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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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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기다림 그리고 짧은 만남


BY 엠파이어 2010-11-22

 

아컴이 문을 연 그 해 즈음 한 아지트에서 태그를 배우며 활동을 하다가 사는데 바빠

잊고 있다가 작년 초여름 다시 발걸음을 한 아컴에서 한 아지트에 가입을 하고

에세이 방도 오가며 많은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에 귀를 열고 나 또한 입을 열었다.

아지트에서 만난 이들 가운데 시간이 가면서 마음을 나누기 시작하며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그 중 한 분은 지난 겨울에 음악회를 함께 하며 낯을 익혔다.

이번엔 또 한 분을 만나려 손을 꼽고 있었다.

마침, 평가인증이 끝난 후 받은 휴가를 사용해서 영암에 살고 있는 그녀를 만나러 간다.

내가 살고 있는 덕소에서 목포까지는 거의 5시간, 길이 안 막혔다면 덜 걸렸겠지만

그녀를 빨리 만날 생각에 휴게실에는 커피가 너무 고파 한 번 들렀고

길이 덜 막히는 곳에서는 160을 밟으며 달려갔다는 것을 그녀는 알까?

가는 내내 그녀를 떠올렸다. 그녀의 글 속에서 내가 그렸던 이미지.

푸근할 것 같고 정이 넘칠 것 같은 그녀의 얼굴을 그려보지만 쉽게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나를 따뜻하게 맞아줄 것 같은 그런 분위기만 떠오른다.


드디어 목포에 도착해 그녀를 만나는 시간

아지트에 곧잘 사진을 올려서 일까 이내 나를 발견하고 엠아~부르는 그녀

그제서야 그려지는 내 가슴에 새겨질 그녀의 얼굴

큼직하고 시원스런 이목구비를 보며 목소리를 듣자 아~ 그녀구나 싶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너무도 바쁜 날 가서 나까지 정신을 쏘옥 빼놨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드는데 목포의 유달산과 해양대학 주변을 쭈욱 돌아서

그녀의 정겨운 이야기들이 쏟아졌던 그녀의 감나무가 있고

손수 심어 뾰족이 올라온 마늘, 파, 배추가 심겨진 마당이 있는 집에 들어섰다.

들어가자마자 저녁을 지어서 주시며 많이 먹으라고 새로운 맛을 내기위해 만들어 봤다는

매운족발을 가위로 잘라서 앞에 계속 놔주시는 그녀와 함께 즐거운 식사를 했다.


그 곳엔 그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와 실과 바늘같은 존재라는 친자매보다 더 가까운 친구가 있었다.

눈이 너무도 선하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의 벗과 함께 밤을 보내다.


눈이 떠진 이른 아침 그녀들과 유자차를 한 잔 하고 길을 떠날 차비를 하는 동안

난 눈과 가슴에 담아둘 그녀 집의 앞마당과 뒷마당 항아리들 위의 아기자기한 정원들과

집을 두른 담벼락과 배추들까지 사진에 담아 두었다.


우린 영암 장을 들렀다.

잠시 일을 봐야한다는 그녀는 잠시 후 단감을 한 보따리 들고 나타났다.

“엠아~이집 감이 맛있단다. 집에 가서 식구들과 함께 먹어.”

한 번 더 느껴지는 그녀의 따뜻한 그것.


우리는 보성 녹차밭을 지나 율포의 해수욕장 근처에서 아침을 맛나게 먹었다.

그리고 남원에 도착.

“언니~ 전 광한루에 꼭 가보고 싶어요.”

그래서 우리는 광한루에서 춘향이와 이몽룡의 사랑가는 아니더라도

운치있는 나무들과 조용하게 흐르는 물들이 만들어내는 한가롭고 정겨운

광한루를 거닐며 기념할 만한 추억을 만들었다.

투호놀이를 하며 널을 뛰는 그녀들의 귀여운 모습도 찰칵~

난 꼭 춘향이가 되고파서 목에 긴~~칼도 차보고 이야기가 흘러나올 것만 같은

월매집도 들어가 이곳 저곳 살펴보고 있자니, 그녀의 손전화에서 벨이 울린다.


