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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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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BY lala47 2011-12-18

 

한해가 저물고 있다.

멍청히 창가에 서 있는데 광화문 사는 친구가 전화를 했다.

\"넌 내가 전화 안하면 하는 법이 없지?\"

\"또 바가지 긁네.\"

\"강화에 집을 거의 다 지었는데 가보자.\"

 

친구의 차를 타고 강화에 갔다.

강화의 서쪽 끝에 있는 별장은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되고 있었다.

무공해 나무로 지은 집은 잡지에서 가끔 본듯 하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집은 전망이 좋았다.

\"너 여기서 혼자 지낼수 있겠니?\"

뜬금없이 친구가 묻는다.
\"혼자 지내는건 익숙한데 내 방이 없잖아.\"
\"방을 만들어주면 와 있을거야?\"
\"그러지.\"

\"이담에 대박 나면 집필한 곳이라고 우리 별장 사진이 잡지에 실릴수도 있겠다.\"

친구의 말에 크게 웃었다.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가. 함께 사는 연습도 해야지.\"

\"그러자.\"

\"이놈 저놈 다 만나봐도 내가 젤이지?\"
\"그래. 네가 제일 낫다.\"

친구와 침대에 누웠다.

\"넌 말이야. 가끔 표정에서 내가 눈치 보게 만들어.\"
\"그건 무슨 소리야?\"
\"가끔 표정이 굳어지면 내가 뭘 잘못했는지 신경을 쓰게 만든단 말이야.\"
\"그건 고칠수 없는 성격이니까 네가 적응을 해야지.\"

\"갑자기 어두워지잖아. 그럼 내가 안절부절 하게 된다구. 그러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게 된단 말이야.

그런 표정은 혼자 있을때 하는거야.\"

\"혼자가 습관이 되어서 그렇지.\"

 

앞으로 쓸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는 열심히 내 이야기를 경청했다.

\"일단 스토리는 이렇지만 잔가지는 다 쳐내어야지.\"
\"그래. 빨리 써. 시간이 얼마 없어. 급하단 말이야. 더 늙으면 감각이 떨어지잖아.

체력도 떨어질테고.\"
\"그럴 생각이야.\"

\"취재차 가볼곳이 있으면 나랑 함께 가자. 통영앞에 요내섬이라고 했지? 난 섬에 가는거 좋아해.\"

\"그래 알았어.\"
\"하루 더 자고 가면 안되니?\"
\"모래는 강남에서 저녁 약속이 있어.\"

\"그러니까 여기서 바로 가면 되잖아. 우리 기사아저씨더러 데려다 주라고 할게.

낮에는 시간 있지? 이태원에 엔틱 가구 좀 보러 가자. 강화에 갖다놓으려구.\"

\"그러자.\"

 

이태원의 가구점은 미지의 세계였다.

비싼 가격에 놀라는 내게 다 그런거라고 친구는 말한다.

그곳의 백만원은 나의 만원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낡아서 허물어져 가는 모양이 유행이라니 그것도 금시 초문이었다.

빈티즘이라나 뭐라나 이상한 이름을 붙여놓은것을 들으며 웃었다.

\"돈 쓰지 마라. 있는걸로 치장을 해. 쓸데없는 짓이야.\"
내 말에 알았다고 대답했다.

 

이박삼일을 광화문 빌라에서 지내고 친구와 헤어져 시낭송회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밤 길은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시가 좋았기때문에 시 낭송회에 간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천안행 일호선은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가좌 디지탈 단지역의 바람은 피할 곳이 없었다.

양주에 살던 시절에 맞던 도봉역의 바람과 흡사했다.

집에 돌아오니 온도계는 십도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집을 데우기도 전에 잠에 떨어졌다.

 

아침 일찍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어제 잘 들어갔어?\"
\"추워서 얼어 죽는줄 알았다.\"
\"그러니까 누가 기다린다고 그 밤에 오산까지 가느라고 야단이야?  앞으로는 저녁 약속이 있는 날에는

아무리 늦어도 우리집으로 와서 자도록 해. 알았지?\"

\"그러잖아도 그럴걸 그랬다고 후회를 했지.\"
\"너한테 내가 있다는거 잊지 말아.\"

\"입력하지.\"

성격이 전혀 다르고 사는 모양세가 전혀 다른 나를 친구는 왜 좋아하는지 의문이다.

냉정하다고 나를 탓하면서도 끊임없이 다가오는 친구는 늘 열정적이고 현실적이며 급한 성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십년 이상을 함께 해온 친구라는 것이 신기하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친구가 내게 베푸는 것이 있다면 나도 무언가 주는 것이 있어야 하는것이 아닐런지...

나는 무엇을 줄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