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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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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나들이


BY 그대향기 2011-02-23

 

 

지금은  경주 친정이다.

막내 올케는 혼자 한창 부엌에서 지지직.. 보글보글.. 달그락달그락.....

나더러는 손도 대지 말라면서  저녁 모임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 모처럼 친정식구들이 다 모이는 날이다.

그래.

몇년만이지?

아마 엄마의 팔순을 지나고 설명절이나 추석 빼고는 8년만에 처음이지?

 

같은 경주에 오빠들이 넷이나 살고 계시지만

서로가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모이지도 않았고

엄마의 생신 때도 꼭 한두사람은 빠졌는데

오늘은 미리 통지문을 다 보냈고 큰댁 사촌오빠까지 동석하라셨는데 출석률이 어떠실지 모르겠다.

큰오빠의 환진갑이 다 지나가셨고 둘째 오빠가 올해 진갑이시고

막내오빠가 엊그제 생신에다가 엄마가 며칠 뒤에 생신이시다.

요즘은 환갑이나 진갑을 집에서 안한다시며 친구들하고 여행을 하셨다고 했다.

평균연령이 높아져서 환갑이나 진갑은 잔치 해 줄만한 높은 나이가 아니기 때문이란다.

 

이미 지나간 두 오빠들 환진갑까지 소급해서 오늘 합동으로 생신상을 차린다.

닥쳐올 엄마와 막내오빠 생신까지.

며칠 있으면 우리 애들도 다 대학으로 떠날 거고

우리도 겨울 수련회 뒷정리로 많이 바쁠 것 같아

날씨도 풀린 오늘 우리애들도 다 같이 참석 할 수 있는 시간을 잡았다.

지난 명절에 막내오빠가 위로 두 형들의 환진갑을 그냥  지나친게 서운하다며

같이 식사라고 한끼 하자고 제의했다.

 

나도 바쁘고 올케도 일하는 사람이라 깨끗한 식당을 예약하쟀더니

굳이 집에서 음식을 만들겠다는 올케다.

식당에서 일하는 올케라 식당음식이 질린걸까?ㅎㅎㅎ

혼자서 시장 봐서 요것조것 많이도 준비해 뒀다.

그러면서 나더러는 아예 손도 못대게 하네.

\"고모도 일구덕이서 사는데 친정와서까지 왜 해요?

 그냥 주무시던지....

 맛있든 맛없든 혼자 할테니 쉬세요...ㅎㅎㅎ\"

올케도 일구덕이서 살면서 그런다.

 

손도 빠르고 손맛도 좋은 올케다.

뚝딱뚝딱....

혼자서 잘도 하는 올케한테 늘 미안하다.

엄마가 자주 허무한 개그 아닌 개그를 하시고 돌발상황도 유발하시는데도

짱알짱알 잔소리는 하지만 그래도 늘 집안을 정갈하게 해 두고

음식도 맛깔스럽게 잘 한다.

내가 오면 오빠에 대한 불만 엄마의 잔소리 아이들의 실망까지 다 쏟아 놓는다.

난 그저 올케의 하소연을 들어주면서 수고한다고...애 쓴다고만 할 뿐 해답은 없다.

얼굴에 수심이 깊다.

벌써 갈비찜에 부침개에 잡채.. 가지가지 나물까지 거진 한상인데

아직도 뭔가를 자꾸 만들어 내고 있다.

 

오늘 이 생신상은 내가 남편한테 말하기를 친정식구들 한번 대접하는 거니까

경비 일체를 지원해 달라고 했다.

두번은 하지 못할 친정가족들의 생신상인 듯 해서다.

엄마의 건강도 그러시고 언제 또 소급까지해서 차릴 생신상이 있겠는가?

아이들의 대학등록금이며 생활비에 기숙사비까지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지만

나도 일을 하는데 이 정도는 친정에 해도 나쁜아내 소리를 안 들을 것 같아서다.

이만한 자격이 있다는 이야기다.

 

괜찮은 정갈한 한정식을 기준으로 일인당 얼마씩을 쳐서 계산 해 줄 생각이다.

막내 오빠는 혼자서 할 계산이지만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집에서 요양중인 오빠가 무슨 돈이 있다고 호기를 부리시나 그래?

조용히 집에서 우리끼리 밥 한끼 하니 좋기는 하지만 올케가 힘들지.

두어번 주방 안을 기웃거렸지만 한사코 날 밀어내는 올케다.

엄마도 내가 친정에서는 물컵조차도 못 씻게 하신다.

지겹도록 그릇을 만질건데 또 하냐? 그러시면서...ㅎㅎㅎ

난 경주친정에만 오면 완전 공주취급을 받는다.

 

우리 아이들을 보자마자 눈물부터 보이시는 엄마.

나를 한번 더 안아보고 목소리 듣고 싶으셨다는 엄마.

예고없이 왔더니 반가움에 온통  눈물바람이시다.

그러면서 또 바쁘게 쌈짓돈을 푸신다.

나중에 다른 애들 보면 안된다시며 우리애들과  우리 부부의 용돈을 따로 따로 주신다.

\"이서방꺼도 나중에 꼭 줘라이~~\"

\"엄마~~~~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겁니다.

 맛있는거 올케가 많이 하니까 잡숫고 건강하세요.

 애들하고 또 올께요.\"

\"그래....그러긴한데 어떨런지..내가 자꾸 아프다...야야.....\"

\"또 그러신다.....\"

엄마하고의 대화는 늘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