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이 먹고 싶었다.
장충동 평양냉면도 생각이 나고 고박사 냉면도 생각나고 분당 평양냉면도 생각이 났고 수지에 있는 코다리 냉면도
먹고 싶었다.
며늘애한테 문자를 보냈다.
\"코다리 냉면 먹으러 갈까?\"
오케이 답장이 왔다.
구정에 세배를 받은 후에 만나지 않았던 이유는 있었지만 요즘 자주 전화를 해오는 며늘애를 보면서
지난 일은 접기로 한다.
기도와 함께 아팠던 일을 딛고 일어난 며늘애가 고맙기도 했다.
며늘애가 있다는 교회에 며늘애를 만나러 갔다.
\"우리 시어머님이세요.\"
여러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한다.
\"윤지가 할머니를 꼭 닮았네요.\"
사람들이 나를 보며 웃었다.
\"초음파 사진까지도 할머니랑 판박이었다니깐요.\"
둘이서 냉면을 맛있게 먹고 윤지가 있는 어린이 집에 갔다.
넘어져서 울었다는 윤지가 할머니를 보더니 눈이 동그래진다.
\"윤지가 울고 있는데 할머니가 와서 깜짝 놀랬어요.\"
윤지가 수다스러워 진다.
함께 마트에 가서 시식코너에서 시식을 하면서 윤지가 묻는다.
\"할머니 갈거야?\"
\"응.\"
\"할머니 가지마.\"
아파트에 돌아와서 윤지는 내게 붙어서 떨아지지를 않는다.
며늘애가 해주는 오리고기 샐러드와 연근 파래 전은 맛이 있었다.
\"할머니 화장실 좀 다녀올게.\"
\"싫어.\"
\"싫으면 어떻게 해.\"
\"같이 가자.\"
\"그건 안되지.\"
\"그럼 가지마.\"
이런 싱겡이를 하면서 윤지를 무릎에서 떼어놓으려고 했지만 끌어안고 있는 녀석에게서 해방되기가
힘이 들었다.
\"할머니가 와서 윤지는 깜짝 놀랐어요.\"
그 말을 자꾸만 한다.
외박을 계획하지 않았지만 침대에 함께 누워서 그림책을 읽다보니 윤지와 동침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옷 사줬어.\"
\"그랬어? 예뻐?\"
\"응. 할아버지 좋아.\"
\"그렇구나.\"
생일 노래 놀이 하자고 한다. 생일 축하합니다..노래를 시작한다.
사랑하는 우리 아빠에서 시작한 생일 놀이가 사랑하는 엄마. 할머니.. 윤지..할아버지까지 하더니 아줌마 할머니까지
나온다.
아줌마할머니라는 말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하하 웃으니 나를 바라본다.
윤지가 잠이 들었다.
\"자는 모습도 예쁘네.\"
\"속눈썹은 어머니를 닮지 않아서 아쉬워요.\"
며늘애가 말한다.
아들의 승진 소식이 무엇보다 반가웠다.
윤지 옆에 누우니 자던 녀석이 나를 만져보며 웃는다.
아침에 윤지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서 말했다.
\"할머니는 이제 가야 하니까 엄마가 데리러 올거야.\"
\"그럼 안고 가.\"
목에 매달린 녀석을 내려놓지 못하고 걷다보니 차에 태워서 올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다음 주에 오산에 갈게요.\"
며늘애가 말한다.
돌아오는 길에 햇빛이 찬란했다.
또 하나의 탄생을 앞둔 봄이 내게 유난히 밝고 쳥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