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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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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의 통곡


BY 그대향기 2010-09-26

 

 

추석을 깃점으로 날씨가 갑자기 싸늘해졌다.

서늘한 느낌이 아니라 싸~~늘~~하다.

부랴부랴 긴팔 윗옷을 꺼내고 바지도 긴 바지로 교체했다.

여름 내내 댕강한 짧은 반바지 차림이었고 웃도리는 편안한 면티셔츠차림이었는데

가을옷은 그래도 좀 더 여성(?)스러움이 감돌고 바지도 그렇다.ㅎㅎㅎ

하늘하늘 샤방샤방 블라우스도 좀 있고 바지도 면바지보다는 꽃바지도 있네~`ㅋㅋㅋ

 

여름 내내 넓은 헤어밴드로 올백으로 감아올린 헤어스타일을

추석에 시댁에 가려고 머리를 손질 할까 하다가 그냥 댕겅~~잘라버렸다.

어찌어찌 남자들의 로망이라는 긴 생머리로 한번 길러볼까 하다가

도저히..도저히 기를 자신이 안 생겨 파마도 하지 않고

그냥 숏커트로 댕...겅....날리고 나니 허걱~~~

웨이브는 하나도 안 남고 완전 생머리에 떠꺼머리 설까치닷~~!!!

 

그동안 굵은 웨이브 속에 감취어져 있던 흰머리가 오소소

하늘로 뻗쳐 올라오는데 가관이다.

검은 머리카락은 그래도 곱게 누워있는데 흰머리카락만 유독 뻗쳐 올라가는게 아닌가?

언제 이만큼씩이나 세력을 확장했다냐???

미용실 원장님의 자연갈색으로 염색을 하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한번 염색하기 시작하면 줄창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는지라 거절하고

집에 와서 욕실 거울 앞에서 가만가만 살펴보니 꽤... 엄청...  많네.....

 

그럭저럭 추석은 왔고 큰딸이 집에 오더니 날 가만히 한쪽으로 데리고 가는게 아닌가?

난 또 숨겨 놓은 비상금으로 이 에미 용돈이라도 주려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은밀하게 끌려 갔더니만

\"엄마..염색 좀 하시지 그랬어요?

 동생이 저한테 전화해서 얼마나 울었다구요...펑펑 소리내어 통곡을 하던데...

 엄마가 지 때문에 늙으셨나해서 서럽게 울더라구요....

 가만보니 흰머리가 진짜로 너무 많으시다..우짜노 우리 엄마 할매 다 됐네....\"

용돈은 안 주고 내 흰머리만 타박한다.

 

짜아씩...

그래도 그렇지 울 것까지야 뭐....

대학 일년을 다니고 외국에 보내줄 형편이 못되는 부모인 것을 알고는 미련없이 휴학을 하고

강남에서 딱 일년을 죽자고 알바를 했고 생활비며 여비를 마련했던 둘째.

스무살 어린 나이로 캐나다로 넘어가 혼자 힘으로 일년을 버티고 오더니

철이 좀 든건지.....

저희 삼남매를 키우느라 완전 촌아줌마 할매패션으로 사는 이 엄마가 안스러운겐지.

나는 내 까만머리카락이 허옇게 되건말건 무신경하고 암시랑토 안한데 애들이나 남편이 더 야단법석이다.

늙은 아내 늙은 엄마가 싫은걸까?..부끄러운걸까?

 

여동생이 무안할까 봐 안 듣는 곳에서 이야기 하는 큰딸.

막내인 아들은 그냥 엄마...흰머리가 왜 이렇게 많은거죠?..묻기만 했는데

둘째는  언니한테 전화해서 펑펑 소리내어 울면서 엄마가 저희들을 키우면서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거 같다며 우리엄마 너무 늙은거 아니시냐며 통곡을 하더라니...

이래서 딸을 키워야하나보다..ㅋㅋㅋ

남편은 하지 말라는 쌍꺼풀 수술도 딸들은 엄마만 이쁘다시면 당장하라고도 하고..

그냥 세월따라 자연스럽게 생긴 흰머리카락도 저희들 때문에 고생해서 늙은거라며

엄마맘을 헤아릴 줄 아는 딸들이 있어야 하나보다.

 

그러고보니 흰머리카락이 너무 갑자기 많아진 것 같다.

어느날 갑자기.... 우후죽순 같다더니 정말 우후죽순이 이럴까나?

앞 이마 위로 정수리 부분에는 흰서리가 하얗게 내린 것 같으니 원...

염색은 싫은데......

그냥 세월의 훈장쯤으로 생각하고 자랑스럽게 얹고 다닐란다.

얼굴피부는 그런데로 아직은 팽팽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름판은 아닌데

흰머리가 대략난감이네 그랴~

오징어먹물이라도 뒤집어 써야할까부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