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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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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봉사상


BY 그대향기 2012-12-09

 

 

 

며칠 전 군청에서 한햇 동안 자원봉사를 한 개인과 단체에 표창을 하는 행사가 있었다.

우리 기관도 군수표창을 받게 되었다.

10여년 전부터 주민들에게 이미용봉사와 불우이웃돕기 사랑의 쌀 전달, 겨울의류와 이불 전달,

어버이날 주민 잔치 그리고 성탄절 감사축제 등으로 주민들과 함께 했더니 뜻하지 않은 영광이 돌아왔다.

뭔가를 바라고 하는 행사는 아니었는데 회가 그듭되면서 면장님이 추천을 하신 모양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싯점에서 이런 표창을 받으며 그 동안 지나온  시간들을 되짚어보게 되었다.

 

행사가 있으면 밥하랴 선물 준비하랴 늘 바빴지만 독거노인들이 많은 시골이라 하루 잔치에도

어르신들이 얼마나 즐거워 하시든지....

따끈한 점심과 작은 선물을 전달하면서   이웃 동네 어르신들과의 교제는 언제나 신났다.

젊은 사람들이 드문 시골에서 그래도 내 나이가  젊은 축에 들다보니 장모된지도 벌써 5년이나 지났건만

아직도 새댁이라고 불러 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떡과 과일 그리고 혼자 사시면서 잘 안 해지는 여러가지 반찬을 정성껏 준비해서 차려 드리면

감사한 마음으로 잘 드시고 가끔은 쌀됫박이나 농사 지으신 콩 한두되도 들고 오시는 분도 있다.

 

사랑으로 대접해 드렸는데 빈손으로 못 오시고 마늘 봉지를 들고 오시는 분도 있다.

늙은 호박을 들고 오시는 분

밭에서   무를 뽑아 오시는 분

고구마를 소쿠리에 담아 오시는 분

마음을 담아 오시는 어르신들이 고맙고 또 정스러워 친 할머니처럼 안아드린다.

손 마디마디가 다 갈라져 트실거리는 손이지만 덥썩 잡아드리며 감사하다 인사드리면 부끄러워 하셨다.

일년에 10여 차례 크고 작은 잔치를 하면서 동네 어르신들과 인정을 쌓아왔다.

 

나 개인의 상은 아니지만  이런 상을 받게 되어 감사하다.

혼자 계시는 할머니나 할아버지한테 반찬 봉사도 했었는데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을 귀찮게 안 하려고

최소한의 반찬으로 한 겨울에도 보일러를 거의 잠그다싶이 하고 냉골에 웅크리고 사시는 모습은

돌아 서 나오는 내 눈에 잠깐 이슬이 맺히게도 했었다.

젊음도 잃고 건강도 잃고 자식들까지 객지에 나가버린 서늘한 집에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은 너무 외롭다.

이야기 할 남편이나 아내가 있는 분들은 그래도 좀 낫다.

나이들어서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외로움일 수 있다.

 

어떤 시골마을에는 겨울에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을 마을 회관으로 모셔 보일러를  넣어 더운 잠을 주무시게하고

식사도 같이하시며 이야기할 말 동무를 만들어 드린다는데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계시면서 기름 아낀다고 보일러도 꼭 잡궈 두시고 반찬도 대충 챙기시며 외롭게 겨울을  보내시기보다는

마을회관에서 더운 방에서 더운 밥을 같이 드시고 텔레비젼도 보시며 토론도 하시면 좋을 것 같다.

우리 마을에도 낮에는 가끔씩 각자의 집에서 쌀이며 반찬을 들고 오셔서 공동식사를 하시는 것 같았다.

마을 회관이 우리 건물 바로 옆이라 왁자~하는 말소리가 들리면  \"뭐하세요~?\" 손나팔을 만들어 큰 소리치면

\"새댁이~점심 먹으러 올라 와~할머니들 모시고 와도 된다~오늘 점심은 별 찬은 없지만 여기서 먹자구.\"

 

언제라도 인정스럽게 점심에 초대해 주신다.

우리집 할머니들이  걸음이 불편하셔서 말만  정으로 받고 참석은 단 한번도 하지를 못했다.

늘 베풀기만 하고 가지를 못하니 우리집 초대에는 빈손으로  안 오시고 뭐라도 한두가지는 안고 오신다.

기관장이 대표로 상을 받았지만 우리 직원들의 수고를 높이 칭찬해 주셨다.

여차하면 밥을 해대야 하고 행사준비로 동분서주 해야 하는 직원들이다.

머지않아 우리도 걸어야 하는 노년의 길이다.

무엇보다도 건강을 잘 다지고 늙으막에 외롭지 않게 좋은 친구를 많이 챙겨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들한테 다 퍼주기식 사랑보다는 잠깐 서운하더라도 참고

노년에 최소한의 품위 유지비와 생계유지비는 아껴둬야겠고 감추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ㅎㅎㅎ

자식들한테 기댈 생각은 안하지만 늙은 부모를 너무 외롭게 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엄마 살아 생전에 내가 못했던 효도를 내 자식들한테 바라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사는 시골의 어르신들처럼 냉골에 웅크리고 사는 내 노년의 모습은 너무 싫고 무섭다.

빈둥지에 부는 삭풍은 견디기 힘들 것 같다.

남편을 잘 챙겨서 오래오래 마른 등 긁어주며 외롭지 않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