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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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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지혜창고(19) 집에서 휴가 보내기


BY 남상순 2012-08-22

 


 

 

친구들이 휴가간다고 여기저기 전화가 오는데 우리는 오늘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습니다.
저녁때 남편이 뜬금없이 \'인천에 삼치거리가 있다는 말\' 들어보았느냐고 하더군요
인천에 40년 살았는데 처음 듣는 이야기였어요
방송에 방금 나왔다고 동인천에 삼치거리가 있대요 삼치를 구워주는데래요
검색해보니 교육회관 뒷골목에 있더군요
지공타(지하철 공짜로 타는 사람) 1호선을 탔습니다.
남편왈 우리 자가용 시원하고 좋다나?

웬걸, 동인천역에 내리니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동인천 지하도에 들어가서 우산을 하나 샀죠
우산이 15000원 하더군요 싼것으로 8000원 주고 사서 둘이 같이 쓰고
어둑컴컴한 교육회관 뒷골목에 가니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에
우산을 썼지만 비를 함뿍 맞았습니다.

한곳에 들어가니 문전박대, 자리가 없답니다.
다시 한곳에 들어가니 또 문전박대, 역시 자리가 없다고 하는군요
오늘 방송을 타더니 손님이 많은가봐요 우리보고 서울에서 왔느냐고 하더군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삼치구이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그 속에도 어떤 집은 손님이 한사람도 없이 텅비었더군요

가까스로 한가게에 들어갔더니 주인이 식사하러 왔느냐고 묻더군요
그렇다고 했더니 여기는 술집이라 공기밥을 주긴 하지만 식사 메뉴가 없답니다.
우리가 술 먹을 사람들로 보이질 않았던지? 그만 쫒겨 나고 말았죠
안그래도 담배연기에 숨을 못쉬겠더군요. 공공식당에서 담배 피워도 되나요?

빗줄기는 멈출줄 모르는데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올려니 택시도 없고
다시 옷이랑 신이 다 젖었고 머리만 우산에 박고 간신히 동인천 지하도를 통과하는데
지하에 에어컨을 얼마나 강하게 틀었는지 사람까지 냉동될 지경이예요
그곳에서 하루종일 사는 사람들 냉방병 걸리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다시 전철을 탈려고 에스커레이터를 타는데 남편이 없는거예요
고함을 질렀죠 \"은혜야\" 아직도 급하면 시집간 딸 이름을 불러대니...

대답을 하는데 인천방면 반대쪽으로 남편이 올라가고 있는거예요.
틀린줄 알았지만 같이 내려올려고 나도 따라 올라갔죠
다시 함께 내려와서 반대쪽으로 다시 올라갔습니다.
지하철을 자주 안타보니 방향감각도 없는지?

마누라도 안챙기고 왜 엉뚱한 곳으로 혼자 가는지?
마음 같아선 구박을 한바가지나 하고 싶은데 참았죠
간석역 내려서 집까지 걸어오는데 처량하더군요
밥도 못먹고 비만 쪼르르 맞고 우산한개 사가지고 온 행보가 웃기는거예요

걸어오다가 느닷없이 던킨도너츠 집으로 들어가더군요
빵은 소화가 잘 안 되어서 먹지도 않는 사람이 저녁에 웬 빵?
하지만 마음 상하게 하고 싶질 않아서 따라 들어갔다가
샌드위치하고 베이글로 저녁을 때웠습니다.

이게 뭔 일이래요?
테레비 보고 앉아서 한동안 홈쇼핑을 자꾸 해서 난감하더니만
이제는 이런 식으로 스토리를 만드는군요

운동 한 번 잘 했습니다.
저녁에 출출해서 이대로 잘 수 있을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