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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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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횡설수설.


BY lala47 2013-06-08

백세 시대라는 말이 공포로 다가온다.

백살까지 무엇을 하며 살것인가.

이 지루하고 막막한 생활을 앞으로도 삼십년 이상을 해야한다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건강하지 못하니 조금 더 일찍 갈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미치자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사람이 살고 싶어하는 이유가 세상과 정이 들었기때문이라는 김남조 시인의 말을 신문에서

읽었다.

김남조시인다운 이야기다.

어느새 팔십오세가 되셨다니 젊은 시절 고우셨던 모습이 떠오른다.

 

일주일에 삼일.

월화수에는 복지관에 나가 하루 세시간씩 상담 일을 한다.

치매에 걸린 남편을 낮시간동안 맡기러 온 칠십의 할머니.

그 할머니의 사연에 귀 기울인다.

치매에 걸린 지금도 마누라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니 기가 막힌다.

아들을 낳기위해 딸을 여섯을 낳았다는 사연과 남편의 바람에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남편의 바람을 겪어본적이 없는 것처럼 나는 태연히 듣는다.

\"임신한 그 여자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중절수술을 시켰다우.\"

그 속인들 얼마나 썩었을까.

칠십이세의 또 한 할머니.

남편의 아이를 낳은 후에 여자가 도망을 가서 아이를 미국에 입양시킨 이야기를 한다.

사연도 가지 가지다.

남자로 인해서  엉망이 된 우리네 여자들의 그 시대의 삶이다.

해서 저마다 가슴에 한을 품고 있다.

우리는 왜 남자만 바라보고 살았을까.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밖에 아이를 낳은 것도 아닌 내 남편이었던 그 남자는 후한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본다.

이런 생각도 시간의 덕이다.

 

\"식구가 몇이우?\"
\"혼자 살아요.\"
\"영감은?\"
\"어쩌다 보니까 없네요.\"
거기까지만 대답을 했다.

더 물어보면 곤란하다.

나는 이제 나를 감추고 싶다.

내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하고 싶지가 않아졌다.

해서 요즘 글을 쓰는 일이 힘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자꾸만 웅크리고 숨는 나를 본다.

 

이야기를 들어준 값으로 총각김치를 싸가지고 온 할머니.

함양이 고향이라는 그 분은 음식솜씨가 좋았다.

맛있게 먹었다는 말에 신이 나서 또 김치를 준다.

마늘장아찌 담그는 방법과 나박김치 담그는 방법을 내게 설명한다.

마늘장아찌 담그는 법을 누구에게 들어본것은 처음이다.

간장을 끓여붓는다기에 그러냐고만 대답했다.

자신감있는 사람에게 반기를 들고 싶지는 않았다.

 

현충일을 끼고 징검다리 휴일이라고 법석이다.

파마를 하고 와서 대청소를 했다.

베란다도 청소기로 밀으니 편하기 그지 없다.

그리고 다시 TV속으로.

원전비리 뉴스는 끊임이 없다.

전기대란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그런 비리를 저지른 인간들이 퇴직금을 이십억씩을 챙겨가다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도무지 선악에대한 기준이 없는 세상이다.

 

책상위에 쬐꼬만 선풍기가 열심이 고개를 돌려가며 제법 찬바람을 내게 선사한다.

작년 여름에 유방암 수술때문에 입원을 했을때 병실이 덥다고 아들이 사가지고 온 선풍기다.

칠월이었으니 벌써 일년이 되어간다.

세월이란 놈은 어쩜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는지.

희망이란 것을 내려놓으니 할 일도 없고 생각도 텅 비어간다.

그냥 살아내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