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할머니 딸 사랑을 받으니 살도 찌고 얼굴이 뽀얗고 아이 같네요…”
3차 항암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던 2월1일…
같은 진료과 암환자들끼리는 수술과 항암치료 받으러 오가며
일반인들이 이웃과 인사를 나누 듯
입원실 복도에서 또 진료대기실에서 서로 건강을 챙기며 인사를 한다.이때, 긍정적인 언어로 나누는 한 마디는
신경안정제보다 더 강력하게 환자를 안정 시키기도 하고
하루 종일 무언가 찜찜하고 불안에 떨게도 만든다.
우연히 길에서 만난 사람이 ‘예뻐졌네요’ 라든가
‘전보다 날씬해져서 보기 좋아요’ 라는 한마디를 들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쇼윈도우에 비춰보며 발걸음이 가벼운 것 처럼
아픈 사람들에겐 ‘좋아졌다’ ‘살이 올랐다’ ‘건강해 보인다’는 말은
어떤 명약보다 뛰어난 약효를 지녔다.
한동안 건강하던 엄마가 2차 항암치료 후
갑자기 다리 힘이 없고 휘청거려 내심 걱정이 컸었다.
보통 산부인과쪽 암은 골반으로 전이가 빠른 편이라
엄마 스스로도 걱정이 된 탓인지 한 발짝도 걷기 힘들어하며
휠체어에 앉는 걸 편안해 했다.
외래진료를 가던 날, 정문에서 휠체어에 엄마를 앉혀 진료실을 들어갔다.
결코 듣고 싶지 않은 말....
암이 다리 뼈까지 전이되었습니다....
그 한 마디를 듣게 될까봐
의사 선생님 앞에 앉은 마음이 두근 거렸다.
풀이 푹 죽은 엄마도 나와 생각이 같은 눈치였다.
의사선생님은 먼저 엄마 다리를 만지시더니
넘어지지 않도록 잘 간호해야 한다는 말외 더 이상 언급이 없으셨고,
안도한 나는 무서운 뒷 말을 가로막듯
“그래서 넘어질까봐 밤엔 화장실을 가지 않고 소변기로 받아낸다”고 했더니
펄쩍 뛰셨다.
“화장실 걸어가시게 하세요. 힘이 없기 때문에 더 걸어서 근육을 길러야 해요.
안 그러면 진짜 휠체어 신세져요.
보호자가 그렇게 과잉보호하시면 지금처럼 다리 근육이 많이 빠져서 걷기 힘들어요.\"
말하자면, 암이 퍼진 게 아니라 근육이 빠졌다는 말씀.
천국과 지옥을 오간 느낌으로 죄인처럼 \'네 네 알겠습니다\'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일어나 다시 휠체어에 엄마를 앉혀 나오려는데
내 손을 뿌리치며 \'나... 걸어 갈래\' 하셨다.
분명 며칠 전부터 한발자욱도 떼기 힘들어하며
진료실 안까지 휠체어를 타고 들어 가 의자에 겨우 옮겨 앉혀야 했었는데
벌떡 일어나서 ‘걸어 간다’ 하시니
의사선생님이 최면술을 걸은 게 아닌가 싶다.
“어!! 엄마 괜찮아? 걸어도 되겠어?”
“그래, 인제 걷겠네 …”
침을 시술한 것도 아니고
약물을 주사 한 것도 아닌데
엄마가 나아 버린 것이다.
환자는 특히 마음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존재이기에
자기가 믿는 사람의 칭찬, 긍정적인 말 한마디가
이렇게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젊은 사람도 사경을 헤맨다는 항암 3차 치료를 거뜬히 마친 저녁
구토 한번 없이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 다음 휴식 중일 때
같은 병치료를 하고 있는 이곳 아컴의 \'금자\'언니가 문병을 오셨다.
말랑말랑한 찰떡을 식을까 품안에 품고 찾아 온 언니
엄마는 언니가 가고 나자
바로 그 찰 떡을 달라고 하셨다.
“엄마! 저녁도 먹었는데 찰떡이 체하면 어쩌지? \"
과식은 금물인데 엄마는 포기하지 않고 찰떡을 먹자고 하셨고
하는 수 없이 나는 따끈한 차 타서 올 때까지 절대 먹지 말라는 다짐을 하고
차를 끓여 오니
어느새 떡 귀틍이 세 곳이 떨어져 나갔다. 엄마가 그새를 못 참고 드신 것이다.
구토와 고통에 물 한 모금 삼키지 못한다는 항암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가평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엄마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씀하셨다.
“나, 항암치료 잘 이겨낼 끼다.”
고맙고 놀라워서 운전하다 말고 바라보며 물었다.
\"뭐가 엄마 기분을 그렇게 좋게 만들었어?\"
“사람들이 내 얼굴도 몸도 좋아졌고 피부도 고와졌다고 다 칭찬하잖아.
선생님도 잘 이겨내고 있다고 칭찬하시고 다리도 안아프다 인제~”
ㅋㅋㅋㅋ
긍정의 힘! 칭찬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