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어제 밤 9시경 야근을 마치고 병원 안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 승강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은 오로지 나 한 명 뿐.....그런데
저 멀리 검정색 물체가 다가오고 있었다.
나를 향해서........................
가까이 다가오니 검정색 물체는 상복(검정색한복)을 입은 젊은 여자였다.
내가 앉아 있는 옆 의자에 앉아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걱정해 주어 고맙다. 난 조금 전 도착했다 등.....”
대화를 나누더니 막 울기 시작했다..
버스는 오지 않고 옆에 앉은 여자는 흐느끼고..............오가는 행인을 없고
무서움이 내 가슴속에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한 참 후 버스가 들어오고 나는 황급히 버스를 탔다.
운전기사님과 딸랑 나 혼자...........
분명히 집 쪽으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그런데 버스가 우회전이 아닌 좌회전을 했고,
좌회전을 했으니 당연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머릿속이 무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아~~~
“이 늙은 것을 어디에 쓸라고???”
택시를 타지 않고 버스 탄 것에 대한 후회가
쓰나미가 되어 내 몸을 휩쓸고 있었다.
기사님!! 왜 다른 방향으로 가느냐고 여쭤 보고 싶은데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심장 뛰는 소리가 차안을 흔들고, 입안은 바싹 바싹 타 들어가고
아까 본 그 상복입은 여자가 나의 죽음을 암시하는 거였나?
불과 2분 정도의 시간 흐름에 오만가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손님 가스충전 좀 하고 가겠습니다............................ 괜찮으시겠죠?“
이런 이야기를 이제사 하면 우짜노, 이 망할놈의 기사야......
마음속으로 외치고 또 외쳤다
달콤한 기사님의 목소리...........이거 꿈 아니져?
“예” 라고 모기소리 만하게 대답은 했건만.............
가스 충전소에 도착하더니 혼자뿐인 나를 버스에서 내리라고 하네요~~~~
이건 또 뭐야...
아무래도 오늘이 제삿날이 되려는게 분명해...........아이고 이럴 어째
아직도 엄마손이 필요한 아이들은 우짜노 아~~ 불쌍한 내 자식들......
어쩔 수 없이 내렸죠
어둠이 내려앉은 적막강산 같은 충전소
만약에 운전기사가 나에게 다가오면 나는 어디로 뛰어야 살 수 있을까?
어떤 지혜로운 말과 행동으로 위협에 처해진 순간을 묘면 할 것인가?
머리를 굴리고 굴려보지만 점점 하얀 백지가 되어가는 원망스러운 내 머리 속
저 멀리 모퉁이 한 구석에 불빛이 새어나오는 곳을 발견했다. 아마도 사무실인 것 같은데 직원 한명이 얼핏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 불빛과 직원처럼 보이는 사람의 실루엣이 불안한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한 명보다 두 명이 범행을 저지르기에는 훨~씬 수월할 것 같았다.
넉넉잡아 5분 정도 걸린 가스충전 시간은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나는 그곳에서 정말로 오들오들 떨었다
긴 착각을 깨고
버스는 집 부근까지 다 왔다. 아무런 일도 없이.....
버스에서 내려서니 낯익은 동네, 낯익은 네온 싸인, 낯익은 건물들
이미 폭탄 맞아 뻥 뚫린 마음은 쉽게 안정을 찾지 못했고
왕창 밀려오는 스트레스
스트레스 받을때는 아주 단것 또는 아주 매운 것을 먹어줘야 조금은 해소가 된다.
내가 아닌, 냉장고속 야채와 가래떡이 오늘 제삿날이 되었다.
매운 떡볶기를 만들어 땀이 날 정도로 먹었다.
땀 흘린 개수만큼 마음도 서서히 진정되어 가고
배부르고 스트레스가 풀린 것 같은데 왜 눈물이 날까.............
한참을 훌적이고 있는데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리고
“학원 다녀왔습니다“ 아들이 인사를 꾸벅 하더니
아들: 엄마 왜 울어?
엄마: 떡볶기가 매워서...........
아들: 나도 매운거 좋아하는데, 엄마 나도 좀 먹어도 돼?
우리 아들은 먹성이 좋아도 너무 좋은 아들이다.
아들놈 입으로 음식이 그것도 내가 만든 음식이 쏘~~옥 쏘~~옥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우울했던 기분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자식이 무엇인지..........................
어제밤은 나 혼자만의 착각이였지만.............간이 콩알 만해지는 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