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라 이런저런 행사들이
많은데 이번엔 특별히 기억에 남을만한 시간을 보냈다
친정엄마를 모시고 언니와 외도로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통영을 한 번 꼭 가보고 싶으시다는 엄마의 얘길 들으면서
우린 엄마의 연세도 있으신데 너무 먼 거리를 여행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 싶어 미루고만 있다가 결국 일(?)을 냈다
요즘 언니도 마음이 심란하고, 나 역시 남편과의 갈등으로
스트레스가 풀리질 않았던 참이라 기꺼이 이번 여행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50중반의 나이가 되도록 엄마를 모시고 여행을
다녀본 건 한 번도 없었던지라 예약을 해 놓은 때부터
마음은 마냥 설레고 그날만 기다려졌다
올봄은 날씨가 비가 왔다하면 천둥,번개를 동반한
변덕스러움을 부리는지라 여행 가는 이번 주에도
가야되나 말아야 되나 갈등의 연속이었다
모처럼 나선 길에 비까지 와서 다니는 길이 고생스러우면
엄마가 힘드실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취소를 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여행사에 통화를 해보니
하루 전에 취소는 한 푼도 환불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에
한 두 푼도 아닌데 그냥 날리기엔 너무 억울할 것 같애
비록 날씨가 안 좋더라도 강행군을 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원주에서 출발 하루 전날 언니와 서울을 오셨는데
형부가 미리 예약해 둔 호텔에서 하룻밤을 세 모녀가 자고
12일 아침 7:30분에 서울역으로 KTX를 타러 나갔다
우리의 여행지는 통영과 외도로 해서 부산까지 둘러보는
1박2일의 빡빡한 코스여서 노인 걸음으로 행여 무리가
되진 않을까 염려는 되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세 모녀는 오붓한 여행길에 올랐다
올해 78세이신 엄마는 소녀처럼 들뜨고 행복해 하시는
모습인지라 언니와 나까지 흐뭇하였다
엄마와 이렇게 여행을 떠나는 건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흐르는 시간들이 무척이나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번 여행에 동반한 다른 팀들중에 우리처럼 딸들이
어머니나 부모님을 모시고 효도여행을 하는 경우가 눈에 띄어
오신 부모님들이 더욱 기뻐하시는 모습이 서로를
흐뭇하게 해주었다
외도에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선착장은 도떼기 시장이
따로 없었다
열대 식물들을 아름답게 가꿔 놓은 외도에서 엄마는
연신 탄성이 떠나질 않으셨다
그렇잖아도 감성이 풍부하고, 표현력이 좋으신 소녀같은
우리 엄마는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으셨다
그러면서 딸들 덕에 이렇게 좋은 구경을 다 한다며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취소 했더라면 나도 물론 서운했겠지만 엄마가 더 서운해
하셨을 것 같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쉬엄쉬엄 엄마를 모시고 외도를 돌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고, 광활한 수평선을 보노라니 그동안 옹졸한 마음으로
속을 끓였던 내 자신의 모습이 보이면서 스트레스가
저절로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듯 자연은 우리에게 위로와 위안, 치유를 동시에
해주는 훌륭한 스승임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외도에서 나와 곧바로 통영 미륵산에 케이블카를 타러
올라갔다 여기서도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붐벼
시간을 맟추기가 빠듯했다
8명씩 탑승하여 천천히 산 정상을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한려해상의 아름다운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탄성을 지르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정상에서 케이블카를 내린 우리는 멋진 다도해 경치를 내려다보며
언니와 속에 있는 말도 허심탄회하게 나누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다 나왔다
여행을 오길 잘 한 것은 엄마뿐만 아니라 나와 언니의
가슴 속 상처까지 아울러 아물어 지는 듯하여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여행을 자축하였다
저녁에는 통영 중앙 어시장에 나가 모듬회를 먹고, 시원한
맥주까지 한 잔씩 하며 모처럼 이뤄진 세 모녀의 행복한
여행을 기념하였다
이런 날이 과연 또 올 수 있으려나 하는 마음으로....
엄마가 어린애마냥 기뻐하는 모습에서 언니와 나는
자식된 도리를 다하는 것 같애 그저 마음이 흐뭇하기만 하였다
다음 날은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인 한산도를 방문하여
임진왜란때 나라를 위해 싸운 장군의 마음을 느껴 보고자
열심히 그 흔적을 둘러 보았다
지금은 우리에게 우국충정의 기개를 지닌 정치 지도자가
없다는 현실 또한 새삼스레 되새겨 지는 시간들이었다
한산도를 떠나 부산 해운대에 도착해서는 아쿠아리움에 들어가
온갖 신기한 물고기들을 유리창을 통해 보니 나도 동심으로
돌아간 듯 연신 탄성이 절로 나왔다
머리 위를 지나가는 상어는 날카로운 이빨이 무시무시하였고
은빛 고등어떼의 군무는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갔다
맨 마지막에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로 유명한 자갈치시장에서
자유시간을 가졌다 현대식으로 지은 갈매기 모양의 어시장엔
수산물을 파는 상인들의 건강한 삶이 싱싱한 생선 못지 않게
가득 퍼졌다
점심 겸 저녁으론 밀면이라는 쫄면 비슷한 비빔국수를 먹으며
여행의 마무리를 장식하였다
어쩌면 앞으론 쉽지 않을 엄마와의 2박3일 짧은 듯 긴
여행은 살아가는 내내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으로
남겨질 것 같았다
엄마, 부디 오래오래 저희 곁에 계셔 주세요
그리고 사랑해요!!!
(뒤늦게 사진을 올려 봤습니데이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