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묵혀 두었던 자전거의 먼지를 떨어 내고 물걸레로 깨끗이 닦는다
삐걱거리는 소음도 잠깐 쌩쌩 잘 굴러 가누만 ㅎㅎ
오랜만의 자전거 타기가 상쾌하다
하얀 벚꽃향내가 살짝 살짝 코에 스치고
노란 물감 칠해진위에 연분홍 가만히 찍힌 하얀 물감그림이 지나 간다
우리동네는 보도 블록 교체가 한창인데
반가운건 자전거 길이 새로 싹 깔린다는 것이다
어느 길은 벌써 깔려 초록 융단 같은 부드러운 길을
달리는 바퀴의 느낌이 그야말로 짱이다
30분 되는 길을 지나 목적지에 도착한다
지난주 부터 내가 돌보는 할머니댁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게 됐는데
직장 다니는 딸과 함께 사시는 할머니는
치매가 있으신 분
첨부터 낯가림은 않으셔 다행이었고 두마리 강아지들도 함께
생활하고 있다
딸이 새벽에 나갔다 9시에 돌아오니 심심한 할머니는 바깥에 나가는 걸
좋아 한다 그러면 모자 씌우고 스카프하고 부축해 모시고 나간다
할머니네 아파트 단지에도 봄의 축제는 한창이다
벙글어져 곱게 피어난 흰목련 많은 사이에 자색목련도 한그루 나도 있소 하고
서 있어 눈길을 끌고
철쭉이 성이 나 토라진듯 뽀죽 나왔다
야들야들 연두빛 싹들의 풍경은 언제나 신선해 마음을 사로 잡는다
ㅡ 할머니 ,꽃들이 참 예쁘죠?
ㅡ이쁘긴,,,, 난 꽃이 시려..
다리 아프다 ,,,,나 들어 갈래
나온지 얼마 안됐는데 들어 가 잔다
강아지들이 참 신기하다
한번도 개는 키워 본적이 없어서 왕왕 대는 놈들한테 첨에는
정신 없었는데 ,,,이녀석들이 사람을 참 좋아 하는구나 싶다
처음 보는 사람 한테 꼬리 흔들고 핥고 안기고 한다
버릇이 잘 들어 똥은 똥자리에 오줌은 오줌 눈는 곳에다만 싼다
털도 깨끗하고 ,,,,
ㅡ 할머니 강아지들이 참 예뻐요
ㅡ 이쁘긴,, , 저리가 구찮게 하면 패야 돼
( 등 긁는 막대로 툭툭 쳐서 내 보낸다)
할머니는 70 연세에도 흰머리가 얼마 없고 피부는 깨끗한 편이며
주름이 얼마 없는 고운 모습인데 내가 요양원에서 봤던 어르신들이
거의 웃음이 업는데 비하면 가끔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려 웃으실줄 안다
같이 사는 딸과 어머니의
전화통화 하는걸 들으면 엄마를 참 극진히 생각하는 딸이구나 싶고
참 힘들겠다 여겨진다
우리 할머니는 가벼운 치매신가 싶게 이틀은 지나 갔는데
세째날은 놀래 버렸다
목욕하는 날이라 욕조에 따순 물 받아 머리 감기고 목욕 깨끗히 한후
한잠 주무 셨는데
일어 난 후 좀 멍해 지시는 거다
강아지 이름을 오락가락 헷갈리시고
급기야 이 집을 내집이라고 (나를 가리키며) 당신 집은 다른데 있으니
가야 한다며 스카프를 매고 현관으로 나가시니 ...
바지엔 오줌도 지려 놓셨고 ...
우와....
옷은 갈아 입혀 드렸는데 혹시 내가 퇴근 한후 밖으로 나갈까봐
안절부절 했다 그날은 큰딸 성당일로 빨리 집에 가야 할일도 있어서 더 그랬는데
보호자와 센터장과 의논하느라 진짜 전화통에 불이 났다
쉬운 일은 아닐거라 여긴터 ,,,
집의 비번도 기억 하시고 대답을 곧잘 해서 가벼운 초기 치매라고 판단했는데
가끔씩 이렇게 정신을 놓으실때가 있으시다고,,,
할머니가 걱정 되지만
그 아들 딸 마음 같기야 할까
휴 ,,,,,,,치매는 왜 생기는 건지
자전거를 타고 돌아 오는 길
봄꽃이 시야에 잘 안들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