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도 이제 마지막 한주가 남았다.
당산동에 온 후로 달력을 보며 날자를 세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매일 쳐야하는 화투놀이도 이제 지겹다.
하루 네시간...
그런 시간이면 장편소설도 쓸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허나 얼마 남지 않았다.
이월 첫주면 나는 이곳을 떠난다.
아쉬운 고모는 나를 더 붙잡아두고 싶어하시지만 더 이상은 내가 병이 날것 같다.
어제 오산 세교 임대아파트에 당첨이 되었다.
예비입주자 모집이기때문에 빈집이 생기면 순서대로 계약을 할수 있단다.
육십명 당첨자중에 이십사번의 번호표를 받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희망이 있다는것이 어딘가.
올여름은 비 떨어지는 천정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축하드립니다.. 아들의 문자를 받았다.
아들은 혼자 사는 아버지 걱정이 한아름이다.
아들이 딱하지만 낸들 어쩌겠는가.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며느리 손녀들... 그림이야 좋지.
남들 보기에 그림만 좋으면 무에 하겠는가.
마음이 지옥인것을...
다시 그 지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음은 자식이 얼마나 가늠할수 있겠는가.
그 또한 자식의 한계다.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때론 헛된 희망으로 사람이 변할줄로 믿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자신이 남의 인생에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 사람은 끝까지 모를것이다.
우리는 인간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
각자 자기의 그릇만큼 살아내면 그뿐이다.
임대아파트 발표를 핑게로 오랫만에 오산에 왔다.
우편물들은 층계에 쌓여있고 집은 먼지 투성이었다.
청소를 하고 사우나에 다녀왔다.
오랫만에 혼자의 자유를 만끽했다.
일박 하고 올것이라는 내말에 서운한 고모는 빨리 오라고 전화를 하시지만
건성으로 대답을 한다.
서둘러 갈 이유는 없다.
출근 시간이 이십분 늦었다는 이유로 고모에게 야단을 맞고 눈물 바람이던
아줌마는 그만두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이제 마음을 고쳐먹었다.
남의 집 일이라는게 다 그런거야. 어딘들 편하겠냐구.. 마음 풀어..
노인네 그러려니 하라구...
내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출근한 아줌마가 내 방에 몰래 초코렛을 갖다놓고는 배시시 웃는다.
언니.. 심심할때 잡수세요. 언니가 계셔서 제가 다시 왔어요.
아이고 착해라...
자원봉사센타에 가서 삼월부터 할 일을 신청할 참이다.
이렇게 오산에서 자리매김을 할것 같다.
조금씩 조금씩 고비를 넘어가고 있다.
곤두박질 치지만 않는다면 희망을 가져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