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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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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부동산 투자 입문과 ...깨어진 우정


BY *콜라* 2010-07-15

내가 아주 좋아하고 친한 언니가 있었다.

좋아하는 건 일방적인 의사 결정으로 가능한 일이지만 

친하다는 것은 …… 상호적이어야 하는데

생각해보면 나만의 지극히 주관적인 오해였던 듯도 하다.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서 있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던 우리는

서로의 집을 오가며 반찬도 나누어 먹고 필요한 물건을 함께 구입하고

중랑천을 뜀박질하며 우리 식의 우정을 키우며 지냈다.

 

머리가 좋은 언니는 40대에 입학한 방송대를 4년간 장학금을 받으며 졸업했고

부동산중개사 시험을 3개월 독학한 다음 합격한 것은 물론

친척들의 집까지 직접 등기를 해 주며학원 보내지 않고도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무슨 일이든 확실하고 완벽한 여자였다. 

 

즐거운 일도 슬픈 일도 사시사철 감상으로만 해결 하려 드는

한 떨기 코스모스 같은 여자를 질색하는 나의 취향에 꼭 맞는 타입으로

그 언니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에너지를 얻었다.  

 

그런 언니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피하는 듯 하더니

뇌졸증으로 쓰러진 언니의 남편 병원비 모금 전달을 위해 만났을 때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뿐, 주관자인 나의 눈길을 피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도무지 이유를 몰라 더 답답하고 속이 상해 잠이 오지 않을 정도 였다. 

 

우리 사이를 아는 학우들이 물어봐도 

일체의 말을 하지 않아서 영문도 모른 채 당하는 일에 참 황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자기가 뭔데 하는 식의 미운 감정도 들었다.

 

그 무렵은

개나 소나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려 대한민국 땅덩이가 부동산 열기로 뜨거울 때 였다.       

자고 나면 몇 백 만원씩 오르는 집 값에 어리둥절한 나의 정신은

오르는 집값을 따라가질 못한 채, 그저 현관 틈 사이로 밀려 들어오는

부동산중개업소의 광고지와 명함을 치우는 일에만 몰두 하다가 

어느 중개업소의 광고카피에 꽂혔다.

 

살고 있는 집을 자본으로 삼으세요.

 

그때까지 자본이 이윤을 창출하고, 자본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은

몸으로 손으로 발로 뛰며 노력하는 것만 전부라고 믿고 살던 나에게

그 한마디는 섬관처럼 뇌리를 파고 들었다. 

 

어떻게 살고 있는 집이 자본이 될 수 있는가 궁금해서 전화를 걸었다.

 

사는 집을 웃돈 얹어 팔고 다시 조금 더 넓은 평수의 급매물을 찾아 이사를 다니며

자본을 증식시키는, 소위 집 장사\'라는 뻔한 논리였지만

당시처럼 부동산 가격이 호기일 때 고려 해 볼만한 방법일 듯 하여 

똑똑한 그 언니와 의논한 후, 이사하는 게 힘은 들겠지만

다행히 회사를 휴직한 상태라  배움이 있으 리라는 생각에

사는 집을 자본으로 한  갈아 타기\'를 경험해 보기로 했다.

 

오전에 먼저 우리 집의 매도 계약서를 쓴 다음

오후에 이사 갈 집의 매수 계약서를 쓰기 위해

길 건너에 있는 중개사사무실로 갔던 나는

거품을 물고 쓰러질 뻔 했다.

 

중개업소 직원이, 그 사이에 5백 만원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을 설득하고 있었다.

세상에 아무리 돈이 세상을 살아가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하지만

생계가 어려운 처지도 아닌 사람이 비록 계약서에 사인한 적 없어도

바로 어제 오후에 한 약속을 눈 깜짝 하지 않고 뒤집을 수 있는 지 

한 바탕 퍼붓고 숨이 막혔다.  

 

반지하방에 세를 살았어도 이사 갈 땐

다음 세입자에게 이사 한 후 식사할 자장면 집 전화번호 남겨두고

냉장고에 김치 정갈하게 담아 쪽지 써두고 가던 시누형님을 보았던 나는

정이 딱 떨어졌다.

그런 주인이 살던 집엔 심술과 욕심과 시기심이

벽지에 다닥다닥 붙어 있을 것만 같아 공짜로 줘도 싫어졌다.

