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명절에 통행료 면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475

용평에 다녀오다.


BY lala47 2014-06-03

오월을 보내면서 고모님을 모시고 사촌동생과 함께 강원도로 향했다.

당산동에 내 차를 세워놓고 사촌동생의 차를 운전하니 가스차와 휘발유차의 힘 차이를 금새 알겠다.

어릴적 소아마비로 왼팔이 불구인 사촌동생의 차는 깜빡이도 오른쪽이고 핸들에 달린 봉은 내게는 거추장스러운

물건이지만 동생에게  필수였다.

강원도에 접어드니 산세의 깊음이 눈에 보인다.

역시 강원도야...

감탄을 금할수가 없다.

 

문막 휴게소부터는 동생이 운전을 하겠단다.

\"언니 좀 쉬어. 이제부턴 내가 할게.\"

그러라고 했지만 왠지 불안했다.

피아노곡과 가곡이 계속 흐른다.

음악가가 타고 가시니 발라드 같은건 금지인 모양이다.

 

용평 리조트에 도착했다.

회원이라서 저렴하게 얻을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기를 구워서 셋이서 맥주 건배를 했다.

\"재미있게 지내다 갑시당.\"

\"두 딸을 데리고 오니 참 좋구나.\"

이젠 고모는 나를 딸이라고 하신다.

편리하신게지...

 

고모가 쉬시는 동안 우리는 호텔에 딸린 사우나에 다녀왔다.

\"언니 등은 엄마랑 너무 똑같어.\"

등을 밀어주며 동생이 까르르 웃는다.

\"나보다 더 엄마를 닮았어. 웃겨. 언니가 엄마보다 하얀거만 빼고는 똑같다니깐.\"
\"너 어릴적에 얼굴이랑 팔에 비누 잔뜩 묻히면서 언니처럼 하얘질거라고 우기던 생각나니?\"
\'내가 그랬어?\"

옛날 이야기로 둘이 웃었다.

 

 

다음날 아침 산책을 마치고 북어구이를 먹으러 근처에 식당에 갔다.

\"언니가 해줬던 북어구이가 참 맛있었어. 그거 어떻게 하는거야?\"

맛난 북어구이를 먹으면서 동생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콘도에 돌아온 사촌동생은 일거리를 벌여놓고 앉는다.

체점을 해야한다고 하니 고모와 나는 둘이 산책을 나갔다.

예전에 용평에 아파트를 하나 사놓고 손주들 스키 타러 다니거나 여름 휴가때 썼는데

세금이 엄청나게 나와서 팔고 리조트 회원권을 사셨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고모는 산책보다는 이야기를 더 좋아하신다.

부동산에 밝으시고 재산 일구는 일에 재주가 있으셨던 고모를 보면서 아버지와 참 다르단

생각을 했다.

 

장애를 딛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동생이 참 대견하다.

\"젊을때는 엄마가 이서방을 구박하는것 같아서 내가 신랑 편이었는데 요즘은 어느새 이서방이 엄마를

구박하는거야.. 상처를 받았기때문이라 이해가 되지만 내가 힘들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밤이 깊어갔다.

\"너희들 무슨 이야기야? 나 빼놓고 속닥거리지마.\"

고모가 소리를 지르시니 우리는 마주 보며 웃었다.

\"너무 많은것을 아시려고 마시어요. 다치십니다.\"

 

용평을 떠나는 날 진부에 들려서 막국수를 먹었다.

오랜 단골이라 주인이 고모를 반겨주었다.

과연 맛이 일품이다.

셋이 맛있게 먹었다.

 

이박삼일만에 서울로 향했다.

문막까지는 동생이 운전을 하고 내가 운전대를 받았다.

\"딸 둘이 번갈아 가면서 운전을 하니 참 보기 좋구나. 문막에서는 동서울로 들어가는게 빠르니 그렇게 가라.\"
뒷자리에 고모는 만사를 지시하시고 싶어하신다.

\"엄마! 운전자 맘이니까 가만히 계세요.\"

고모의 지시대로 동서울로 들어가 올림픽대로를 타니 빨리 올수 있었다.

생각보다 좋은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