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녁 무렵 남동생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혹시 자기 딸래미한테 내가 편지 보낸 걸 알고 전화를 했나
싶어 받았는데 고관절로 요즘 병원 다니느라 고생이 많단다
그렇잖아도 한식때 친정 아버지 산소를 여동생과 같이 가기로
해놓고는 다리가 많이 아프다며 여동생 혼자서 다녀왔다길래
걱정이 되었는데 빨리 낫지를 않고 더 심해진 건가 싶어
염려가 되었다
그러나 통화를 하다보니 정작 하고 싶은 얘기는 그게 아니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펼쳐 온 게 벌써 몇 년째인데
워낙 없이 시작한 일이라 늘상 자금 압박을 받으며
많이 힘이 드는 것 같았다
남동생이 결혼한 지 18년째인데 워낙 말이 없고, 착하기만한
올케와 달랑 딸래미 하나 데리고 그래도 잘 사나보다 했는데
처음으로 올케에 대한 불만 섞인 소리를 들으니 천생연분,
잘 맞는 짝꿍이려니 싶었던 생각이 일시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얘가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부부란 누구나 서로 잘 안 맞지만
그래도 맞춰 가면서 살아가는 거 아닌가?\'
싶으니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겼나 하는 우려에 내내 마음이 졸여졌다
그러더니 오늘도 오전에 다시 전화가 와서는
몸이 아프니 마음도 자꾸 약해지는지 요즘 많이 우울하다며
힘이 없는 목소리로 통화를 하다가는 느닷없이
\"이런 얘기 알아? 나도 울고 싶을 때 있다\"
하더니 금새 울먹거리며 전화가 끊어졌다
여자 형제 속에서만 커오느라 감수성이 다른 남자들보다는
좀 예민해서 여린 성격인데 그래도 잘 버텨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 나이 50줄에 접어 든 남동생이 이렇듯
약한 모습을 보이니 나 역시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나와
통화를 이어가기가 힘들었다
남동생은 몸도 몸이지만 사업을 꾸리는 게 더 힘이 들어
위로를 받고 싶은데 올케에게서 그걸 못 받으니
마음이 더 힘들고 외로워진 것 같았다
어렸을 때를 빼고 지금껏 남동생이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거는 처음인지라 내 마음도 찢어질 듯 아프고
진정이 되질 않아 어떻게 도와야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치료를 받는 한의원에서는 자꾸 움직이지 말고 안정을 취하며
가만히 누워 있으란다는데 생활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가장의 형편이라는 게 뻔한건데 어디 마음 놓고 쉴 수가 있는가
그러니 막막한 생각으로 어디에 하소연 할 데도 없으니
내게 전화를 한 것 같은데 정작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으니 나도 마음이 답답하긴 매 한 가지다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게 있는 것두 아니고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아둥바둥 살아보려는 남동생의 수고가 그저 안쓰러울
따름이다
어떻게 해야 남동생의 쓰라린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를 해 줄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