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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일당


BY 그대향기 2011-07-09

 

 

 

며칠 전 2주만에 하루 쉬는 날

그날은 34도를 웃도는 지독하게 더운 날씨였다.

태양은 지글지글 타다 못해 익어가고 있었다.

그 열기를 토해 내듯 햇살은 더운 김을 훅훅 불어내고 있었다.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더운 날씨였다.

들이 쉬는 숨이 목구멍도 넘어가기 전에 벌써 익어서 넘어가고 있었다.

아버님댁 수리를 마치고 나온 폐자재들을 사람을 불러 처리하자니

그 일당도 만만찮고 일의 성격상 지켜보고 있어야하겠기에

그냥 남편이랑 둘이서 마무리 짓기로 했다.

 

읍내 큰 마트에 가서 매립용 푸대자루를 몇개 사고

일반 쓰레기용 비닐봉투도 몇장 샀다.

머리에는 썬캡을 쓰고 면티셔츠에 팔토시를 했어도 뜨겁다.

얼굴에는 썬크림을 발랐는데 덥고 끈적이는게 영~~개운치 않다.

그래도 햇살이 너무 뜨거워 다 무시 할 수는 없었다.

비닐은 비닐대로 봉투에 담고 병은 병대로 그리고 이도저도 못하는

건설용 폐자재는 매립용 자루에 담아나가기 시작했다.

썬캡 아래로 땀방울이 마구 흘러 내리고 눈이 따갑기 시작했다.

그래도 하던 일 마무리 하려고 더위도 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먼지도 풀석풀썩

비를 맞고 썩어가던 쓰레기에서는 지독한 냄새까지.....

 

2주만에 하루 쉬는 날 그 더위에 피서는 못갈 망정

평소에 하던 고생도 모자라 이 고생을 시켜???

그러고 일하면 억울하고 괘씸했겠지만 그냥 이러는게   나을 것 같아서...

아버님댁 일이 남편 일이고 남편 일이 내 일 인 것을.

군소리없이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오전 일을 다 마쳤다.

나머지 흙은 포크레인을 하루 불러 정리하기로 했다.

썬캡을 쓰노라고 썼지만 얼굴은 늦 가을 잎 떨군 감나무에 대롱대롱 매 달린 홍시같았고

쿨토시를 한다고 한 팔은 익어서 벌~겠다.

일을 마치고 그늘이 없어 햇살 아래 세워 둔 짐차에 오르는데 아우~~`

여긴 완전 한증막이로구나~~

에어컨 빵빵하게 켜고 밥 벅으러 가자~~

 

그런데 차만 움직이면 잠이 드는 이 지독한 멀미.ㅋㅋㅋ

언제 잠 들었는지도 모르는데 차가 주차 하는 소리에 놀라 잠이 깼다.

근데 여긴????

분명히 점심 먹으러 가는 줄 알았는데 대구로 가는 국도변의 대형 옹기전이다.

\"당신이 아무 말 없이 일을 잘 해 준 덕분에 그 많은 일을 오전에 다 마쳤잖아.

 오늘만큼은    내 눈치 보지말고    맘에 드는 화분 사도 돼.

 단 갯수는  두 개만이다~~!!ㅎㅎㅎ\"

이 무슨 횡재수랴??

잠이 확~달아나고 두 눈이 반짝반짝.

더위까지 싸악~~사라지는 이 반가운 소리.

 

그 너르디 너른 대형 옹기전을 이리저리 둘러 보고 만져보고 두드려도 보고.

깡깡깡.....

퍽퍽퍽.....

통통통....

크기와 모양에 따라 소리도 다양하다.

모양도 가지가지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몇천원에서 수십만원까지.

탐나는   그릇이야  많았지만  형편에 맞게.ㅎㅎㅎ

딱 두개만 고르고 나오는데 발걸음이 자꾸만 뒤로뒤로...

그래도 그냥 집안 일 도운건데 옹기그릇 두개가 어디냐구~~

하나는 화분이고 하나는 수련을 키울 물확처럼 큰 옹기.

기분이 좋아좋아~~

그런데 점심까지 얼음 동동 물회를 쏜다.

캬~~~~

시원한 이 맛.

 

맛있는 점심까지 먹고 집으로 돌아 오는데

늘 지나다니기만 하고 정작 들어가 사기는 버거웠던 골동품가게 앞에서 잠시 주차를 요청했다.

정말 구경만 하려고.

진짜진짜 구경만 하려고.

내리면서  차 안에서 먹으려고 실었던 옥수수 튀긴 것을 들고 내렸다.

손님이 들어서는 것을 아신 사장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구경만 할께요오~~~

 그리고 이거 ~~

 손님 없고 심심하실 때 드세요.ㅎㅎㅎ\"

일단은 덜 서먹서먹하게   대화를 텄다.

이 가게에도 탐나는 물건 천지다.

그러나 그냥 구경만 하고 가는거다.

 

어느 고을 어느 집에서 가져 다 놓았는지 옛날 물건들이 즐비하다.

돌절구며 물확 그리고  탈곡기며  멍석에 어마어마한 장독에다가 희안한 항아리까지.

새우젓항아리며 식초항아리는 참 희안하게도 생겼구나....

물 담아두고 먹는 독은 크고 튼실하게 생겼고

콩나물시루는 좁다랗게   이쁘기도 해라.

이리저리 눈을 반짝이며 돌아보는데 아하~~~

이 물건은 손잡이가 하나 떨어져 나갔으니 꽃심는데는 이상이 없는데

가격이 어떨란지?

일반  플라스틱 화분에 심어두는 것 보다 항아리나 토분에 심으면 꽃들이 훨씬 잘 자라준다.

탐이야 났지만 가격때문에 쉽게 들이지 못했던 그릇들이다.

그런데 손잡이 떨어진 항아리라도 꽃심는데는 별 지장이 없을 것 같아 가격을 물었더니

뜨악~~~~

비싸다.

 

요즘은 골동품상들이 하도 많고 수집가들이 많다보니

사람들이 자주 못 가는 섬에 가지 않으면 오래된 그릇들도 구하기 힘들단다.

너도나도 다 가는 바람에 가격도 덩달아 높아만 가고.

생각보다 비싼 가격 때문에 마음을 돌려 먹고 돌아나오는데

옥수수 뇌물을 받은 그 사장님.

\"저어....

 그냥 제가 산 가격만 주고 가세요.

 다른 분들한테는 6만원 받는건데 사모님한테는 3만원만 받을께요.

 저어기..전라도 가서 사 온거거든요.

 손잡이가 떨어져 나가도 이런  항아리는 흔치 않아서요.

 진짜로 좋아하시는 모습이 보여서요.\"

으흐흐흐흐흐흐흐...............

뇌물이 통하는 세상.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하여 구경으로 끝나지 않고 손잡이가 떨어져 나갔거나말거나

오래 된 항아리 하나 더 추가요~~`

여자 하루 노가다 일당치곤 쏠쏠하다.

이런 노가다라면 쉬는 날 마다 해도 좋겠다~~ㅎㅎㅎ

남편은   웬만한 남자보다 힘이 더 좋은 아내가 그 많은 일을

오전  중에 잘 마쳐줘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뭐 그런 선물이란다.

고맙고

이런 일꾼 자주자주 알바시켜 주세용~~~ㅎㅎㅎ

항시 대기 중입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