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검진 결과가 나왔다. 유방암 검사에 이상이 있으니 초음파를 해보라고 했다. 자궁을 들어낸후 홀몬제를 먹는 사람은 육개월에 한번씩 유방암 검사를 하라고 했지만 늘 이년에 한번 건강검진에서만 하고 보니 올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음파 결과를 보니 양쪽 유방에 혹이 발견되었다. 고개를 갸웃둥 거리는 의사 선생님은 내게 물었다. \"다니시는 대학병원이 있나요?\" \"소견서와 초음파 시디를 드릴테니까 대학병원에 가셔서 조직검사를 해보세요. 아무래도 조직검사를 하셔야 할것 같네요. 혹이 그리 크진 않지만 조직검사가 필요합니다.\"
어찌하나.. 조직검사를 해서 악성이라고 판명이 날 경우에 어찌 할것인가. 다른 곳에 전이가 되지 않았다고 장담을 할수는 없을것이고 아예 검사를 하지 않는것이 낫지 않을까. 여러가지 생각을 아니 할수가 없었다. 온몸에 수술자국이 많은데 육십이 넘은 나이에 유방에까지 칼을 댄다는건 용납이 되지 않았다. 흉선 절제할때 가슴 한복판을 잘랐고 갑상선 수술로 목에도 흉터가 있고 담낭 절제할때 갈비뼈 따라 난 흉터와 자궁 절제때 난 흉터는 아직 선명하다. 나는 이제 몸에 칼은 대는 일은 하고 싶지가 않다. 노인이 넘쳐나는 세상에 이 나이에 더 살기위해서 수술이라니.. 살만큼 살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정리를 하자.. 그런 생각으로 잠을 설쳤다.
그래도 우선 무슨 혹인지 알기는 해야지.. 그런 결론을 얻고 주치의인 고려대 흉부외과 의사를 찾아갔다. 십칠년째 주치의인 의사선생님은 나를 반겨주었다. 소견서를 내밀고 진찰을 받았다. \"암은 아닌것 같은데요. 그래도 외과에 유방암 전문의에게 다시 진단을 받도록 하지요.\"
방마다 가서 가슴을 보여주는 날이었다. 가져간 초음파 시디를 자세히 들여다 보던 외과 의사는 내게 물었다. \"가족 중에 암 환자가 있었나요? 겨드랑쪽에서부터 세밀하게 짚어보기를 하는 의사에게 물었다. \"안좋아요?\"
\"조직검사까지 할 필요는 아직 없어요. 홀몬제 끊고 육개월 후에 초음파를 다시 한번 해보기로 하지요.\" 육개월 후에 예약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나는 알고보니 살고 싶었던 것이었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부재중 전화가 있었다. 걱정을 한 친구가 내 전화를 기다리지 못하고 했던 모양이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병원에서 뭐래?\" 친구가 다급하게 물었다. 내 말에 친구는 까르르 웃었다. \"신혼 살림?\" 내 화실을 네 집필실 옆에 만들테니까 사이좋게 각자 일에 열중하자.\" \"그러자. 갈게.\" 그림을 전공한 친구는 개인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광화문 친구의 집에 가니 내 진단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는지 와인 건배를 하자고 친구의 남편이 권했다. \"우리 이제 가족이야. 알았지?\" 셋이서 건배를 했다. 내가 새 책을 출판할때 친구는 개인전 준비를 끝내겠다고 말하며 남편에게 으시댔다. \"우리 무서운 육십대라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