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은행에 갔더니 은행 여직원이 내게 말한다.
\'그 연세에 이름이 참 이쁘시네요.\'
내 연세에 이 정도의 이름은 많았다고 말해주었다.
간난이라든가..점순이 정도의 이름을 가져야한다는 말인지..
며칠전 유선 T.V를 설치하러 온 기사가 말한다.
\'연세도 있으시니까 복잡한건 가르쳐드려도 모르실테니까 간단한 작동법만
알려드리지요.\'
연세 이야기만 나오면 속에서 분통이 터지려는걸 억지로 참는다.
\'가르쳐줘봐요..알아듣나 모르나 시험해보게.\'
분통을 참으면서 젊잖게 말했다.
\'연세있으신데도 잘 알아들으시네요.\'
또 연세 이야기를 한다.
나쁜 놈이다.
이제 갓 육십사세밖에 되지 않았음을 말할수도 없고 곤란지사다.
아마 내가 많이 늙어보이나보다.
그리 생각하니 더 기분이 나빠진다.
거울을 본다.
그리 늙은 편은 아닌데 말이다.
이상도 하다.
지난해 냉장고를 고치러 온 기사가 묻는다.
\'대학생 손주에게는 세배돈을 얼마나 주시나요?\'
내 손주는 아직 걸음마도 못하는데 말이다.
그 놈 또한 나쁜 놈이다.
내게 대학 다니는 손주가 있다고 감히 말하다니..
오늘 칫과에 갔다.
인터넷에서 오산에 있는 칫과들을 검색해서 하나 골라 잡았다.
칫과 간호사가 묻는다.
\'우리 칫과를 어떻게 아시고 오셨어요? 누구의 소개로 오신건가요?\'
\'인터넷 검색해보고 왔어요.\'
\'아니..그 연세에도 인터넷을 하세요? 대단하시네요.\'
또 기분이 잡친다.
이번에는 노골적으로 기분 나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도 인터넷 잘 못하는데 하신다길래 신기해서요.\'
신기하다니..
이 연세때문에 앞으로도 나는 분통이 많이 터질듯싶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