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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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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 할머니


BY 그대향기 2014-06-05

 

 

언젠가 그 집 앞을 지나다 보니 온통 접시꽃 동산이었다.

집앞 인도블럭이 깔리고 가로수가 심긴 틈에 접시꽃이 색색으로 피어 있었다.

홑꽃이 아니라 겹꽃인 접시꽃은 화려했고 아름다웠다.

 

딸을 데리고 그 집을 찾아갔다.

물론 무작정으로.

가서 접시꽃을 사야겠다고 작정하고.

 

\"계세요?\"

\"왈왈왈왈~~~~\"

대문에 목이 매인 큰 개 두마리가 사정없이 짖어댔다.

 

\"계십니까?\"

\"켁켁 왈왈왈왈....\"

아까보다 더 큰 목소리로 내가 부르면 개도 더 큰 소리로 짖어댔다.

 

열린 대문으로 고개를 빼꼼 디밀었더니 마당엔 아름다운 꽃동산이었다.

웃채 주방인 듯한 곳의 문이 열리고 꼬부랑 할머니 한분이 내려 오셨다.

멀리서 봐도 연세가 아주 높아 보이셨다.

 

지팡이로 짖어 대는 개들을 진정시키고 무슨 일로 찾아왔냐고 물으셨다.

\"할머니가 이 집 주인이세요? 이 접시꽃은 누가 심으셨는가요?\"

\"내가 이 집에 사는 늙은이고 내가 꽃을 하도 좋아해서 내가 심었지.\"

 

조용하게 웃으시는 할머니

세상 모든 일을 다 알고 계시는 듯한 신비로운 웃음

숨을 쉴 때 마다 목에서는 쌕쌕 거리는 소리가 났다.

 

\"할머니, 할머니댁 접시꽃이 하도 예뻐서 좀 사려구요. 조금 파세요.\"

\"지금은 안되고 가을에 와. 씨 받아 놓을테니 좀 얻아가면 되지 돈은 무슨...\"

\"그래도 그냥 어떻게 얻어가요. 나중에 할머니 좋아하시는 과자 사 들고 올께요.\"

 

무작정 찾아 간 그 집은 기와집이 높았고 웃채 아래채 행랑채까지 있는

마당이 넓었고 툇마루가 제법   높다란  한옥이었다.

마당에 갖가지 꽃나무들이 잡초 한포기없이 말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있었다.

 

팔진 않으시겠다면서 가을에 씨받으면 나눠주신다고만 했다.

달개비꽃이 흔한 색이 아니라서 고와 좀 파시라고 했더니 그냥 몇포기만 캐 가라셨다.

몇포기 뽑고 만원을 드리니 한사코 손사래만 치셨다.

 

묵은둥치에서는 큰 접시꽃이 무리지어 피었고

옆에 새 순이 올라 온 것은 아직 여리디 여렸다.

어린 순으로 겨우 서너포기만 캐고 가을에 씨 얻으러 오겠다며 할머니집을 나섰다.

 

타는 듯이 붉은 겹접시꽃에 분홍색과 진자주색의 꽃은 칙칙한 도로변을 화려하게 만들었다.

내년에 내 마당도 그리 활활 타 오르게 만들 궁리로 사러 갔다가 더 큰 수확으로 돌아왔다.

내가 늙어도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차분하고 고왔다.

 

할머니가 꽃을 좋아해서 본인이 둘레둘레 다 심으셨단다.

마당에 꽃들도 싱싱했고 달개비도 줄장미도 얼마나 곱든지.

혼자서 호미를 들고 요기조기 콕콕 꽃을 심으셨다는 접시꽃할머니

 

높다란 기와지붕이 고풍스런 멋을 더해줬다.

자주달개비 몇포기와 어린 접시꽃 모종을 두어포기 얻어오면서

행복한 노년의 내 모습을 그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