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소리로 먼저 오나보다
하루종일 사무실 처마 밑에 얼었던 눈과 얼음이 녹아
물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가슴 떨리는 님이라도 마중하는 사람처럼
오랫만에 따스한 햇살에 끌려 밖으로 나가 본다
사무실 마당을 휘돌아 흐르는 작은 개울물도
아직은 듬성듬성 얼음을 남겨둔 사이로
흐르는 모양새가 제법 살차다
아직 푸른빛을 찾아 언땅을 살피는 것이 성급한 행동임을
알지만 꽁꽁 얼어붙은 꽃밭
작년에 푸성귀를 심었던 밭들
그리고 부추밭을 둘러본다
삶의 한 자락처럼
작년에 고운 꽃을 피웠던 꽃들이 초라한 덤불숲을 이뤄
언땅위에 옹송그려 서 있다
그러나 조금 이 따스함으로 언땅을 녹이면 겨우네
땅 속에 움크려 오그린 몸들을 밀어 올려 피유피유
숨가뿐 키재기를 하며 내 가슴을 또 설레게 할 것이다.
까치 한 마리게 겁없이 내 머리위를 날아 마당가 뽕나무위에
앉았다 맹랑한 까치를 올려다 보는 눈이
제법 부신 햇살에 시려온다
천연덕 스런 몸짓으로 발톱을 다듬고 깃털을 고르는가 했더니
이제막 엄마젖을 떼고 느긋하게 앉아 해바라기 하는 강아지
밥그릇으로 하강을 하는 까치
개사료를 훔쳐 유유히 맑은 창공으로 날아가 버린다
휭하니 까치가 날아간 하늘을 멍때리고 바라보는 엄마개와 강아지
어이없음은 나와 그들이나 마찬가지다
마당가득 긴겨울을 버틴 건설장비들
오랫만에 남편도 모든 장비에 시동을 걸어본다
부릉부릉, 윙윙, 탈탈탈
겨우네 잠자던 모든 것들의 기지개켬이다
똑똑똑 쉼없이 마당에 떨어지는 낙숫물소리
앙앙 강아지가 엄마 젖을 찾고
쩍쩍 겨우네 얼었던 땅이 갈라지고 두터운 옷을 벗고
따스한 햇살아래 삼삼오오 모여드는 사람들의 얼굴에
기대와 희망이 깃들어 있다
내 마당 가득 봄은 벌써 소리로 와 있다
나도 움추렸던 온몸을 크게 기지개 켜본다
약속을 어긴 적없는 자연처럼 어떤 모습으로 닥치든
내 운명또한 올 한 해 또 잘 살아낼 것이다
희망을 가득 품은 가슴에 졸졸졸 하루종일
봄의 소리가 흐른다 깨어나라고 이제 깨어나라고.
힘차게 기지개를 켜라고~~~
약속을 지킨 봄의 속삭임이다
살랑한 이른 봄바람이 실어온 희망의
속삭임이다
모두들 마음 속에 희망의 꽃씨 하나 심고
봄을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