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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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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타일


BY 그대향기 2014-06-16

 

\"엄마는 또 그런 스타일로 가요?\"

우리 부부 결혼기념일과 큰 딸의 생일을 합쳐서

우럭과 광어를 배부르게 먹은 다음

옷이라도 하나 사 준다며 옷가게로 들어갔을 때

내가 고르는 옷을 보며 둘째가 하는 말이다.

 

\"왜 어때서? 편하고 몸에 좋은 마 소재이구만.\"

\"엄마 옷은 다 그렇고 그래요. 헐렁하고 편하고.\"

\"엄마는 예쁜 옷 보다는 몸이 편하고 땀 흡수가 좋은 이런게 좋더라.\"

\"에이~엄마는 새 옷인지 입던 옷인지 구분은 가야죠.

 늘 비슷비슷한 옷만 고르시고. 뭐 산뜻한 옷 골라보세요.\"

\"아니...그냥 이거 사 주라. 옷 입는 엄마가 좋으면 되지.\"

 

그러고 보니 내 옷은 거의 다 비슷비슷한 디자인들이다.

스포티한 옷이거나 완전 자유주의 헐렁한 면소재.

샤방샤방한 원피스나 하늘하늘한 공주풍은 옷장을 다 뒤져도 없다.

하는 일도 그렇고 쉬는 날 입고 나가는 옷도 그렇고 그런 스타일이다.

색상이 확실한 박스형 남방이나 스포티한 스타일.

이것저것 갖추고 꾸미는 의상은 거의 안 사는 편이다.

 

둘째는 아주 어릴 때 부터 꾸미는 걸 좋아했다.

학교 갈 때는 교복이면 되지만 노는 날 친구를 만나러 가도

방 한 가득 여러가지 옷을 펼쳐두고 소위 말하는 코디라는걸 했다.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잘도 갖춰입고 다녔고 지금도 구색맞추기는 잘 하는 편이다.

그런 딸을 낳은 이 엄마는 그저 그런 옷만 입고 다니니 영 마음에 안 차는 모양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편하게 느껴지는 옷이 있기 마련이다.

둘째는 영 마음에 안 들어 하면서도 엄마가 좋다니 계산은 해 줬다.

 

마 소재로 된 박스형 하얀 남방에다가 연한 인디언 핑크색에 물방울 무늬 면남방

화학섬유로 된 옷 보다 가격은 좀 나갔지만 여름에는 천연섬유만한게 없다.

연하게 풀을 먹여서 다려 입으면 얼마나 시원한데.....

아무리 바빠도 여름 이불하고 베개는 꼭 풀을 해서 빳빳하게 깔고 덮는다.

에어컨바람을 쏘이는 것도 좋지만 등이 배길 정도로 풀을 쎄게 먹인 요를 깔고 자면

내가 내 몸한테 대접을 해 주는 것도 같고 시원해서 좋다.

어지간한 여름 면 소재 옷도 이불 풀 먹일 때 아주 연하게 풀을 해 다림질을 한다.

 

여름에  일할 때 입는 일복은 그냥 면티셔츠거나 헐렁한 인견바지지만

외출복은 아사면이나 마소재로 고르고 한꺼번에 풀을 먹이고 날을 잡아 다려 놓는다.

외출이 잦은 것도 아니라서 한번 땀나게 다려 두면 여름 내내 시원하게 지낼 수 있다.

딸들이 몸매가 드러나는 슬림한 옷을 고르라고 해도 나는 내 스타일로 간다.

쉰하고도 넷이나 더 지낸 이 나이에 누구 봐 달라고 입는 옷 보다는

흉하지 않게 단정하고 깔끔하게 편한 옷이면 됐지 뭘 그래 둘째야?

치렁치렁 감당 안되는 옷은 누가 거저 줘도 못 입을거야.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