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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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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BY lala47 2012-03-26

 

며칠 전 마산에서 친구가 올라왔다.

신논현역에서 만나서 오산 가는 버스를 함께 타고 우리집에 들어서면서

친구가 말했다.

\"너희집에 처음 와 보는거네.\"

\"아니야. 이년전에도 왔었어.\"

\"거긴 양주였잖아.\"

\'양주에도 오고 오산에도 왔었어.\"
\"그건 절대 아니다. 여긴 온 기억이 없어.\"

친구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때 내가 안방을 내어줬더니 TV있는 방을 내어줘서 고맙다고 네가 말했잖아.\"
\"그럼 내가 침대방에서 잤단 말이야? 난 침대에선 체질적으로 못잔다.\"
\"네가 침대에서 잤는지 방바닥에 내려와 잤는지는 모르겠지만 너 분명히 안방에서 잤어.\"

\"얘 좀 봐라 우길걸 우겨라.\"

미치겠다. 증명할 방법은 없고 친구는 절대 아니라고 우기니 도리가 없었다.

 

친구가 상경 한김에 대학동창들을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했다.

아직도 대학에 강의를 나가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회의중이라면서

회의가 끝난후에 다시 전화를 하겠다는 친구의 말이었다.

친구는 다시 전화를 하지 않았다.

이틀 뒤에 온 전화 내용으로는 깜빡 잊었다는것이었다.

대학교수도 별수 없다.

우리 나이가 이제 깜빡 잊는 나이가 된것이다.

 

다음날 서울 사는 친구와 다시 만난 자리에서 마산 친구는 말했다.

\"얘가 건망증이 얼마나 심한지 날더러 자기 집에 두번째 오는거라고 하잖니.  절대로

온적이 없는데 말이야.\"

억울하기 그지 없었다.

\"얘는 천상 여자야. 김치찌게 밖에 없다고 하더니 반친이 다섯개나 되더라.

마늘장아찌가 맛있어서 새개나 먹었어. 내가 싫다는데도 머리에 셋트를 말아줘서

오늘 내 머리가 얘 작품이야. 미용에도 신경쓰는 천상 여자야.\"

\"배워라 배워.\"

서울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친구가 마산으로 내려간후에 일기장을 뒤적여보았다.

2010년 5월 20일에 마산 친구가 일박하고 간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오산에 삼월 일일에 이사를 왔으니 분명 오산에서 자고 간것이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너 2010년 오월 이십일에 오산에서 자고 갔어. 내 일기장에 있다. 이제 그만 우겨라.\"

\"난 전혀 기억에 없는데? 내가 여러 곳에서 잠을 자고 다닌 탓인가보다. 일기장에

있다면 사실이겠지.\"

건망증이 내것이 아니고 마산친구의 것임을 돌려주었다.

 

건망증은 치매는 아니라고 하지만 건망증때문에 서로 우기는 나이가 되었다.

기록을 해두는 일만이 최상이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