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다.
5개월간의 우간다 봉사를 마치고 돌아 온 둘째가
마지막 학기 복학을 위해 다시 짐을 싸 들고 올라갔다.
지 언니가 둘째 아이를 낳아서 그 동안 이모 노릇을 하느라
더운 날 고생을 했던지 시집가서 애 못 낳겠다고 그랬다.
수련회 때문에 둘째가 외손녀를 보게 되었다.
공부도 못하게 하고~
컴퓨터도 못 하게 하고~
뽀로로만 켜 달라고 떼 쓰고~
그러구러 큰딸이 산후조리원을 나오게 되어 어제 집으로 돌아왓다.
똘망똘망한 둘째 외손녀는
여름 아이 같지 않게 튼튼하고 건강하다.
산모도 푸석거릴 줄 알았는데 아주 말짱하다.
다행한 일이고 ~
둘째가 떠난 우리집은 방마다 거대한 폭탄이 터진 모습이다.
옷장마다 다 뒤죽박죽
박스마다 엎어지고 뒤집어지고
다락방은 이루 말로 다 표현이 안되고
파우더룸이며 화장실 소독장까지도 말짱한게 없다.
거대한 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같다.
쓰나미가 지나간 자리???
둘째는 옷 욕심도 많고 책 욕심도 많다.
아주아주 많이.
10여년 전쯤인가?
온 가족이 다 제주도에 놀러 갔을 때
둘째를 제외한 네가족의 짐보따리 보다
둘째 혼자의 짐이 더 많았던 기억이 난다.
패션쇼에 나갈 모델도 아닌데 옷장을 통째로 들고 온 아이같았다.
우간다에 가면서까지 짐은 엄청났고.
둘째는 일처리능력도 빠르고
순간적으로 핑핑 잘 돌아가는 스마트한 머리회전에
힘도 어지간한 남자아이들보다 쎄고 아끼지도 않는다.
오늘 짐을 나르면서 2층 우리집에서 1층까지
혼자서 세탁기를 내릴 정도로 괴물같이 힘이 쎄다.
허리는 아주 가늘지만 팔다리가 강하다.
힘은 날 닮았다나???ㅋㅋㅋ
아무리 강조하고 윽박질러도
짐을 줄이지는 못하겠단다.
신발같은 것도 한번 사 신으면 최소한 5~6년은 신고 버린다.
그것도 내가 몰래 버리고 한번 정도 난리가 나고 만다.
운동화 뒷축이 다 닳아 없어져 물이 새는데도
맑은 날 신으면 괜찮다고 안 버리는 알뜰한 아이다.
유행이 지난 옷이라도 다른 옷과 잘 입으면 된다고 안 버린다.
어쩌다가 내가 보다보다 안되겠다 싶어서 몰래 소각시켜 버리면
귀신같이 기억해 내곤 찾아서 난리가 날 정도다.
어쩌자고 저렇게 끼고 사는지 원.
둘째가 떠난 우리집을 폭탄처리반처럼 하나둘 정리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하루에 한 방씩.
최소한 네다섯시간씩 걸린다.
매번 이렇게 해 주는게 맞는건지 나도 모르겠다.
오죽했으면 컨테이너 하우스를 지어서 둘째짐만 넣어두자고 했을까.....
아니면 이번 짐은 시집갈 때까지는 들고 오지 말라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