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 금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411

퀴즈 퀴즈 퀴즈!


BY *콜라* 2010-06-21

 

내가 병들었다면 자기가 준 스트레스가 원인일 거라고 확신했었어.

그런데 또 세상에서 자기만큼 진심으로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해보니까 고맙더라. 엄마 아버지의 사랑도 작진 않지만

애틋함은 없었고 앞으로 내가 잘 해줄께....

 

검진을 다녀오던 차 안에서 고백아닌 고백을 하며 

기억에도 아물거리는 연애시절 그 목소리로 분위기를 잡았다.

그때까지 초음파 검진도 남았고 암검사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만약 결과가 나쁘게나와서 앞으로 3개월 남았습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는 

가설 위에 내 삶을 올려 놓고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얼마 후 죽는다면, 아니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다이어리에 메모를 해보았다.

메모한 자료가 노트 다섯 권이다.

 

먼저 \'나만의 레서피라는 가제의 평범한 주부들의 자기만의 요리비법을 담은 요리책,

밴쿠버를 중심으로 알려지지 않은 비경과 처음 방문객들도 책만으로

캐나다 도시 몇 곳을 즐길 수 있는 놀꺼리, 즐길 꺼리를 엮은 여행안내서

그리고 그간 찍어 둔 수만장의 사진을 골라 사진 에세이집을 내고

해외이민자들을 위한 \'한국과 다른 창업준비\' 실용서, 수습기자를 거치지 않은 해외교포언론 기자들의 취재입문서에 선교사와 찬양 사역자들의 간증집을 만들어 보는 일.... 등이다. 

 

모두가 책과 관련되는 것들이지만 그 밖에도 보통 아줌마 집사님들처럼

새벽예배와 수요에배, 금요예배까지 모든 예배에 참석하며.

미친여자 소리 들을만큼 미친듯이 전도도 해보고 싶고

엄니와 손잡고 제주도 여행을 가고 싶고, 엄마와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싶고

다기를 만드는 수준의 솜씨지만, 산 아래 마당 있는 집을 사서

뒤 켠에 가마틀을 지어 옹기만드는 기쁨도 누리고 싶고

마당엔 온통 코스모스 씨를 뿌려 여름부터 가을까지 코스모스 속에 묻혀

옹기를 만들다가 지루하면 깨어진 옹기그릇에 도토리 묵이니 음식을 해서 

지인들을 초대하고 싶고……

 

죽는다고 생각하니 이 많고 많은 하고픈 것들이 갑자기 급해 진다.

죽기 전날까지 방송을 했던 고 길은정씨가 생각이 났다.

일욕심 많은 사람은 이런 마음이구나 싶었다.

 

그동안 좀 더 겸손하고 좀 더 남을 배려하며 좀 더 사랑하지 않고 살던 것이 후회스럽고

남편에게도 더 잘해 주지 못한 것이 아쉽고 미안하고.

그래서 고백 아닌 고백을 했는데내 이야기를 귓등으로 스치는 듯 하다.

 

순간, 좀 더 잘해주겠다는 다짐은 사라지고

울컥 화가 치밀었지만, 내가 한 말이 부끄러워 다시 한 번 립 서비스’......

 

자기자기가 있어서 내 삶이 풍요로웠고 자신감 넘치는 내가 될 수 있었어. 

자기는?

뭐가?

으이그~ 기껏 분위기 잡고 간지럽게 아부를 하는데

찬물 끼얹는 대답이나 해대니 스트레스 받아서 없던 병도 생기겠다. 

 

아니, 만약 자기가 나보다 먼저 죽으면, 난 살아 있어도 먹지도 자지도 못해서

죽은 사람처럼 살다가 자살하지 않아도 스스로 말라서 죽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자긴 내가 죽는다면 어떨 것 같냐구

 

..

 

나도 너 없으면 못 산다. 너가 있어서 나도 행복하다. 너 없으면 살아도 죽은 거나 다름 없으니 나도 따라 죽을 거다. 

이런 대답을 하면 이 남자 불쌍해서 어쩌나 착한 내 남편 불쌍해서 어쩌나.....

지레 눈물이 찔끔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난 니가 죽으면 .....\"

\"응 내가 죽으면......?\"

 

\"코스코 가서 스테이크 양념에 재운 거,빵, 파스타,냉동식품 잔뜩 사와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하얀 쌀밥에 고기반찬 해서 실컷 먹을 거야. 라면도 사오고 보리쌀 현미 이런 거 싹 다 쓰레기 통에 버리고, 일회용 숟가락 나무젓가락 묶음으로 사다 놓고 설거지도 안하고 편하게 살 거야.

! 평소에 얼마나 생각하고 있었으면 대사 외우듯 좔좔 하는 말이 전부

내가 절대 먹지 말란 것만 골라서 사고, 내가 싫어하는 짓만 골라서..

 

에라이~

그래 선천적으로 고혈압 있는 집안에서 태어 난 사람을 어째 건강하게 살려보려고 노력 했더만, 아무거나 실컷 먹고 니가 먼저 죽으면 나도 젊은 놈 하고 재혼해서 알콩달콩 잘 살거다~

욕 막 나온다.

 

그래, 본처 뼈빠지게 일해서 벌어 놓은 재산 어지간히 있겠다, 총각 장가도 들 수 있을텐데 뭘 냉동식품 사먹냐? 혼자 먹으면 맛이 있겠어? 재혼은 안 하냐섹스 밝히는 어린 것 만나서 비디오 처럼 하면서 잼나게 잘 살아라~

조언인지 축복인지 모를 악담을 또 좔좔  퍼부었다.

한참을 듣던 그......

 

재혼? 안 한다.

 

! 그래도 양심은 있어가지고 재혼은 안한다네

나 죽은 다음 재혼을 하든 상투를 틀든 뭔 상관이랴만

말이라도 재혼 안한다니 무언가 쬐금 위로 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내 착각은 곧 박살났다.   

 

~~ 내가 바보냐같은 실수를 반복하냐………”

 

으아~

그 다음은 상상에 맡기겠음.

 

1.       다다다다 3배 쎈 무기로 무찌름

2.       상대 하지 않음

3.       함께 앉아 밥 먹지 않음

4.       나도 정신 차리고 딴 주머니 찰 궁리를 시작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