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을 담근 지도 벌써 일주일이 되었다
처음에 항아리위에 유리 뚜껑을 덮고 그 속에는 삼베 보자기를
씌웠는데 아무래도 너무 커서 안으로 접어 넣은 게
마음에 걸렸다
어쩔까 궁리를 하다가 지난 번에 삼베 보자기 만들고 남은
고운 삼베가 생각나길래 그걸로 항아리에 맞게 덮개를
만들어야겠다 싶어 냄비 뚜껑을 갖다 놓고 크게 원을
그린 다음 가위로 오려 내었다
동그랗게 만들려면 가장자리는 바이어스 처리 한 걸로
돌아가면서 감쳐야 할 것 같애 대각선으로 바이어스감도
잘라 냈다
결이 고우니 굵은 바늘은 구멍이 뚫릴 것 같아 가장 작은
바늘에 실을 끼워 바느질을 시작했다
그 작은 바늘에 안경도 안 쓰고 실을 한 번에 끼우니 이만하면
아직 내 눈은 쓸만한건가? ㅎㅎㅎ
촘촘히 돌아가면서 감치는 일이 생각 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냥 덮개를 사다 씌워도 되겠지만 이왕이면 내가 직접
만든 된장이니 덮개도 내 손으로 만들어 씌워 주고 싶었다
2시간 여를 바느질을 해도 워낙 촘촘히 감치다 보니 반바퀴 밖에
감치지를 못했다
뭐, 그려면 어떠랴! 시간도 많은데....
오랜만에 다소곳이(?) 앉아 안하던 바느질을 하려니 옆구리도
결리고, 허리도 뻐근해져 왔다
그러노라니 예전 중학교 때 처음으로 조각 이불보를 수놓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는 바느질이 왜 그리 싫던지 하다하다 못해 숙제 검사
날이 다가오니 결국 엄마까지 거들어 마무리 지었던 생각이 났다
근래에는 왠만하면 수선집에 맡기고 직접 바느질이래 봤자
바짓단 튿어진 거나, 옷단이 튿어진 거 꿰매는 게 전부인지라
오랜만에 바늘을 잡고 앉아 바느질을 해보니 꽤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내 생각대로 모양이 잡혀가는 덮개를 보노라니
더 뿌듯하고, 보람이 있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드디어 완성을 했다
한 번 깨끗이 빨아 말린 다음 옥상에 있는 된장 항아리에
씌우니 내 마음도 흐뭇하고, 된장 항아리가 더 돋보이는 듯
하여 내가 마치 살림꾼 주부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ㅎㅎㅎ
(내가 만든 된장 항아리 덮개,
어떤 사람은 만두피 밀어 놓은 줄 알았다 함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