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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남편에게


BY 김효숙 2013-10-12

찬바람이 우리 맘까지 스며드는것만 같은 이 겨울

갑자기 찾아 든 봄날같은 경사에 사랑하는 당신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잘나가던 직장생활 25년

보증으로 맘고생하던 세월 17년

가진거라곤 두아들뿐 아무것도 남겨지지 않은 현실

하지만  술이나 다른것으로 인하여 곁길로 가지 않고

오직 가정을 위해 애쓰며 살아온 당신의  묵묵한 버팀이

힘이되었음을  고백합니다.

 

남에게 대접을 받던 시절을

다시 남을 대접하는 신분으로

낮아지고 낮아지는 맘으로 식당을 하던 8년여 세월

겨우 입에 풀칠이나 했을까

맘이 넉넉하여  주고싶은 마음이 차고도 넘쳐

당신과 나는 주고 또 주고 그리 살았으니

남을것도 없는 식당을 했으니

마음은 부자부자 외치면서도 막상 폐업을 하고나니

아무것도 손에 남는것이 없었으니

돌아보면 그래도 잘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아내의 다리엔 정맥류로 꽃길을 만들어 가고

온몸과 만진창이 된 아내의 그런 모습 마음아파하며

이번엔 설거지도 시장보는 힘듬도 없는

아니.. 돈이 모자라 벼룩시장을 보다가

청학동이란 주점을 보고는 쉬울거란 생각에

덜컥 계약을 하고 이년이란 세월을

밤에 출근해 새벽에나 퇴근하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지내던 세월 또 역시 월세도 못내고 쫓겨나고

그래도 우린 허허대고 웃는 마음에 여유가 있으니

천생연분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식당도 주점도 우리들에겐 거리가 먼

알뜰살뜰하지도 못한

있으면 맘껏 주고싶은 마음이니 이젠 영원한 이별이길

바라는 맘으로 다 정리를 했지요

 

벌써 두달이 되어갑니다.

수입도 없이 어찌 사는지

하루하루 일당을 벌려고 나가다 지침에  잠시 휴식을 하고 있는 아내는

절대로 기죽지 않고 벌떡 일어나 오뚜기처럼 살렵니다.

아이들 앞에서 초라한 모습 보이기 싫어 하하 웃고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자며 외치는 구호는 날이갈수록 작아지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따뜻한 맘으로 살아왔으니 언젠가는 복덩이가

데굴데굴 굴러들어올 줄 확신합니다.

 

엊저녁 큰아들 녀석은 스물아홉에서야 그동안 밀린 등록금 대출 다 갚았다고

환호성을 지르며 엄마 축하해줘 하는데 어찌 미안한지

부모로서 제대로 못해줌이 부끄러운지..

그래도 울엄마 아부지 멋지다고 자랑하는 큰아들

당신을 닮아 책임감이 강하고 당신이 반듯하게 살아주어 아들도 그대로 자라주니 고맙습니다.

 

주점을 그만두려던 어느날 손님이 왜 그만두냐고 하니

아내가 아파 그만둔다했더니만 하얀 봉투에 십만원  넣어

주라던 그 연인들의 마음 때문에 살아갈 힘이납니다.

작은 사랑 나누며 내 가족처럼 아껴주고 사랑해 주었더니

그마음 져버리지 아니하고 함께 마음나눠주는 그 고마움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중에 하나가 내마음을 알아줬다는것이지요

 

당신이 처음  식당을 함께 할때

컵을 닦는 모습을 보며 뒷곁에 나가 엉엉 울었지요

당신이 손님들 신발 정리를 할 때

설거지를 하며 눈물을 훔친 그 마음

서로가 서로를 불쌍히 여기며 측은히 여기며 살아온  사랑이 있기에

끝은 분명히 축복으로 이어짐을 깨닫습니다.

 

내년 1월 2일 건물 관리소장으로 취업이 되어 나갈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친구가 어여삐 여겨 좋은곳으로 인도해주심 감사를 드립니다. 이 모두가 당신이 겸손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온 힘입니다.

 

요즘 왜 그리 당신이 멋져보이는지

백점짜리 남편이라고 하기엔 많고 하하

내가 맨날 외치던 90점 남편 하하

 

취직을 하고나니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이 변덕스러움이 미안합니다.

그동안 그렇다고 과소평가한것은 아니지만 나이 육십 다되어가는 이나이에

혼자 짊어지기엔 버거운 삶이 이젠 둘이 나누어갈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이젠 둘이 하나되어 다시 시작합시다

오늘 하루를 살아갈 형편이 되더라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삽니다.

그동안 고생하고 착하게 살아준 당신이 있어서 더욱 고맙습니다.

아이들도 어깨가 가벼워졌는지 기분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참 기쁨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건강하시고 우리 둘이  그리고 아들둘이

모두 하나되어 열심히 삽시다

추운 겨울도 두렵지 않습니다 화이팅 .....

사랑하는 남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