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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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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유감


BY 매실 2011-02-15

해마다 이맘때면 많은 수험생과 부모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입시운이 좋아 평소보다 더 대박이 나는 경우도 간혹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평소 실력보다 못한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은 것같다.

 

그래서 우리애 친구들 중에 아직 삼수생인 아이들도 있고

후배중에 재수생들도 있다.

 

욕심을 빨리 버리면 좀 나으련만 너나 없이 그게 쉽지가 않아서 그럴 것이다.

 

현 고3 후배 중엔 평소 실력보다 많이 낮춰 합격을 한 듯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그게 훨씬 현명한 것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소한 어느 대학 이상은 가줘야 하지 않을까? 이런 욕심히 화를 부르는 것이다.

지나고 보니 빨리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편이 나은데...

 

요즘은 대학도 다양하고 전공도 다양해서 각자 자기에게 맞는 곳에 찾아가면 되는데

왜 그렇게 구시대적 사고에서 벗어나기가 힘든걸까?

 

우리도 그게 참 쉽지가 않았다.

딸이 과감하게 방향을 틀지 않았다면 우리도 똑같은 실수를 또 한 번 했을지

어떨지 모를 일이다.

 

재수를 해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도 분명 있기는한데

고3을 한 해 더 보내는 게 생각보다 정말 어렵다.

지루하고 답답하고 불안하고...

 

나는 이제 누가 재수나 반수시킨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따라다니며 말리고 싶다.

어쩔 수 없어서 하는 경우 빼고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 말이다.

 

이게 마지막인데..하는 생각이 들어 소신지원 같은건 할 수도 없다.

불안해서 하향지원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작년에도 이만큼은 갈 수 있었는데

한 해 더 고생하고 겨우 이런 결과야?하는 회의가 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난해에 우리가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이런 생각에 흘려보낸 시간이

더 아까운 것이다.

 

한 명이라도 더 명문대에 보내야 실적이 올라갔을 고3 담임선생님에게도

우리가 민폐를 끼친 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떨어지고 싶어 떨어진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하필 그 해에 우리애 처럼 원서영역을 잘못 쓴 애들이 몇이나 더 있어서

학교측으로부터 책임추궁을 당하셨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더 화가 나셨는지도 모르겠다고

지금은 이해를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졸업식날 시상대에 서야할 아이에게

\'입시 실패 했다고 졸업식에 안 오지 말고 꼭 와서 상 받아라\'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린 다른 데에 정신이 팔려서 그건 생각도 못했는데...

 

아들이 일병 달고 일부러 동생 졸업식에 맞춰서 휴가를 나왔는데 불참할 수가 없어

안가겠다고 우기는 딸애를 간신히 달래서 늦게 식장에 도착했더니

생각지도 않은 무슨 외부인상을 다른 아이가 대신 받아서 전해주었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졸업식날 이미 머리를 뽀글뽀글 파마를 한 아이가

우리아이 대신 상을 받는 모습이 찍혀있었다.

 

참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ㅠ

 

합격을 해서 밝게 웃고 있는 아이들 얼굴이 너무나 눈부시게 빛나보였다.

그까짓 상 하나도 안 타도 대학에 합격했더라면 정말 기뻤을텐데...

 

딸이 간신히 눈물을 참고 있는 게 보였고 나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마음이었다.

 

아이가 고등학교 다니는 동안은 정말 행복하게 잘 지냈었다.

소탈한 성격덕에 친구도 많았고 그래서 늘 즐겁게 학교생활을 했다.

운동을 좋아해서 운동회날은 모든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인기를 얻었고

한 때는 댄스동아리 활동으로 춤실력을 뽐내기도 했는데,

 

심한 몸치인 나를 닮지 않은 게 너무 좋아서 공부 잘 하는 것보다

난 그게 더 기뻤었다.

 

그런데 한순간 대학입시에 실패를 하니까 그런 과정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고등학교 생활을 잘못 한 아이가 되어있을 뿐이었다.

참 허무한 일이었다.

 

전공이고 뭐고 간에 일단 네임밸류가 있는 대학에 합격한 아이들이 칭찬을 받고

그들이 주인공이었다.

대학이후의 일은 고등학교에선 알 바가 아닐 테지만 대학입시가 끝은 아닌데...

 

일단 진학 이후엔 전공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같다.

요즘은 전과나 부전공 제도가 있어도 주전공이 맞지 않아서 맘고생 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여기 저기로 계속 옮기거나 대충 졸업할 날만 기다리거나 그만두고 학교를 떠나거나...

 

대학 갈 때는 일단 합격하는게 중요하다 보니까 그런 점을 간과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두 아이 모두 자기가 원하던 전공을 찾아서 진학을 한 것에

위안을 얻는 중이다.

 

이제 수험생을 둔 내친구들은 \'떠들지 맛. 어디가서 그런 소리 하면 너 돌 맞아\' 이러구

엄포를 놓아서 함께 웃곤 한다.

 

이제는 나도 마음의 여유가 많이 생겼고 남의 아픔을 진심으로 이해할 것같다.

 

의대만 사수째인 어느 아이의 엄마가 시험이 확~ 들었단 소릴 들으니 그 마음이

느껴져서 너무나 안타깝다.

아예 안 되면 빨리 포기하겠지만 될듯 될듯 하면서 계속 실패할 때

그것을 계속 지켜봐야만 하는 그 가족들 마음이 오죽 할까?ㅠ

 

내가 실패한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위로할 수도 있고

또 남들도 진심으로 알아들어서 다행이다.

우리가 승승장구하기만 했다면 과연 위로가 위로로 들릴까?

 

그러나 아직도 졸업식,입시 그런 단어만 떠올리면 나는 마음이 아프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