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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복 받을거야?


BY 매실 2011-01-27

십 오년이 넘는 긴 투병생활을 하는 시아버지와

까탈스럽고 예민하고 잘 삐지고 오만 데 다 나서야 직성이 풀리는

\'동네 선생\'이라는 별명의 시어머니 비위를 맞추며 살 때

경조사에서 만나는 친지분들은 내 손을 부여잡고 그랬었다.

 

\"자식이 복 받을거야~\"

 

그 말에 난 모든 걸 위로받고 하나도 힘든 줄 모르고 살았다.

그래서 그 와중에도 웃을 수 있었다.

 

내가 친정에서 다 받지 못했던 부족한 사랑을 내가 내자식들에게 

모두 쏟아부으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그렇게 유난스럽게 엄마노릇을 할 때도 늘 저 말을 되새기며

잘 될거야~그러니까 내 한 몸 희생해서라도 그렇게 되면 되는거야~

그랬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며느리노릇,다혈질 남편의 아내노릇,엄마노릇...

 

물론 우리애들이 큰 혜택을 누린건 없다.

내가 열의만 많지 뭐 하나 남보다 넉넉하게 잘 해준 게 없어서..

 

통학거리를 줄여주기 위해 학교 가까운 데로 한 번도 이사하지 못했고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다 사주지도 못했다.

-아이들에 대한 투자를 아까워하는 조부모와 아빠를 둔 탓에

책 한 질 사려면 싸움을 잘 못 하는 내가 한참 싸워야 했으니까-

 

그래도 나로선 이런 여건에서 최선을 다한거다.

 

이만큼 살아보니 내가 한 것의 십분의 일이라도 자식이 복을 받았을까?

그런 의구심이 든다.

 

좀 더 꾀있게 살면서 내것,내아이들것을 챙겼어야 하는게 아닐까?

그런 후회도 든다.

 

남들은 복에 겨운 소리 한다고, 그만 하면 됐다고,그러기도 하지만

내가 원하는 100%는 아니다.

내가 기대치가 높은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 다 산 것도 아니고 앞으로 시간이 많으니까

앞으로 두고 두고 받아도 뭐 나쁘진 않겠지.

 

*

 

동서가 딸을 중학교에 넣기 위해 어느날 이사를 했다고 했다.

좀 더 좋은 학군으로 가기 위해서.

-그것도 몇 년이 흐른 뒤에 알았지만-

 

내가 하면 극성이라고 했을 시동생도 자기 자식앞에서는 역시 아빠라서

다른 것같았다.

 

좀 부러웠다.

 

남편에게 한소리 했다.

\"거봐~남들은 다 저렇게 하고 산다. 우린 애들에게 바라는 것만 많았지

뭘 해준 게 있나 생각을 좀 해보시지\"

 

\"그러게 말야..휴~. 근데 걔넨 왜 그렇게 유난을 떨어? 애가 잘 해야지

학교가 좋아야 공부가 잘 되나?\"

 

\"아니 그렇게 환경을 만들어주고 나서 바라는게 부모도리지\"

 

\"그래..내가 잘못 했다\"

 

남편은 잘못 시인은 끝내주게 빨리 잘 한다.

진작에 내말 좀 듣지.

 

남자들은 세 여자 말(어머니, 아내, 내비게이션 아주머니)을 잘 들어야

실수가 없다는데 남편은 평생 한 여자 말만 잘 들었다.어머니말.

 

아이들에게 넉넉히 해주지 말아라.

나중에 에미 애비도 못알아본다.

 

마누라에게 경제권 주지 말아라

친정으로 빼돌려 다 말아먹는다.

-나는 친정에서 얻어오지나 않으면 다행인데-

 

*

 

그런데 동서가 이제는 대놓고 나를 부러워한다.

 

도대체 뭐가 부럽다는건가? 했는데

뒤늦게 자식들에게 아무리 올인해도 남들 만큼 보통도 안된다는 것이다.

 

애가 시험이라고 엄마가 휴가를 내서 시험공부를 함께 했다고 하는데도.

 

그 말을 들을 때 히야...자식이 무서운 거구나 싶었다.

시집엔 없는 당직도 만들어서 안내려오던 사람이..

 

\"크면 잘 하겠지..\" 위로를 해보았다.

 

그런데 점점 갈수록 저런 소릴 더 자주 한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형님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자식들이 왜 속을 안 썩이는거야?

저만큼만 하면 나는 소원이 없겠다\" 이러기까지 한다.

 

\"동서는 애들 어릴 때 밥도 겨우 먹이면서 바쁘게 살았잖아.

애들 어릴적 조기교육이 부족해서 그럴거야.

나는 애들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일보다 애들이 우선이었고

교육열의는 동네에서 유명했어. 그릇을 키워놔야 나중에 고액과외

안해도 대학 갈 수 있을 것같아서. 서방님도 다 알거야.

내가 동서더러 애들 책도 좀 많이 읽히라 하고 좋은 교구 추천해줘도

그 땐 그랬잖아. 아휴...난 공부 잘 하는 것도 골치 아파요.

그냥 보통만 하면 돼.\"

 

\"보통도 안되니까 문제지..징징~\"

 

\"부모가 열심히 노력해야 애들이 보통이 될까 말까 한 게 현실인데

아무것도 해준 게 없으니까 바라지 말자. 그렇게 생각해.

걔들이 그렇게 착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준 것만도 어디야?

애들이 부모 생각도 많이 하고 아직 어린 게 엄마보다 음식도 잘 하잖아\"

 

\"ㅎㅎㅎ그건 그래요.근데 공부도 보통은 해줬으면 좋겠고.

더도 덜도 말고 인서울 대학 아무 데라도 가줬으면 좋겠어서...힝\"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 내가 하면 한대로 자식이 복을

받는단 말이 맞는건가?

 

나도 내가 한 것 이상을 이미 넘치게 되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잘 될 진 모르겠지만 욕심을 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