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공부를 시작하면서 고등학교 시절 가슴아프게 떠나보내야 했던
국어 선생님을 20여년만에 뵈었습니다.
선생님 강연회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 준 것도 같이 글을 쓰면서
만난 글벗때문이었구요.
눈물로 재회했던 그 날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은 며칠 뒤 제게 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翰墨淸緣(한묵청연) - 글로써 맺은 맑은 인연’
이 글을 책상 앞에 써서 붙여놓으셨다 하시며
먼 지방에 계시기에 자주 뵐 수는 없지만 제가 쓴 글을 부끄러이
여기지 말고 보내라고 하셨지요.
문득 선생님의 이 글을 읽으니 이 곳 아컴이 생각났습니다.
동화도 쓰고 공부도 하고 또 읽어야 할 책들이 너무 많아
시간에 쫒기며 지내지만 그리운 아컴님들을 그동안 정말
잊고 지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모두가 여전히 그 자리에 계셔서 너무 반갑고 기쁩니다.
어머니의 암투병에도 변치 않는 재치와 발랄함으로 빛나시는 콜라님,
꽃향기 그윽하신 그대향기님, 호수같이 잔잔한 헬레네님,
항상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드시는 새로미님,
솔직담백 천연 그대로의 살구꽃님,
어릴 적 시골집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오월님,
친정 어머니가 생각나는 시냇물님,
문학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시는,그리운 예천님.
그 밖에 귀한 글 올려주시던 많은 님들...
한묵청연이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글이란 그 속에 진실과 사랑을 담지 않고는 쓸 수가 없기에
그로 맺은 인연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어느새 여기저기서 봄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더 따뜻해지면 가까운 공원에 꽃구경이라도 가야겠습니다.
옛날 시골집에선 진달래 화전도 부쳐먹었던 것 같은데...
여러분들 모두 행복하시길 바랄께요.
우리 쌍둥이들은 무럭무럭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