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의 마지막 날. 어제 달가운 봄비를 가슴 속에 끌어모으며 난 문득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가,내가 걸어왔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 위에서 어디쯤인가가 너무 궁금했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셋을 낳아 기르면서 벌써 큰 아들은 군에 입대해 장성해 있는데 내 나이 마흔 둘.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지?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졌었다. 멍하니 빗줄기를 응시하고 있자니 내 어린시절 나이팅게일을 읽으면서 꿈꿔왔던 간호사의 꿈이 보였다. 그래 내가 맨처음 꿈꿨던 것이지?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난 간호전문대에 들어갔다. 꿈이 무색할 정도로 난 연극동아리에 빠져 1년을 내 꿈에 대해 무관심했지. 결국 학업을 도중에 포기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잠시 접었다 생각되었지만 다시 그 꿈을 위해 노력하려고 해도 좀처럼 기회도 여건도 되지 않았다. 한동안 생각을 접고 살림에만 신경을 썼다. 둘째, 셋째아이까지 기르면서 난 제빵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짜투리시간을 이용해 학원도 가고 시험도 치르면서 자격증을 땄다. 본래 제과점을 차리기위해 준비하려했는데 그 자금을 모으려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반 개짜리 임시직원도 제과점에서 일하면서 해봤다.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여러 시도를 해본것으로 어느 정도는 만족스러웠다. 이젠 시간이 많이 흘러 마흔을 훌쩍 넘기고 나니 하루하루가 내게 너무 한심하다고 덤벼든다. 여러 변명을 해보지만 대답은 늘 한가지. \' 어유, 이 한심한 인생아.\' 삼십대부터 한심했었나? 걸어온 길은 뚜렷이 보이는데 걸어가야 할 길은 짙은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여전히 한심한가? 난 자존심이 상당히 강하고 당당했던 사람이야. 스스로 격려도 해보지만 별 효과는 없어보인다. 갱년긴가? 좀 더 힘을 내보기위해 난 운전면허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십대라고 하지만 뭔가는 해보기위해 내 자신에게 뭔가는 해주기위해. 그러면 안개가 조금씩 걷히고 길이 보이겠지? 한다 해,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