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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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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많다는 것은....


BY 그대향기 2010-11-07

 

 

 

내가 하는 일은 다른 직업보다는 감사할 일들이 참 많다.

낮에 몇시간만 일하고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직업이 아닌

퇴근이 따로 없는 24시간 비상대기조로 있어야하는 좀은 힘든 부분도 있지만

늦은 밤 시간에는 아주 급한 일만 아니면 호출 당하는 일은 거의 없다.

워낙에 연세가 높으신 할머니들만 계시니 밤 늦은 시간에 걸려 오는 전화는

솔직히 긴장이 된다.

 

그래도 지금까지 여러 할머니들이 돌아가셨지만 대게는 낮에 돌아가셨고

고맙게도 응급실 가실 일도 낮에만 만들어 주셨다.

80세가 훨씬 넘어선 연세들이라 어린애들처럼 떼 쓰시는 일도 가끔 있고

양보나 배려가 너무 지나치거나 그 반대일 경우가 있다.

그 중에서도 식탐이 유별난 할머니도 계시고

주변의 변화에 너무 둔한 할머니도 계셔서 단체생활에 가끔 걸림돌이 되신다.

 

 

너무 안 드시겠다 우기시는 할머니가 계시는가하면

다른 할머니들의 두배나 세배쯤 더 드시는 대식가도 계신다.

식사형태가 부페식이라 모든 음식을 한 곳에 배설해 두고

각자가 입맛에 맞게 적당히 가져가신다.

기본 밑반찬에 별식이 매끼마다 바뀌는데 숫자를 정해 주거나

양을 일러 드리지 않으면 그 별식은 늘 부족하게 된다.

 

행동이 느린 할머니 두어분은 언제나 아주 적게나 아니면 아예 못 드시는 경우도 있다.

내가 주방일을 하다가 미쳐 알려 드리지 못했거나

알고도 뒷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몇 할머니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그럴 경우에는 추가 음식이 더 나올 만큼 넉넉한 경우에는 다행인데

식자재가 비싸서 나간 음식이 전부 일 경우에는 난감하다.

요즘엔 밥을 먼저 부페접시에 담고 주방에서 일정량 덜어서 배식하기도 한다.

그렇게하면 먼저 오신 분이나 나중에 나오시는 분들이 다 일정하게 드실 수 있다.

 

우리집엔 식사준비가 다 끝나면 식종을 친다.

땡그랑~~땡그랑~~땡그랑랑랑.......

마치 도시의 골목골목을 누비던 그 옛날 두부장수의 새벽 종처럼.ㅎㅎㅎ

그러면 복도식으로 된 할머니들 방마다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한방 두방 방문이 열리고 할머니들이 지팡이에 의지하시거나

보행을 도와 주는 작은 보조기에 의지하셔서 식사를 하러 나오신다.

위생관념이 아주 깔끔한 할머니들은 본인 수저를 매번 따로 들고 나오신다.

 

그런데 오늘 저녁 식사시간에는 작은 다툼이 있었다.

내 앞에서 마주 앉아 식사하시는 84세의 할머니 때문이었다.

본인 치아는 하나도 없고 틀니만 하고 계시는데 몸에 살이 빠지면서 틀니가 헐거워졌고

그러니 덜그덕거리고 식사를 하는 동안 자꾸만 틀니가 돌출하는거였다.

음식을 씹는 동안 계속해서 틀니가  덜거덕거리면서 입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했다.

사촌이 치과를 하신다면서도 틀니는 안 고치시고 그 이야기만 반복하신다.

이런 경우가 자주 있어왔기에  그 할머니는 틀니를 아예 빼서 뚜껑있는 맑은그릇에 담아 다니셨고

식사 때는 안하고 계시다가 예배시간에만 성경말씀을 읽으실 때 발음이 샌다고 착용하셨다.

 

 

마주 앉아서 식사하는 나는 아무렇지도 않는데 내 옆 할머니가 못 봐 주시는거다.

내 옆자리의 할머니는 올해 70이 갓 넘은 할머닌데 본인도 치아가 나빠서

식사하는 동안 내내 고개를 갸우뚱해서 성한 치아쪽으로 식사를 해야하고

음식타박도 심한 편인데 마주 앉은 왕언니뻘 할머니의 틀니는 보더니 고개를 홱~돌리신다.

비위가 상해서 식사를 못하시겠다고....