 

돈도 사람 봐 가며 붙는 것. 내 복에 무슨 부동산이람

괜한 욕심을 냈던 것을 뉘우치며 불과 몇 시간 전에 우리 집을 계약한 사람에게

사정이야기를 하고 웃돈 2백 만원을 얹어주고 해약을 했다.

 

소문에는 24시간 내 계약을 해지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런 법률조항은 없었다.

돈을 벌기는커녕 나의 첫 부동산 투자의 출발은 적지 않은 수업료만 지불하고

끝났다. 그리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 달 생활비와 맞먹는 돈...

그 돈이 눈깜짝 할 사이에 날아 간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을 알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 동動 산産.

사전적인 정의로는 토지와 그 정착물. 집이나 건물 등과 임업이 속하기도 한다고 되어 있다.

  

부동산을 알면 3대가 편하다는 시대에

남의 일로만 여기며

자기 월급만 바라보고 살라고 멀쩡한 마누라 집안에 끌어 앉힌 남편이나

그 남편 설득하길 포기하고 눌러 앉으려던 나도 답답한 사람들이었다.

 

내 몸으로 일한 만큼 받는 댓가만이 정당한 가치라고 여기던 생각에 혼란이 왔다.

시대의 흐름에 빨리 적응하지 않으면 

마누라 머리채를 팔아 막걸리 마시며 글 읽는 도태한 초가집 선비 짝이 날것 같은

위기감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특히 결혼 전, 전업주부로 살겠노라고 대수롭지 않게 했던 약속이

결혼 직후 부부싸움의 주요 불씨로 이혼 직전의 상황에서

내가 직장을 사직하는 것으로 겨우 종결되었던 참이었다.

 

5시 정각이면 퇴근해서 5분 거리의 집으로 달려와

평일에도 미사리, 의정부, 장흥 라이브 카페를 순례하며 

어떻게든 다시 직장에 나가지 않도록 내 비위를 맞추는 남편의 환한 얼굴만큼

출금기록만 꼬리가 길어지는 예금통장은 내 미래마저 불투명하게 만드는 듯 했다. 

 

결혼 후 허울만 주부\'에 불과한 여자가 

타의에 의해서 하루 아침에 백수가 되어

몸에 소금칠 하며 하루종일 사우나에서 삶은 계란 까먹으며 이웃 아줌마들 틈에서 수다도 떨어보고 

매일 아침 수락산 정상을 누벼도 보았지만

마치 품 안에 안고 다니던 자식을 빼앗긴 어미 마냥

근원을 알 수 없는 우울함만 커 질 뿐 전혀 행복하지가 않았다.   

 

그 와중에 변명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생돈 2백 만원을 날렸으니 

속에서 불이 활활 타올랐다.

 

바람도 쐴 겸 내 2백 만원 날린 하소연도 할 겸

남편이 퇴근하는 5까지 동네 부동산을 기웃거리며

소위 실장이란 아줌마들과 차도 마시고 일하는 모습도 지켜보며

고등백수 아줌마는 점점 부동산의 신기루에 빠져들었다.

 

손님이 많은 날 직원들이 밖으로 나가면 전화도 받아주고

불결하다고 질색하던 근처 지하철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그들과 어울려 밥도 먹고

무급의 자원봉사 근무를 자청했다. 

경영을 알기 위해 편입학 했던 경영학과에서도 배우지 못한 부동산의 실체를 조금씩 엿볼 수 있었다.

 

요즘 부동산 중개업소는 사장 이하 직원이 부지런히 입품, 발품 팔며

,월세 잘 성사시켜 수수료 받는 푼돈에 의존하는 예전 복덕방수준이 아니라

사장의 자금동원능력 = 부동산중개업소의 진정한 능력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동네 중개업소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장 본인의 자금력은 한계가 있으므로

거대 자본가가 아니라도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제외한

한 두 채의 아파트를 사고 팔 수 있는 기간동안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소위 개미투자자들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능력이라면 큰 능력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소 유리창에 도배되어 있는 급매물들은 무늬만 급한 것일 뿐

경매와 빚으로 실제 급급매물로 시세보다 천 만원 단위 이상 저렴하게 나오는

물건이 실수요자에게 바로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2부에 이어서,,,,,,

모두 부~~~~~~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