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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장....부산 자갈치 풍경


BY 그대향기 2010-09-17

 

 

어젠 부산 출장을 갔었다.

한 곳에 간게 아니라 여기저기 서너곳을 돌아야 하는 길이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이른 아침인 6시에 출발을 하면서 서울로 알바자리 알아보러 간다던 둘째를 두고 가면서

고속버스 시간에 맞추어서 택시를 타고 나가라 했는데도 낮에 확인을 해 보니

고속버스 시간을 늦은 시간으로 잡고 시골버스 완행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갔다고 했다.

여긴 시골이라 아주 가끔씩 버스가 오고 또 정확한 출발도 도착도 보장을 못하는데

간도 크게 고속버스 시간대에 맞춰서 그 시골버스를 타다니....

 

우리동네는 시골버스를 한 대 놓치고나면 한두시간은 보통으로 기다려야한다.

아주 오래 전 부터 이 동네에서 사셨던 어르신들은 그게 일상이지만

요즘 아이들은 초고속시대에 살면서 전철로 또는 고속직행버스로 다니는 터라

시골완행버스는 박물관행이 되려고 한다.

여기는 택시를 부르면 왕복료를 지불해야만 해서 만원을 줘야 온다.

오천원에서 육천원으로, 육천원에서 어짜다가 저짜다간 만원으로 급인상.

둘째는 그 만원이 아깝다면서 기를 쓰고 완행버스를 고집했다.

천이삼백이면 해결 날 일을 왜 거금을 주느냐며...ㅎㅎㅎ

 

아무튼 집에 못 있어준 우리 덕에 완행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가서 서울로 날랐고

출장 온 김에 추석장도 좀 볼 겸 자갈치로 갔었는데..우...와.....

6.25 때 중공군이 인해작전을 했을 때가 이랬을까 싶게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좌판부터 상점까지 산더미같이 가지각색 생선들이 높이 쌓여있고

서로 자기생선을 자랑하기 바쁘고 가격흥정이 오갔다.

때로는 돈을 줬네~안 받았네~씨ㅍ ....아 이ㄴ이~~~저 ㄴ이....

욕설이 오갔고 다음 손님이 오면 금방 없었던 일이 되는 장터.

 

\"자~~이 조기는 두말 할 것도 없고 자갈치 최고시데이~

 한마리를 꾸버묵어도 이런 조기를 해야지~~

 죽은 조상님네 좋고 산 조상 맛있게 먹는 조기요~조기~\"

\"열 두 가지 맛나는 고래고기 잡수이소~

 고소하고 쫄깃하고 둘이 먹다가 둘이 다 죽어도 내 책임 못 집니데이~~\"

\"자.자.자....

 국산 먹칼치가 만원에 두마리~두마리~

 굵기가 꼭 어른 팔뚝만한 먹칼치가 두마리에 만원 만원~\'

\"아지매요~

 싱싱하고 쫀득한 회정식 좋습니데이~

 들어오셔서 밥 드시고 힘내서 장 보시야지예.

 잘해 드리께 오이소~..방 있습니데이~어서오시이소~\"

\"싱~싱~한~고등어가 한소쿠리에 오천원~오천원~

 오늘 밑지고 판다 팔아~

 자갈치에서 젤 맛있는 고등어가 한 소쿠리에 오천원~오천원~\"

\"민어가 만원~

 민어가 만원~

 피득하게 잘 마른 까재미(가자미)가 열마리에 만원 열마리에 만원~~~

 통통한 까재미가 열마리에 만원~열마리에 만원~\"

 .

.

.

.

모든 제수용품들이 총 동원된 추석 대목장.

삐뚤빼뚤 다양한 필체로 국산인지 중국산인지 원산지 표시를 해 놓았지만

어느 아지매 양심이 정확한 원산지 표시선인지 도통 알길이 없는 국적불명의 생선들 그리고 마른나물들.

크기도 색깔도 너무나 선명하고 화려한 생선들이 주인을 기다린다만

어느게 국내산인지 어느게 중국산인지 ....믿고 사고 믿고 먹을 수 밖에는 알 길이 없다.

어느 날 부터인지는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우린  국내산에는 너무나 많은 돈을 지불해야만 했고

또 부자들만이 먹는 음식이 되어가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

자국민이 자국에서 나는 농산물을 엄청난 돈을 주고 먹어야하고

국내산이 비싸다보니 싼 수입산을 비싼 국내산이라 속이고 파는 비양심들 때문에

억울한 돈까지  더 주고 가격도 싸고 농약 투성이 독극물을 먹어야하다니.....

 

수입산 특히 중국산이라도 안심하고 먹을수있는 먹거리만 제공된다면

가격도 싸고 모양도 그럴싸한  중국산을 먹겠지만 악덕업자들이 중간에 농간을 부려

유통과정에서 상하지 말라고 독한 보존제나 발색제를 쓴다니 누가 누굴 믿어야할까???

인체에 치명적인 발암제도 거침없이 넣질 않나....

인체에 조금씩 쌓이면 어느 날에는 죽지는 않더라도 큰 병에 걸리수도 있는

그래서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무서운 화학약품을 서슴치 않고 쓴단다.

그렇게 팔아서 번 돈으로 자기네는 국내산에 그 비싼 한우를 먹고.....

서민들의 장바구니에 자주 들어가는 나물이나 마른반찬들까지

국내산이라 믿고 사더라도 속기 일쑤고 수입산은 아예 그러려니..하고 먹으며 살아야한다니 슬프다.

우리 몸도 이젠 적응을 너무나 잘하는지 웬만큼 약한 독은 스스로 거르고 걸러서

정상화 시키려 노력을 심하게 하다보니 과부하가 걸려서 뻥~~하고 터지는걸까?

