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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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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킬레스근


BY 그대향기 2010-09-02











 

나는 남편이 가장 불편할 때가 집에 있는 냉장고 문을 열 때다.

24시간 재택에다가 둘이 한 공간에서 같이 근무하다보니

아침 출근이 따로 없고 저녁 퇴근이 따로 없다.

바쁠 때는 꼭두새벽이 출근시간이고 밤 10시가 다 되어도 퇴근시간은 감감....

새벽 한두시가 되어야 잠자리에 드는 퇴근 일 때가 많다.

특히 수련회 기간이 그렇다.

수시로 집에 올아와서 이것저것 챙겨 나가고 잔무를 처리하는

개인사무실이 남편의 서재이다보니 자주 집에 올라온다.

물론 건물 자체 사무실이 따로 있지만 사무원이 없고 거의 모든 업무를

남편이 다 담당하다보니 아무도 없는 썰렁한 사무실보다는 

몸도 마음도 편안한 개인서재가 더 좋아서 업무를 들고 올라온다.

서재에서 일을 보다가 목이 마르면 냉장고를 열고 서서 뭐 마실까?

뭐 간식할거라도 있나??.....한참을 냉기 흘러나오는 냉장고 앞에 서 있다.

 

나는 뭘 시원시원하게 막 버리는 걸 못하는 편이다.

요기 콕..조기 콕..

콕콕 짱박아 두는 일에 아주 달인이 다 되어있다.

누구는 수납의 달인이라고 텔레비젼에도 막 나오고 책도 냈던데

난 짱박아 두는 달인이 되어 집에 있는 두짝짜리 냉장고가 비좁을 정도다.ㅋㅋㅋ

아니 정도가 아니라 실지로 비좁아 터질 지경이다.

군것질이 심한 여자도 아니라 뭘 넣어두기만 하고

게걸스럽게 먹는 편도 아니다보니 유통기한이 넘기기 일쑤고

그걸 또 아깝다고 우적우적 먹다가는 아들한테 자주 잔소리를 듣는다.

\"엄마.....날짜가 좋을 때 드시지 왜 자꾸 유통기한 지난 걸 잡수세요?

 병나시면 어쩌려고...잡순걸로 하시고 버리세요.

 아깝다고 자꾸 드시면 몸에 해롭습니다.\"

신선할 때는 남편이나 아들이 오면 먹겠거니..아끼다가 아차 순간에 날짜가 지나가고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나너무나 아까워서 위장 좋은 내가 해 치운다는거.ㅎㅎㅎ

몇번 그러고나서는 다시는 안 그래야지..나도 날짜 좋을 때 먹어야지...하다가도

아니야..아들이 곧 올건데..남편이 심심할 때 먹을 수 있도록 잘 보이는 곳에 둬야지...

그러다저러다 유통기한은 지나가고 난 또 분리수거도 못하고 약간은 기분이 찜찜하지만

믿습니다..하고는 맛있게도 냠냠.............그리고는 메실쥬스 한잔 꿀꺽.

어디보자...........한시간 경과 이상무...두시간 경과 이상무...하룻밤 지났는데도 이상무~!!

역시 내 위장은 기능면에서도 신뢰면에서도 완전 합격점인게야.ㅋㅋㅋ

주인의 기대치에 한수위~~~~

그래도 가끔 남편이 냉장고문제를 들먹일 때는 확~~긴장이 된다.

\"못 먹는거 버리고 안 먹을거 버리고 좀 살지 그래~~\"

낮은 남편의 목소리.

이럴 땐 아무 대꾸도 안하고 가만있는게 상책이다.ㅎㅎㅎ

이러구저러구 잔소리로 대거리했다가는 내 잘못들이 줄줄이 엮여서 나올거 뻔하니까.

까딱하다가는 서랍장의 오래 된 옷가지들이며 유행 지난 신발장의 신발들까지

모조리 분리수거함에 유배될 처지라 그냥 입 꾸욱~~~ㅋㅋㅋㅋ

아침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하는 보통의 다른 집 남편 같으면 밥 차려주면 밥먹고

물이나 다른 음료수 때문에 냉장고 문 한두번??? 열까말까 할건데

우리남편은 하루에도 수도 없이 냉장고 문을 여닫는 사람이라 과감하게 버리지 못하는 나는

또 뭘 남겨뒀을까?

과일은 물러터진게 없었나?

반찬은 상하게 두진 않았을까?

특히 우유는 유통기한이 안 넘었을까?

.....................................................

우이쒸~~

덩치값도 못하고 왜 자꾸 이러는건지?

안 먹으면 퐉~퐉~버리면 될걸 안 버리고 뒀다가 공연히 간만 쫄이게 하고 말이야.

정말로 못 버리겠는걸 어쩌누?

내가 공들여 한 게 아까워서 못 버리고 아주 조금 남겨둔건 다음에 먹어치우지 어떻게 버리누....

그러다간 또 지나가버리고 작은 찬통에서 하루 이틀...사나흘 지나고나면 안 먹게되고

아들은 기숙사로 들어가 버리고 남편은 할머니들하고 식사를 한다고 또 못 먹게되고.

내가 빵순이에 과일순인데 아들 오면 주게 두어야지...남편 심심할 때 깍아 줘야지

그러다가 시간 지나고 날짜 지나면 시들해지고 맛없어지면 또 내 차지.

과감하게 버리기를 생활화해야 하는데 참 안된다.

아까워서 못 버리고 나한테 온 걸 어떻게 쉽게 버리냐???

내 막내올케네는 늘 말끔하다.

냉장고도 집안의 물건들도.

가장 중요한 비결은 한끼 식사를 마치면 남은 반찬은 과감하게 쓰레기통으로 직행.

식당에서 오래 일을 하는 이유도 있지만 남겨둬 봐야 다음끼니땐 가족들이 별로 안 좋아한다고

국이나 멸치조림 같은 밑반찬  이외엔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면 냉장고는 언제나

새로 들여 놓은 냉장고 같이 아주아주 깔끔하다는 거.

나는 늘 추억 어쩌고저쩌고 하다간 못 버리고 차고 넘쳐서 만원사례고.ㅋㅋㅋ

올케는 장롱도 서랍장도 언제나 말끔하게 정리가 되어있다.

유행이 지난건 과감하게 버리니 옷장도 신발장도 언제나 깨끗하다.

덕분에 우리아이들도 많이 얻어다 입혔지만

그렇게 아끼고 못 버리고 살아도 난 늘 싸구려 루마패션이고

막내오빠네는 온 가족이 몽땅 소위 말하는 메이커제품 일색이니

이건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게 아닌지 몰라....

올케는 그렇게 정리도 잘하고 좋은 옷에 좋은 신발만 신고 살아도 언제나

마음 한쪽은 우리 부부가 사는게 부럽다니 참 아이러니다.ㅎㅎㅎ

 

나도 버리고 살아야겠는데 정확하게 기준이 안선다.

이건 이래서 못 버리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집이 크니 망정이지 집이 좁았더라면 이 짐을 다 어찌 지니고 살건지 원.

아니다..집이 자꾸만 평수를 넓혀가니 짐이 정리가 안되고 자꾸만 부피를 키운게지.

단칸방에서 방 두칸 ..방 두칸에서 13평..13평에서  20평..20평에서 30평..30평에서 지금은???

내집은 아니지만 크흐흐흐흐흐............비밀인데요~~엄청나요.

몇평이냐구요?

4천평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