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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없는 딴지는 그저 딴지일 뿐...


BY 섬 2010-08-31

어딜 가도 남이 해주는 밥상에 얌전하게 숟가락만 들지 못하는 왕오지랖 체질이어선지

일처리가 더디면 참아낼 도리가 없이 채근을 일삼는 덕인지는 몰라도

아주 많은 잡일이 보통은 내 손을 거쳐간다.

 

주도면밀하지는 못하지만 시끌벅적하게라도 이래저래 여론수렴하여 일처리를 하자면

구성원의 요구사항과 취향이나 개인적인 바램까지,,, 세명에게 전화돌리면 벌써 넉다운이다.

 

본디 아줌마들은 사회화가 덜되어 자기 주장을 어디까지 펼쳐야하는지 잘 모르는 형편인데다가

주로 나의 고객인 친정식구들은 대한민국 최고 민주말빨이다.

조용히 따르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이 입가진 사람은 저마다 한소리씩 해댄다.ㅜ.ㅜ

 

가족들은 또 어떤가.

메뉴에서부터 음식점고르기, 놀러가는 장소, 휴가보내기...고비마다 까탈이 장난아니다.

이래저래 이솝의 당나귀아저씨처럼 가운데서 우왕좌왕 하다가 \'꽥\"소리지른다.

 

\"야! 이제부터 대안없는 사람은 딴지걸지마!!!\"

다들 입을 삐쭉인다.

\'말도 못하냐~~? 독재자!\'

만만한 집에선 난 아직도 이 말을 자주 외친다.

\'대안없는 의견은 의견이 아니다!!\'

 

본디 훈수라는 것이 하는 사람은 고수처럼 빛나지만 정작 전체의 책임을 지는 사람은 선수다.

실제 전체를 아우르며 일하는 사람은 훈수두는 사람보다 훨씬 못해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작 바통을 넘겨주고 \'네가 해봐!\' 해놓고나면 죽을 쑤거나 삼십육계가 다반사다.

세상 모든 일은 \'보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하는\' 사람의 것이다.

 

밥 한번 지을 줄도 모르면서 밥맛이 이러네저러네 하는 것은

그저 조심스런 고객평가단 이상의 폭력이어서는 안된다.

여태 하느라고 힘쓰고 땀뺀 사람들의 결과를 같이 향유하면서

노고치하는 천리만리, 어쩌다 씹힌 돌 하나에 밥상을 뒤엎는 얌체 훈수족은 참아내기가 어렵다.

 

그리 폭력적인 언사로 \'하는\' 사람을 질타할 거면 차라리 \'네가 밥상을 차리든지~~\'다.

혹은 밥주걱도 못들어본 사람들의 \'못 먹는 감 찔러보기\'라면

괜한 선동에 맞장구치면서 기껏 해놓은 밥에다 재뿌리는 짓까지는 하지말지어다.

 

그래서 난 언제나 \'대안없인 과격한 훈수를 두지말자\'로 마무리한다.

대안을 만들만큼 구체적으로 공부하고 열정을 가지고 연구한 사람만이 제대로 의견을 낼 수 있다.

그도저도 아니라면 아주 조그맣게 의견을 개진하는 정도면 된다.

별 실력도 없이 멋져보이는 훈수로 기껏 차려놓은 밥상을 들어엎기만 한다면

불쌍한 건 아침도 굶었는데 제대로 차릴 밥상을 위해서 점심도 굶게 될 아그들 뿐이다.

 

별 대안도 없는 구호만 멋진 딴지는 언제나 무가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