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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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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깍두기를 담그며...


BY *콜라* 2010-05-30

싸워도 미워도

먹일 건 먹이고, 먹을 건 먹자 ...... 주의인 콜라

부부싸움 한 다음날 아침밥 안 먹이고 남편 출근시키는 아줌마들의

그 여유로운 성품을 콜라는 진심으로 존경한다. 

 

밉다고 안 살 것도 아닌데 병나면 나만 손해에다

기운 없어서 추레해 보이는 건 아닐까

동료들과 막간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 해소 해야 할 점심시간에

게걸스럽게 밥 퍼 먹으며 천박해 보이진 않을까 ..

온갖 걱정에 차라리 밥 먹이고 보내는 편이 속 편하다. 

 

그래서 일단 먹일 건 먹이고

입힐 옷 제대로 입혀 남편의 품위손상 최소화시키며 싸우는 게 나의 원칙.

 

애호박전이 먹고 싶다고 해서 사 오던 날 전쟁이 시작되어

애호박의 탱탱한 껍질 파르스름한 연둣빛이 변할까

냉장고 문을 열고 닫길 수없이 하다가  

밀가루 묻혀 계란 옷 입힌 애호박 전을 동글동글하게 한 접시 가득 부쳐

참기름 간장 만들어 식탁에 차려 놓고 방에 들어갔다.  

 

말없이 영화를 보고 있는 그.

침대로 올라 갈까. 옆에 깔아 놓은 이불에 들어갈까 망설이다

배개 위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주우며   

제발 침대로 끌고 올라 가 주길 기다리고 기다려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모습에 약간 실망과 절망을 하며

하는 수 없이(?) 이불 속으로 들어가 막 눕는데 

 

침대로 올라 와~

 

흐미, 얼마나 기다렸던 소리냐

But~~

말만 하면 못 올라가징~ 액션!! 액션이 있어야징~

애가 타면서도 입에선 또 튀는 소리가 나온다.  

 

됐어

 

내가 생각해도 어찌나 말투가 차가운지, 나 같아도 더 이상 말을 붙이지 못할 듯 하다.

한번만 더 말 해주면 바로 튀어 올라가자 다짐하며

이제나 저제나 그의 동정을 살피는데

자꾸만 배를 문지르더니 서랍에서 뭘 꺼낸다.

소화제다.

순간적으로 튕겨 일어났다.

 

위장 아파?

괜찮아. 약 먹었어…”

 

빨랑 내 약국에 하얀색 위장 그림 그려진 흰 병 약 먹어.

아냐, 약 먹었어

그건!!! 위장약이 아니라 소하제야제산제를 먹고 보호제를 먹어야 해!!!!

 

흐이구~ 돌팔이가 완전 병주고 약주고 혼자 다 한다.

 

그런데 순순히 내가 시키는대로 약 찾아먹고 들어오더니

누워있던 나를 번쩍 안아 침대로 옮기려는 그....

눈깜짝 할 사이에 일어난 사태... 

 

!! 내 몸무게가 몇 킬론데. 허리 다칠라. ㅋㅋㅋㅋ

벌떡 일어나 내 발로 침대로 올라가 자리 쓱쓱 정리정돈.. 누웠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가 두 팔로 가만히 꼭 끌어당겨 안는다.

마치 어디로 도망칠까봐 묶어두고 싶은 사람 마냥

두 다리 사이에 끼워 꼼짝 못하게 한 다음

내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내더니 가만히 들여다 본다. 쪽팔리게

 

? 왜 봐?

 

대답대신 검지 손가락으로 내 두 눈을 쓸어 내려 감기는 그의 손길에서

백마디 말보다 더한 미안한 마음의 사과가 전해졌다.  

 

하지만 뭔가 억울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지만, 전리품 없는 전쟁은

병사만 희생시키는 어리석은장수들이 하는 짓

그의 가슴을 파고 들며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후~~ 자기........나.... . 화 났어.

그래.. 미안해..

 

그러나 쇠도 달궈졌을 때 두드려야 모양이 나오는 법...

 

.. 화 났었어 많이.

그래 알아,,,너가 미워서 그런 거 아니야 너가 너무 힘들어 하니까 걱정돼서 그래.

 

히히~

 

그리고 작업지시서가 필요없는 사흘째 저녁 .

내가 좋아하는 갈매기 살에 새송이 버섯 구워 저녁 밥을 먹고

그간 쓸데 없는 전쟁에 밀려났던 무를 꺼내

싱크대 앞에 나란히 서서

그가 껍질 벗기면 나는 씻고

그가 토막 내 넘기면 나는 썰고

냉수를 마셔가며 미친 듯 웃고 떠들며

그간 참았던 수다를 쏟아냈다. 

깍두기를 담그며……

 

PS:  부부싸움, 잘 하면 약이되고 잘못하면 독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