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 아기을 낳는다면 감실댁 마음이 많이 상할텐데 잘된일이다
설 장을 보려가는 기태씨 입은 연싯 벙글거린다
나이 서른세살에 이제사 아버지가 되다고 생각하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들이면 좋겠지만 딸이라도 괜찮다 한 해에 자식을 둘이나 보게 되다니..........
곡물전에 곡식을 넘기고 건어물전에 들려 제수용 건어물과 과일을 싸고
감실댁 몫으로 사과도 몇 개싸들고 포목점에 들려서 여자옷감 두 벌을
끈었다 명절도 닥아오지만 태중인 아내에게 축하선물을 하고 싶었고
작은댁도 옷이 변변치 않을걸 벌써부터 알아지만 감실댁에게 눈치가
보여서 못해주었는데 이참에 둘이 똑같이해주고 싶었다
기태씨는 올 설이 남다르다 늦게나마 대을 이를 자식이 생겨서 조상님 뵐
면목도 있고 세배을 받는 어르신들이 부디 떡뚜꺼비 같은 아들을 낳으라고
덕담을 해주시는것도 듣기좋다 누님들이 기뻐할걸 생각하니 마음도 흐뭇했다
정월 보름이 지나고 들녁에 농부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아낙네 손길도 바빠졌다
그녀도 이제 제법 임산부티가 나고 걸음도 느리고 몸도 무겁지만 바지런한
성격이라 잠시도 앉아 있질 못한다
\"행님 이걸로 새로해 입으시고 행님 입던옷 빨면 지꺼 해주이소 \"
\'아니 자네 해입어라 사다준걸 왜 나 주나 자네도 새옷 해입게나 \"
\"행님 아님니더 지는 나갈일도 업고예 그라고 정지깐에 일하는데는
새옷이 걸거친다 아님니꺼 행님이 입던옷도 괴안심더\"
\"나야 시집올 때 해온 진솔옷도 아직 있는데 \"
그녀는 설빔으로 받은 옷감을 감실댁에게 주고 자기는 감실댁이
몇 번 입던 옷을 잘 손질해서 입었다 그녀는 큰댁을 시어머니 모시듯 했고
감심댁도 친동기처럼 대하니 집안에 큰소리날 일이 없다
모심기가 끝나고 논매기 하는 일꾼들 점심을 해주던 그녀는 조금씩 진통이
오는걸 참으며 일을 해보지만 점점 더 통증이 심해온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신음소리을 내며 정지바닥에 누었다
채전에서 찬거리을 해 들어선 감실댁이 신음소리에 놀라서 정지로 달려와보니
그녀가 배을 웅겨안고 딩굴고 있었다 그녀을 부축해 방에 들어가 눕혀놓고
부리나케 당숙댁으로 가서 당숙모님을 모셔왔다 처음이라 겁도 났지만
들에 일꾼들 점심도 해주어야 했다
그녀는 이렇게 아프다 정말 죽는게 아닌가 생각하며 신음소리을 내지 않으려고
이을 앙다물어도 자기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터져나온다
당숙모님은 그러다 이빨이 상하니 소리을 질라고 하지만......
이틀간 심한 통증에 시달리다 딸을 순산했다
당숙모님이 지지바네 하시는 소리에 그녀는 아들이 아닌게 섭섭한게
아니라 자기처럼 여자로 태어난게 슬펐다 가무럭 잠이 들어나 보다
감실댁이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떳다
\"수고했네 딸이면 어떤가 국밥을 달게 먹어야 젖이 많다네\"
\'행님 지송시럽심더 손귀한 댁에 아들을 낳서야 하는디요\"
\" 별소릴 다하네 어여 국밥이나 먹게\"
기태씨는 논을 메면서도 아기가 어떻게 생겨는지 궁금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손가락 발가락은 다 있는지 눈. 코.입은 제자리에 붙어있는지 ......
일이 끝나기 무섭게 집으로와 세수을 하고 일복을 갈아입고 아랫방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갔다 산모도 아가도 잠에 취해서 아빠가 들어오는지도 모른다
기태씨는 가만히 아기을 안아 품에 꼭 품어본다
아가에게 비릿한 내음이 나고 새근대는 숨소리도 나는게 신기하고 귀여웠다
손도 만져보고 발도 만져보고 볼기도 두들겨보며 이제사 아버지가 된것 같아서
저절로 웃음이 났다 웃음소리에 산모가 눈을 떳다
\"지지바라서 지송 하니더 \"
\'뭔 소리여 딸낳으면 아들도 낳케제 임자 달마서 이쁘구먼\'
\".......................\"
방문이 열리고 감실댁이 저녁을 가지고 들어오는 바람에 기태씨는
얼른 밖으로 나와서도 자꾸만 웃음이 난다
감실댁도 몸이 무거운데 누워서 받아먹기가 민망해서 한 칠이 지나자
그녀는 정지로 나갔다 산후조리 잘못해 병이라도 나면 나중에 남편이
힘든다며 감실댁이 한사코 말려 방에 들어오긴해도 마음은 편하지 않아지만
삼칠일이 지내고야 정지 출입을 했다
추석이 지나고 곧바로 감실댁은 해산을 하려 친정으로 갔다
당숙모님이 한 지붕밑에 두 사람이 해산 하는게 아니라는 얘기도 있지만
백일도 안된 간난쟁이을 데리고 농사 바라지도 하기 힘든데 자기 산후조리까지
그녀에게 맡기기가 미안해서다
구월 하순께 감실댁이 아들을 순산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기태씨는 당장
달려서 아들을 안아보고 싶어나 벼베기가 한창인지라 집을 나설수가 없고
딸과 달리 아들은 더보고싶은 마음이 간절해 하루가 여 삼추처럼 느껴졌다
타작을 하고 갈걷이가 끝날즈음에 감실댁은 한 달포만에 아들을 안고 개선장군
처럼 집에 오니 대소가 사람들에게 추카 인사 받기가 바쁘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한 번 임신이 되자 두 여자는 경쟁이라도 하듯 아이들이
두 돌을 넘기면서 둘째을 다시 두살 터울로 세째을 낳으니 금새 육남매가 되었다
감실댁은아들 둘에 딸 하나 그녀는 딸 둘에아들 하나을 낳아고 아이들이 커가자
집은 날마다 치워도 난장판 되고 몇 달사이 오랖.동생이라 맞고 터지고 울고
불고 그러다가도 도란도란 어울려 놀기도 한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그녀의
일손은 쉴 틈이 없이 바쁘고 날마다 벗어내는 아이들 옷가지며 먹새을
해대는라 힘이들지만 아이들 커가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위안을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