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가능하면 슬픈 영화를 잘보지 않는 편이다.
집에서는 몰라도 극장가서 슬픈영화 보는 것도 피하는 편이다.
눈물이 많은 터라 슬픈 영화를 보면 엄청 우는데, 영화가 끝나고 불이 환하게 켜지면
내 빨간 눈이며 빨간 코가 너무 민망하기 때문에.
몇 년 전 아는 동생들과 장동건이 나오던 \'태풍\'이란 영화를 보고 어찌나 울었던지...
마침 손수건이 없어 휴지로 찍어내며 울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와보니 내 얼굴 여기저기에
허연 휴지가 붙어있어 같이 간 동생들이 배꼽을 잡고 웃어댔었다.
그다지 슬프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무슨 장면에서 그렇게 울었냔다.
일단 내용이 많이 슬프더라도 끝이 슬프게 끝나지 않으면 그런대로 폭풍눈물은 면한다.
하지만 끝이 새드엔딩이면 무지무지 운다...ㅜㅜ
주로 주인공의 회상씬에서 눈물이 터지는데 옛날 즐거웠던 장면이나 평온하던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은
내 눈물샘을 자극한다.(이 부분에서 남들은 잘 안울더만..)
여하튼 그 뒤로 소문이 나서 슬픈영화 보러 갈땐 나를 데리고 가려고 한다.
내 우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이 무슨 악취미란 말인가...^^;
그래도 웬만하면 끗꿋하게 가지 않는데 어제 S가 \'오직 그대만\'을 보러가자고 그랬다.
개막작이라 영화제 기간때부터 보고싶었는데 여의치 못했다고.
그녀가 팔을 다쳐 2주째 깁스를 하고 있는 터라 위로차원에서 보러가기로 했다.
영화 못봐서 우울하면 안되니까...ㅎㅎㅎ
그렇게 여자 넷이서 조조타임으로 나란히 영화를 봤다.
생각만큼 슬픈 영화는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비극적인 결말은 아니라 참 다행이었다.
그것때문에 보는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했으니까.
그래도 끝으로 치닫을무렵 전형적인 신파코드가 있어 울지 않을 수는 없었다.
여기저기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고 나란히 앉은 우리 셋도 손수건이 젖도록 울었다.
영화가 끝나고 코가 빨개진 세사람과 전혀 울지 않은 한사람...
울지 않은 M이 그런다....내가 이상한건가? 별로 울만하지는 않던데...내 감성지수가 낮나봐...
셋중 하나는 너무 울어 머리가 아프단다...ㅎㅎㅎ
가운데 한명은 옆에 두 언니가 너무 울어서 자기도 눈물이 났다고 그런다...^^;
여하튼...아침부터 울고...그리고 빨개진 코로 맛있게 밥을 먹고...
향기로운 커피 한잔에 소지섭 복근 얘기로 신나게 수다떨다 왔다.
음....나쁘진 않았다.
한효주도 너무 이뻤고....
이 가을에 딱 어울릴만한 영화다.
울긴 했지만 기분은 좋은 하루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