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이 여름은 지루하고 지친다..
암울한 소재로 소설을 시작하니 즐거웠던 일은 조금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왜 웃었던가 기억을 하지 못하겠다.
웃어서는 안될것 같다.
장마가 끝나고 찬란한 햇볕을 창으로 받으면서도 왜 나는 어둡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는걸까.
예전에 서울 구치소에 석달간 하루도 빠짐없이 면회를 다니던 시절이 기억에 남아 있다.
참으로 많은 불행이 그곳에 있었다.
억울하지 않은 생이 없었다.
재판을 받던 한 초라한 남자가 생각난다.
어디가서 도둑질도 못하느냐고 가난에 찌들린 마누라가 능력없는 그 남자에게 그렇게 말했단다.
그 말에 남의 집 담을 넘은 남자는 경찰에 잡혀왔다.
훔친 돈은 이만원이었다.
그날 판사의 결정이 기억에 남는다.
마누라가 그렇게 말했다고 진짜로 담을 넘는 바보가 어디 있소라며 나무랐다.
벌칙금 이만원으로 가석방이 되는 장면을 잊을수가 없다.
나는 그날의 재판에서 솔로몬의 심판이 생각났다.
그 남자는 이만원을 구해서 벌칙금을 내었을까.
가끔 그 남자가 궁금해진다.
소설의 주인공은 세살에 고아원에 버려져서 엄마를 만나면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실제로 얼마전 엄마와 새아버지를 죽인 사건이 뉴스에 보도 되었다.
그 사람의 원한을 짐작해본다.
신문팔이에서 시작해서 소매치기...여러번의 교도소행,..
청송 교도소까지 가게 되는 일..
청송에서 수녀님과의 만남..
출소자의 집에서 느끼는 사회..
교화시키기 위해 따라 다니는 수녀님..
그리고 마약과의 만남...
그리고 엄마를 만나는 장면...
그 주인공의 인생을 세살부터 마흔까지 들여다보면서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빼곡히 적은 자서전이라는 제목의 노트를 몇번씩 읽어보며 눈시울을 적신다.
이런 인생도 있구나..
우리는 하찮은 불행에 엄살을 떠는구나..
나는 내게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나를 보호하려는 안깐힘으로 보호막을
튼튼히 쌓아가며 살고 있다.
그 보호막때문에 내가 더 힘이 든다는것을 깨닫지 못한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인지도 모른다는 생긱을 하게 된다.
글은 많이 썼니..
그런 질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번에는 쉽게 진전이 될것 같지가 않다.
나 자신이 많이 아파하고 슬퍼하면서 행복인줄 몰랐던것이 행복이었다는것을 알게 되고
사랑인줄 몰랐던것이 사랑인줄 알게 되는 그런 시간이 연이어 나를 아프게 할것같다.
이 여름에 나는 책상앞에 앉아 혼자의 시간과 싸우면서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
싸울 것 같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의 과욕...그것을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