벌써 여러번 나한테 불평을 하셨지만 다들 늙어가는 모습이고 틀니가 불편해서 그러시는데

막 대놓고 그렇게 하지 마시라고 이야기 해 드리기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본인은 얼마나 아프고 불편하시면 틀니를 빼 놓고 잇몸으로만  식사를 하실까.....

 

그 할머니의 입장이 너무 안타까운데도 이해를 못하시고 마주 앉아서 틀니그릇만 보고도

고개를 외로 꼬고 앉으신다.

나이가 드신다는 것은 몸 여기저기가 다 망가지고 불편해진다는 것인데

누구나 다 그렇게 될것인데도 이해를 못하시니 너무 야박하시다.

그래도 마주 앉아 식사하기가 그러시다니 어쩌겠는가?

내가 가만히 그 틀니그릇을 식탁아래로 내려 할머니의 사물함에 넣어뒀다.

눈치빠른 그 할머니

\"왜 그랴??? 누가 뭐라그래?\"

식사하시다가 신경이 날카로워지셨다.

\"아니...그게요~

 안 하실거면 내려 놓으시라구요.

 마주 앉은 할머니가 불편해하시네요.....\"

 

그 할머니는 본인의  결례에도 불구하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시면서도

신경질적으로 사과를 했고 본인의 틀니그릇을 다시 챙기시며 얼굴색이 확~바뀌셨다.

마주 앉아서 불편해 하시는 할머니의 옹졸함이나

틀니를 공동 식탁 위에 비치는 그릇에 담아 보란 듯이 올려 두시고 결례를 하시는 할머니나

양보없는 행동에는 매 한가지시다.

때로는 내가 덜 보이게 다른 그릇으로 슬쩍 감추어두기도 했지만

불편하다 생각하는 할머니는 그것조차도 용서가 안되시는 모양이다.

 

입에 안 넣을거면 안 가지고 나오면 될걸 왜 들고나와서  흉하게 만드냐고 하셨다.

틀니가 빠진 합죽한 입으로 오물거리면서 식사를 하시면서 틀니는 식탁에 꼭 올려 두시니 참....

자존심 덜 상하시게 사태가 험악해지기 전에 내게 있던 홍시 두개를 

그 마주 앉은  할머니들한테  얼른 갖다 드리면서 좋게좋게 이야기는 했지만

내일 아침이 문제다.

잊어버리고 또 그 그릇..말갛게 비치는 그릇에 틀니를 넣고 오실지?

아니면 입에 넣고 오실지?

 

할머니들의 일상을 지켜보면서 나는 나이가 들더라도 저런 실수는 안해야지....

나는 늙어 꼬부랑 파파할머니가 되더라도 저런 질투 저런 노탐은 키우지 말아야지....

나는 백살먹는 (?) 할머니가 되더라도 아프리카파마는 절대로절대로 하지말아야지.....

틀니 안 끼운 합죽한 입도 이쁘게 봐 드리고 유리그릇에 담긴 틀니도 눈 감아 드려야지~

알짜배기 인생공부를 체험 삶의 현장에서 하는 셈이다.

그것도 월급까지 따박따박 받고 말이지...ㅎㅎㅎㅎ

 

날씨가 추워지면 국적불명의 판쵸에 망또에 100%수제품 발토시까지.

다양한 할머니들 패션은 나를 더욱 더 웃음짓게 한다.  ㅋㅋㅋㅋ

올해는 또 무슨 쉐타를 풀어서 내 조끼를 떠 주신다고 하실지....

할머니들의 세윌이 녹아 든 낡은  쉐타를 풀어서 무거워서 입지도 못하는

무거운 내 조끼며 쉐타를 떠 주시는데 펭귄처럼 두리뭉실 사람이 굴러다니게 생겼다. 

목이 좁거나 허리가 짧아서 안 입고 다니면 왜 안 입고 다니냐시는데

한번 목을 끼우려면 코며 입술이 납짝쿵이 날 지경이라 솔직히 좀....ㅋㅋㅋㅋ

그냥 아끼느라 장롱 깊이 넣어뒀다고 말씀 드린다.

아주아주 추워지면 꼭 입겠노라며 안심시켜드리고. 

겨울 새벽장에 갈 내가 추위에 떨까 봐 한코한코 사랑으로 떠 주신 그 사랑에 감사하면서

할머니들의 사랑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