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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아버지의 산소


BY 그대향기 2011-08-30

 

 

 

어제 시댁어른들 산소에  벌초를 다녀왔다.

열흘이 넘도록 햇빛이라고는 한조각도 안 나오더니

어제는 막바지 더위가 오지고도 오졌다.

걷기만 해도 땀이 구멍이란 구멍에서는 다 삐져 나오는 듯 주르륵~`

벌초라고는 해도 남자들이 다 하고 여자인 시어머님과 나는 물병만 들고 왔다리 갔다리~

낫들고 그늘에 섰거나 양산 쓰고 나무 그늘에 앉았거나.

그래도 숨이 가쁠 정도로 날씨가 몹시 더웠다.

밀양은  얼음골사과로 유명한 곳인데 그 동안 일조량이 턱없이  부족해서

얼음골 사과는 아직도 시퍼랬다.

사과향이 진동할 시기의 산인데도 풋내음만 설핏설핏.

 

시아버님의 할아버님 산소로 해서 장가 못가고 돌아가신 시삼촌 산소까지

예초기를 둘러 멘 남편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만나뵙지도 못한 어르신들 산소에 벌초를 다 했다.

산소에서 제법 떨어진  둘레까지 깨끗하게 풀을 베고

내려오는데 오래 전에 돌아가신 친정 아버지가 생각났다.

이제는 산소도 없으신 아버지.

살아생전 절대로 복잡하고 시끄러운(?) 공동묘지엘랑은 묻지 말아달라던 유언의 말씀대로

조용하다못해 적막한 외진 산에 아버지 산소 하나만 달랑 세워 드렸다.

자식들인 우리 오남매는 평지에 세워 드리자 했는데

미우나 고우나 지아비의 소원을 받을어 엄마는 아버지 소원대로 해 드리자고 하셨다.

과수원하던 산이었는데 아버지 산소 할 만큼만 사서 해 드렸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장례식날도 그랬지만 그 후에 명절에 성묘 때도 오르기가 꽤 힘든 산이었다.

자연친화적인지는 몰라도 인간적이진 못했던 아버지 산소.

자식들한테 결코 수월한 일은 아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정말 우연히 아버지 산소는 없어지고 말았다.

그 산으로 고속도로가 생기게 되었다며 이장을 통고받았다.

어디로 이장 할 것인지 의논을 하는데 엄마가 대뜸 말씀하셨다.

\"이장은 무슨 이장???

 돌아가시고 그만큼 자식들 애 먹였으면 족하지.

 마 화장해서 흩어버지고 말아.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만큼 애 먹였으면 됐다.

 납골당도 말고....\"

 

오빠들은 납골당에라도 안치를 하자고 했지만 엄마는 자식들 힘들다고 강하게 반대를 하셨다.

 그래서 이장 대신 화장을 했고 아버지의 흔적들을 바람결에 풍장을 하고 말았다.

깊은 산속 그 어디메에.....

평소의 말씀대로 자유롭게 훨~~훨~~

아버지는 늘 자유를 갈망하셨다.

가정이 있고 처자식이 올말졸망 있었지만 늘  혼자이신 척.

그렇게 자유를 갈망하셨지만 언제나 현실의 벽은 아버지를 숨막히게 만들었다.

비타협적이고 지극히 이기적이기까지 하셨다.

가족이란 울타리를 함부로 허무시는 그런 어른이셨다.

 

장례식 말고는 딱 한번 아버지 산소엘 가 봤던 무심한 딸이었지만

막상 없애고 나니 얼마나 허무하던지...

그래도 그 산 어디메쯤 아버지가 잠들어 계시다는게 큰 위안이 되었었는데

아무데도 안 계신다고 생각이 드니 참 많이 섭섭했었다.

아니 오히려 안 계신 듯 늘 나와 함께 하실지도 모른다.

수시로 불어오는 바람결에 함께 찾아 오시는 아버지.

외동 딸이 어떻게 사나 얼마나 궁금하셨을까?

아버지 살아 생전 잠깐 딱 한번밖에 못 본 사위가 내 딸을 고생시키나 안 시키나...

내 외손녀 외손자들을 잘 거두나 안 거두나...얼마나 조마조마하실까?

 

아버지는 이제 그 어디에고 흔적은 없으시지만

일렁이는 바람결에도 속삭이는 바람결에도 늘 함께 하신듯 하다.

잘 가꿔진 잔디 봉분이 없으셔도 더 크고 견고한 봉분으로 내 기억에 남은 아버지.

어디에 계시든 늘 이 딸의 안부가  궁금하실 아버지.

엄마는 입버릇 처럼 그러셨다.

\"나는 죽거들랑 너거 아버지하고 같이 묻지마라.

 그 근처에도....

 이 세상에서도 지긋지긋했는데 저 세상까지가서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저 세상에서는 나도 훌~훌~다 털어내삐고 혼자 살끼다\"

이제 엄마도 곧 아버지 곁으로 돌아가셔야 할 연세다.

그렇게도 부부연을 탐탁치 않게 여기시던 엄마 소원대로   혼자이시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