던 시절의 끝이 자식들의 부러움이 될 때도 있나 싶다.
여름이 다가오는 지금, 남편 퇴근 시간은 10시에서 왔다갔다 하는 시각이다.농장주의 차림은 아침과 같이 깔끔하다. 펌프가 있고 전기 시설이 되어있는 농장 창고에는 살림이 제법이다. 헌 냉장고, 가스렌지, 소파까지 간이 시설에서 깨끗이 씻고 옷을 갈아입고 수확물을 트렁크에 싣고 퇴근하는 남편은 일을 가지고 있는 직장인이다.
7 년 째 출근, 건강이 허락 하는 한 농사를 짓겠다는 남편의 각오가 고맙기도 하지만 쉴때도 될 나이에 와있어 온통 빠지지 말라고 말린다. 일없는 노인이 되기 싫다고 한다. 떨어져 사는 자식들은 각자 가정을 가져 바쁘게 사느라 자주 오지를 못한다. 남편은 새로운 새끼들에게 보험을 넣는단다. 거름을 주고 김을 메고 물을 주며 거둔대로 쑥쑥 자라는 모습은 주인의 정성을 고맙게 생각해 추수기에 많은 열매를 맺게 해 준다며 이보다 더 확실한 보험이 어디있느냐는 남편의 농경일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