이곳 남원에서 만나기로 한 또 한 명의 일행.

우리는 터미널로 가서 서울에서 온 그녀를 태우고 춘향이 테마파크로 갔다.(이젠 넷이다)

만나기 전에는 잘 알지 못했던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도 아직은 어색~

하지만 흑돼지 보쌈과 버섯전골을 앞에 두고 점심을 먹고

테마파크 안에 있는 솔바람 산책길을 걸으며 서울 그녀의 생기있는 목소리와

재치넘치는 이야기와 바람에 떼구르 구르는 낙엽마냥 굴러가는 예쁜 웃음소리는

우리 일행을 너무도 즐겁게 했다.

산책을 마칠 무렵 또 전화가 왔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고령에서 온 그녀는 테마파크 입구로 왔다. (이젠 다섯이다)


우리 일행은 또 한번의 인사말들을 나누고 남원에 있는 하이츠 콘도로 향했다.

짐을 풀고 편안한 상태로 우린 차 한잔과 케익을 먹었다.

케익은 고령에서 온 그녀가, 커피는 서울에서 온 그녀의 가방 속에서 ^^

콘도의 커피잔은 7, 80년대 다방에서 사용했음직한 잔이었지만 우린 인연을 나누며

커피와 케익을 먹었다.

서울에서 온 그녀의 이야기 보따리는 끊이질 않았고 우린 쉴새없이 배를 움켜잡고

웃어야 했다.

서울에서 온 그녀는 50대라고 하기엔 너무도 투명한 피부를 갖고 있었고

최강동안을 자랑하는 듯 했다.

그 나이에 화장기가 없는 얼굴에 그렇게 깨끗한 피부를 갖고 있다니...

이야기를 나눌수록 참 작은 체구를 지닌 그녀의 안에 너무도 큰 그녀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고령에서 온 그녀는 나와 한 살 차이 언니,

친구를 하자고 하는 그녀의 제의를 거절했다.

“언니, 전 언니가 좋아요. 동생이 얼마나 좋은 건데 왜 제가 친구를 하나요?^^”

예의도 바르고 친절해 보이는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있다.


저녁을 먹으러 다시 인근 횟집으로 나간 우리는 맛난 회와 함께 서로의 마음을 먹는다.

서로를 알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 그랬기에 한순간 한순간이 너무도 소중했던

그 시간을 뒤로 한 채 먼저 떠나와야 했다.

남겨진 네 명의 그녀들을 커다란 내 가슴에 차례로 안으며 기억을 만든다.

오늘을 기억할 것을 기억하라~~~

영암의 그녀가 맘에 들어 기록했던 그 글귀로 내 여행을 마무리 짓는다.


밤 12시가 넘어 도착한 집,

주차장에서 주차를 하며 전화를 한다.

그녀들의 웃음소리.....치~~~좋겠다. 나두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

하지만 짧고 아쉬움이 있기에 다음을 또 기약할 수 있다.


 

참, 영암의 그녀가 차에 실어준 백김치, 달랑무, 깍두기, 다슬기, 단감을 먹으며 한동안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겠지만 그녀가 늘 건강해서 언제든 내가 찾아가면

따뜻한 밥 지어줄 수 있었으면

또 마음만큼이나 눈빛이 고운 그녀의 지기를 곧 만날 수 있기를

고령의 그녀와 또 한 번 만날 수 있는 그날을 소망해 보며

서울의 그녀는 곧 다음 만남을 기다리기에 유쾌한 그녀의 웃음을 빨리 만나고 싶기에

아쉬움을 접었다.


여행은 낯선 곳을 향한 설레임이 있어서 좋다.

이번 여행은 낯선 곳, 낯선 이들을 설레이며 만났지만 너무도 편하고 익숙해져서

고향이 될 것 같은 편안함으로 돌아왔다.


아~ 벌써 그녀들이 보고싶다.

 

 

참,,,창녕의 그녀도 만나야하는데....또 날을 잡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