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워도 미워도
먹일 건 먹이고, 먹을 건 먹자 ...... 주의인 콜라
부부싸움 한 다음날 아침밥 안 먹이고 남편 출근시키는 아줌마들의
그 여유로운 성품을 콜라는 진심으로 존경한다.
밉다고 안 살 것도 아닌데 병나면 나만 손해에다
기운 없어서 추레해 보이는 건 아닐까
동료들과 막간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 해소 해야 할 점심시간에
게걸스럽게 밥 퍼 먹으며 천박해 보이진 않을까 …..
온갖 걱정에 차라리 밥 먹이고 보내는 편이 속 편하다.
그래서 일단 먹일 건 먹이고
입힐 옷 제대로 입혀 남편의 품위손상 최소화시키며 싸우는 게 나의 원칙.
애호박전이 먹고 싶다고 해서 사 오던 날 전쟁이 시작되어
애호박의 탱탱한 껍질 파르스름한 연둣빛이 변할까
냉장고 문을 열고 닫길 수없이 하다가
밀가루 묻혀 계란 옷 입힌 애호박 전을 동글동글하게 한 접시 가득 부쳐
참기름 간장 만들어 식탁에 차려 놓고 방에 들어갔다.
말없이 영화를 보고 있는 그.
침대로 올라 갈까. 옆에 깔아 놓은 이불에 들어갈까 망설이다
배개 위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주우며
제발 침대로 끌고 올라 가 주길 기다리고 기다려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모습에 약간 실망과 절망을 하며
하는 수 없이(?) 이불 속으로 들어가 막 눕는데
“침대로 올라 와~”
흐미, 얼마나 기다렸던 소리냐…
But~~
말만 하면 못 올라가징~ 액션!! 액션이 있어야징~
애가 타면서도 입에선 또 튀는 소리가 나온다.
“됐어”
내가 생각해도 어찌나 말투가 차가운지, 나 같아도 더 이상 말을 붙이지 못할 듯 하다.
한번만 더 말 해주면 바로 튀어 올라가자 다짐하며
이제나 저제나 그의 동정을 살피는데
자꾸만 배를 문지르더니 서랍에서 뭘 꺼낸다.
소화제다.
순간적으로 튕겨 일어났다.
“위장 아파?”
“괜찮아…. 약 먹었어…”
“빨랑 내 약국에 하얀색 위장 그림 그려진 흰 병 약 먹어.”
“아냐, 약 먹었어”
“그건!!! 위장약이 아니라 소하제야! 제산제를 먹고 보호제를 먹어야 해!!!!”
흐이구~ 돌팔이가 완전 병주고 약주고 혼자 다 한다.
그런데 순순히 내가 시키는대로 약 찾아먹고 들어오더니
누워있던 나를 번쩍 안아 침대로 옮기려는 그....
눈깜짝 할 사이에 일어난 사태...
앗!! 내 몸무게가 몇 킬론데…. 허리 다칠라…. ㅋㅋㅋㅋ
벌떡 일어나 내 발로 침대로 올라가 자리 쓱쓱 정리정돈.. 누웠다.
마치 어디로 도망칠까봐 묶어두고 싶은 사람 마냥
두 다리 사이에 끼워 꼼짝 못하게 한 다음
내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내더니 가만히 들여다 본다. 쪽팔리게…
“왜? 왜 봐?”
대답대신 검지 손가락으로 내 두 눈을 쓸어 내려 감기는 그의 손길에서
백마디 말보다 더한 미안한 마음의 사과가 전해졌다.
하지만 뭔가 억울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지만, 전리품 없는 전쟁은
병사만 희생시키는 어리석은장수들이 하는 짓
그의 가슴을 파고 들며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후~~ 자기........나.... …. 화 났어….”
“그래….. 미안해…..”
그러나 쇠도 달궈졌을 때 두드려야 모양이 나오는 법...
“나 .. 화 났었어… 많이….”
“그래… 알아,,,너가 미워서 그런 거 아니야… 너가 너무 힘들어 하니까… 걱정돼서 그래….”
히히~
그리고 작업지시서가 필요없는 사흘째 저녁 ….
내가 좋아하는 갈매기 살에 새송이 버섯 구워 저녁 밥을 먹고
그간 쓸데 없는 전쟁에 밀려났던 무를 꺼내
싱크대 앞에 나란히 서서
그가 껍질 벗기면 나는 씻고
그가 토막 내 넘기면 나는 썰고
냉수를 마셔가며 미친 듯 웃고 떠들며
그간 참았던 수다를 쏟아냈다.
깍두기를 담그며……
PS: 부부싸움, 잘 하면 약이되고 잘못하면 독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