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바이에 앉은 다방언니의 팬티를 보느라
길 가던 아저씨도, 딴청 피우는 1차선 총각도 힐끔힐끔 바쁘다.
내 시(詩)도 그 언니의 하얀 팬티였으면 좋겠다.
야한 시였으면 좋겠고 힐끔힐끔 쳐다보고 싶은 시였으면 좋겠고
다방언니의 자존심 같은 시였으면 좋겠다.
허연 허벅지 내놓고 당당하게 드러낸 등, 허리 아래로
그래도 가려진 진실이고 눈물이면 좋겠다.
헤픈 년 소리도 들어도 그래서 내 시의 두 발을 벌려
서로를 안을 수 있다면 욕을 먹어도 또 다시
오토바이에 척 앉는 언니의 야문 속내였음 좋겠다.
우리네 진실만큼 짧아진 치마 속,
건조한 일상에 욕정의 대상이 되는 것도 좋겠다. -
이상은 수년 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상상마당>에 ‘해토’라는 필명을 가진 분이 올리신 글이다.
당시 이 글은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는데 지금이야
전문커피점이 대세지만 예전엔 다방이 참 많았다.
근데 예나 지금이나 다방의 이른바 레지 아가씨들은
‘일단은~’ 예쁘고 봐야 손님도 들끓었다.
또한 아침에 일찍 다방에 가면 이른바
‘모닝커피’라고 하여 계란 하나를 동동 띄워주었다.
지금처럼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던 젊은 날의
어느 즈음에 딱히 할 일이 없던 나는 시간이나 죽일 요량으로 다방을 찾았다.
그 다방은 일전에 갔던 곳이었는데 한 레지 아가씨의
미모가 가히 성춘향의 뺨을 치고도 남을만해서였다.
커피를 한 잔 사 주며 쓸데없는 잡담으로 일관하자니
처음엔 반색을 하던 그 아가씨도 무료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뒤 나잇살이나 드신 어르신들이 우르르 들어섰다.
그러자 아가씨는 금세 ‘배신을 때리곤’ 참새처럼 그리로 냉큼 날아가 앉았다.
“어머~ 오빠들 너무 오랜만이다!”
빌어먹을~
대머리가 훌러덩 까진 50대 중늙은이들이 얼어 죽을
무슨 놈의 오빠냐, 너한테는 아버지를 하고도 나이가 남아돌겠다.
구시렁거리며 셈을 치르는데 그 아가씨는
이젠 아예 뒤돌아보려고 조차 안 했다.
‘내가 널 다시 보면 성을 간다!’
뿔이 나서 그렇게 나온 뒤로 그 다방을 다시는 안 갔다.
얼마 전 예식장에 갔다가 예전 직장에서 친하게 지냈던 지인을 만났다.
밥을 먹고 나와 근처를 배회했으나 다방은 도통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궁여지책으로 인근의 커피전문점을 찾았는데 세상에나 만상에나~!
커피 한 잔에 4천 원대가 뭐니?!
그 돈이면 소주가 세 병도 넘는 거액이거늘.
쓰기만 하고 맛도 ‘더럽게’ 없는 그 커피를 억지로 마시면서 아까워 죽는 줄 알았다!
그 시절 다방의 커피는 값도 쌌거니와
다방 언니의 교태까지 섞인 바람에 맛 또한 탁월하였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