요즘은 지독한 질병도 새로 생기고 보통의 질병도 질기고 끈득지기만 하다.

 

다음주 수요일이 추석이다보니 장을 보는 사람들로 통로는 비좁았고

생선을 싱싱하게 보이라고 뿌려대는 물로인해  통로에는 질척거려 엉망진창인데

지나다니는 고객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뿌려대는 통에 에구구구...

바짓가랑이가 벌써 다 젖었고 비릿한 냄새까지 나는 것 같다.

그래도 대목장을 보려는 사람들도 팔려는 사람들도 누구 한사람 야단치거나

그일로 시비를 붙지는 않았다.

다들 바쁘고 힘든 일인 것을 알기 때문이리라.

 

올 누드 꼼장어는 죽을 힘을 다해 고통을 호소하지만 뜨거운 불판만이 그 고통을 잠재워 줄 뿐.

아주아주 지독한 이별식이 연탄화로 위에 올라 앉은 불판에서 이루어진다.

쓴 소주 한잔과 함께.

그리고 그 옆 넓다란 양은 솥단지 안에서는 시뻘건 선지국이 슬..슬..끓고 있었고

노란 호박죽도 풀떡풀떡~기포를 터뜨리며 완성의 신호를 퍼 올리며 끓고 있었다.

콜라겐이 많아 피부미용에 특효가 있다던 돼지껍질도 잘게잘게 썰어져

빨갛다못해 꼭  빨간색 고춧가루물을 들인것처럼 선명하게도 볶아지고 있었다.

거리 군것질을 거의 안하는 나는 그런 음식들이 그저 쇼윈도우의 장식품 같건만

남편은 상인들이 팔을 잡아끌며 밥을 먹고 가라는 호객행위에 잠시 휘청거린다.

 

냉정하게는 아니지만

\"아..네..

 좀 전에 집에서 밥 먹고 나와서요....

 많이 파세요~\"

난 황급히 그 집 앞을 지나친다.

길게 늘어 선 그런 음식점 앞을 일일이 다 기웃거리다가는 시장도 못 봐...빨리 가~~

내가 은근히 쎄게 남편 손목을 잡아끌며 내 필요한 품목이 있는 가게들이

줄 지어선 골목으로 들어 가 버린다.

공구골목이며 바다낚시터에는 오늘도 사람들로 붐볐지만

남편이 호기심을 보일 시간도 없이 빨리빨리 지나쳐 버렸다.

안 그랬다가 또 낚싯대를 빌려서라도 바다에 드리워 볼 남편이니까.ㅎㅎㅎ

 

잡아도 도로 놔 주고 오는 사람이 웬 낚시는????

어른들 기다리셔요~

빨리 가자구요~~~

복어가 조금 나왔는데 헐~~가격이 너무 쎄다.

통통하게 생겨서 복국 끓이거나  복샤브샤브 해 먹으면 좋겠다 싶어서 물어보니

세마리에 오만원이나 한다 세상에~~~

워낙에 흔치 않은 생선이지만 너무 쎄...그냥 가자.

그래도 할머니들이 다들 좋아하셔서 다른 집에 또 물어봐도 자잘한 복 다섯마리에 삼만원.

복은 통과~

 

그래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가자미 말린거 만원어치

아구 만원어치(말려서 아구찜 할 것으로)

돌담치(부산에서는 자연산 홍합을 그렇게 부른다..많이 비싸다) 만원어치 열마리.

제주갈치 만원어치

한치 물횟감 이만원어치(저녁에 배 넣고 상추넣고 물회 해 먹으니 부드럽고 너무 맛있었다)

동태국거리 만원어치

꽃게 이만원어치

.........................

할머니들 추석장은 이걸로 일단은 마무리하고

그 다음 야채는 마산에서.

아참참..배추가격에 입 안 다물어지고 만원에 두포기 사서 마늘도 윽.....

김치 두포기 담는데 거의 이만원이 든다.

 

안 담을수도 없고 좀 짭잘하게 담아서 짠지나 할까부다~`ㅎㅎㅎㅎ

육류나 다른 채소반찬은 그때 그때 하기로 하고 제사가 없으니 다른 제수용품은 안사도 되고

생선만 몇가지 사는데 돈이 너무 헤프다.

아직 과일은 한가지도 안 샀는데....

해마다 할머니들의 과일은 종류데로 들어왔는데 올해는 다들 어려운지 딱 한곳에서만 왔다.

해마다 할머니들한테 극진한 다른 시설에서.

송편이랑 옥돔 굴비  그리고 배  한 상자.

아껴서 먹고 손님들이 오면 구워드려야겠다.

해마다 할머니들을 방문하는 손님들도 크게 줄어간다.

 

그래도 우리집 할머니들은 여기  시골의 다른 할머니들보다는 행복하신거다.

시골엔 독거노인이나 자식이 있어도 안 찾아오는 노인들이 많으시다.

요즘 시골에서 흔하게 보는 풍경들이다.

초등학교서도 조부모가정은 흔하고....

어떡하나?

혼자서 쓸쓸한 명절을 보내야 하는데 우리집 할머니들은 그래도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고

우리가 있어서 행복하시단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세배도 드리고 선물도 드리는 우리를 자식같이 가족같이 여기신다.

올해 추석에는 다가오는 가을과 겨울에 따뜻하게 드실 수 있게 차 종류를 골고루 선물해 드리려고 한다.

건강에도 좋고  서로 따뜻한 차 한잔을 감싸 안으시고 담소라도 나누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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