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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 그 넘지 못할 산


BY 이안 2011-09-07

난 구불구불한 머리를 싫어한다. 그래서 미용실 가는 것을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미루곤 한다.

그러다보면 내 보기에도 어쩔 수 없다 싶을 만큼 눈에 거슬리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훌훌 털고 주머니에 돈을 찔러 넣은 후 미용실로 향한다.

 

미용실로 향하는 내 마음은 복잡하다.

맘에 안 들면 어쩌나?

미용사가 또 엉뚱한 머리를 해 놓으면 어쩌나?

 

아마도 난 미용사를 믿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단호하게 내칠 수 없는 게 나이기도 하다.

거울 속의 나를 좀 더 편안하게 만나고 싶은 욕구가 자꾸 날 채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거울을 안 보고 살자니 그도 쉽지 않다.

하루에도 몇 번은 무의식적으로 거울 앞에 가 서곤 하니까 말이다.

 

어제도 난 거울 속에서 나와 마주쳤다.

묶지 않으면 부스스한 머리를 보며 그 어쩔 수 없는 모습을 인지한다.

 머리를 감고 돈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미용실로 향한다.

 

어떻게 오셨어요?”

파마하러 왔어요.”

 

거기까지는 자연스럽게 잘 진행이 된다.

하지만 내가 의자에 앉고, 미용사가 다가와 내 머리를 매만지며 묻는다.

 

어떤 머리를 하실 건가요?”

 

난 설명을 한다.

구불구불한 것을 싫어한다는 것과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머리를 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파마가 워낙 잘 나온다는 것도,

내 머리를 예를 들어 볼륨 파마한 지 7개월이 지났는데도 구불거리는 게 펴지지 않을 만큼 파마기가 잘 가시지 않는다는 것도 열심히 설명을 한다.

그러니 그 특징을 알고 적절한 파마 방법을 찾아서 내가 원하는 머리를 해달라는 뜻을 전한다.

 

그녀는 내 머리를 들추며 층이 진 머리로는 내가 원하는 머리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말한다.

 나는 그녀의 말을 받아들인다.

결국 머리를 뒤로 묶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미용실을 나온다.

그러면서 난 생각한다.

 

 

정말 없는 걸까?

아니면 그들이 방법을 찾지 못하는 걸까?

내 머릿속에는 있는 머리모양이 그들의 머릿속에도 있기는 할까?’

 

 

타박타박 집으로 돌아온다.

햇살은 따끈하게 내리쬐는데 끈적임이 전혀 없는, 전형적이 가을 날씨다.

그나마 다행이다.

햇살이 피부에 와 닿는 게 뽀송뽀송하게 느껴진다.

텁텁했던 마음이 덩달아 뽀송뽀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