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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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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훈\'


BY 모란동백 2013-04-27

봄이 완연하다.

이 좋은날씨에 집에만 있다니.... 이건 아니다.

우리콩이를 나름 치장을시키고 나도 뽐나는 모자에 선글라스 끼고...

그렇게 멋을내고 ( 누가봐주남요 ㅋ )  그래도 제멋에 사니까요 .

태화강변으로 내달렸다. 버스로 대여섯정거장 ???  잘 걸을수 있다.

 

항상 그곳은 평화로운 물결에 백로인지...

무슨새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양새가 쌍쌍ㅇ이 거닌다.

예쁜 꽃들이 시샘하듯 나에게 얼굴을 들이민다. ㅎㅎ

그래 그래 알았다. 꽃과의 대화를 실컷하고...

튤립은 벌써 다 지려고 하네...

 

이곳에 십리대밭길이라는  대나무 숲이 십리를 이어가는 유명한곳도 있다. 

대나무가 우거져 셀라토닌의공기에

우울증 저리 가라다.

 

어느 빈의자에서 콩이 물먹이고 간식도 챙겨주고....

나도 물한모금에 정신과 몸을 재충전하고....

근데 십리대밭길 초입에 들어서려는데....\'가훈 무료 써주기\' 라는 현수막을 보고.

 

 

아~ \'가훈\'

애들에게 이왕이면 공부 잘 하고 ....

이왕이면 착실하게 학교생활 잘하고....

말 막히면 갖다 붙이면 되는 편안하고 아름다운 순수 우리말....

\'이왕이면\', 혹 \'기왕이면\'.... 내가 정한 가훈이다.

 

애들 키우며 30여년의 나의 숙원이었던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그 곳에 살짝 가보았다.

한켠의 선생님은 한문으로, 또 한켠에서 한글로 열심히 쓰고 계셨다.

기다리며 선생님들의 서예 글 솜씨에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나.

하고싶었던 멋들어진 붓글씨.........

이런생각을 하면서 한글 쓰시는 선생님 앞에서 선글라스벗고  \"한점 부탁드립니다 \"

정중히 인사드리고.... 가훈이 뭐냐고 물으신다.

 

*****사실 가훈이란

말로 하면 애들에게는 잔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소원은 \'가훈\' 서예의 글씨로 거실벽에 걸어놓는게

소원이었다.   우리애들은 이왕에.... 이 순수한 단어에 많이도

익숙해져 있을것이다.

어느지방의 \'거시기\' 보다 더 멋있는 단어... ㅎㅎ ****

 

\'이왕이면\' 입니다. 아니면 \'기왕이면\' 입니다 희한한 가훈 주문에....

선생님께서 그때서야 나의 얼굴을 쳐다 보신다. 수많은 사람들이 써 가지고 갔으니

피곤하실터이지만.  \"선생님, 이왕이면 마음 가시는데로 써 주십시요 \"

정중한 부탁을 드렸다. 선생님과 대여섯분들의 유명하신 울산의 서예 선생님들 모이셨으니

서로 의논을 하신다. \"기왕이 괜찮나 ? 이왕이 괜찮나 ? \"

\'이왕이면\' 으로 결정 !!!!   바라던 바다. 다 쓰시고 난 다음엔 멋있는 여사님이십니다라는 칭찬도 받았다.

자기네집 가훈은 \'마음에\' 란다.

 

내가 중등때...

국어시간에 뒤에 앉은 애들이 좀 시끄럽게 떠들고 산만하였다.

드뎌 선생님 화가 나셨다 열강이 시작 되셨다. 

\"너희들 ,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학생의 전부는 공부다. 저 교훈과 급훈대로 생활하면

반드시 잘 될수있다. 너희들 집에 가훈이나 있냐 ???? ~~~ !!!! \"

하셨던 국어 선생님께서 \'이왕\' 기왕\' 의 뜻을 설명해주시며

\"이왕이면 잘 하자. 이왕이면 잘살고 , 이왕이면 지혜롭게.... \" 여러가지 말씀을 하시는데

나는 오~ 이왕이나 기왕에 뭐든 갖다 부치면 잘 되겠구나.

다짐했다. 선생님께서 가훈을 말씀하셨으니 난 이담에 시집가면 우리집 가훈은 \'이왕이면\' 이다라고 정해버렸다.

 

그렇게 이왕이면 이란 말에 다갖다부치고 나의 소신 철학이 되었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천기를 누설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 

나중에 진짜로 가훈이 될지도 모르니까 ㅎㅎㅎ

 

써주시는 선생님은 우리나라에 한글 잘쓰시는 1인자라고 그옆에 여선생님께서 살짝 말씀해주신다.

존함을, 호, 여쭈어보아도 말씀을 아니해주신다. 낙관은 한국서협울산지부라고 되어있네....

어찌 되었던 울산에서 15~6여년을 살면서 제일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 선생님 멋들어진 한글로 \'이왕이면\'의 가훈을 이제야 한점받고....

 

 글 써주신 선생님의 가훈이 \'마음에.\' 라고 하셨는데... 참 멋있었다. ㅋㅋ

 

감동의 하루를 보내고 집에와서 남편한테 자랑을 널어 놓았다.

 

이남자는 열등감의 산실이라 자기 아내가 이래저래 평생 숙원이던 글 한점 받아왔다고

 

자랑스러워 있었던 얘기를 했더니 또, ㄸ,ㄸ,   열등감......................

 

정말 슬프다.  이런저런 생활속의 얘기가 왜 ,  시빗감이 되는지 난 모르겠고...

 

귀하게 얻은 가훈 한점 곧 표구해서 잘 걸어 놓울것이다.

 

글 써주신 선생님께 \"손주까지 잘 키우겠습니다 \" 라는 인사로 마무리하고

 

글 한점 써주신 선생님 !!\'마음에\' 라는 가훈을 정하신분이나

 

\'이왕이면\' 으로 가훈을정한 이사람의 영혼은 같다고 보며

 

선생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평생 잊지 못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