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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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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방 미안하네.


BY 그대향기 2010-04-13

 

 

지난 주말에 큰 딸 내외가 다녀갔다.

귀국하고 이삿짐도 다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주일만에

회사에 출근하다보니 친정에 다녀가기도 어렵고 귀국 후 할머니들한테

안사차  하루 다녀간 후 이번이 두번째 친정나들이였다.

 

주말엔 격주로 회사를 쉬다보니 아무 주말이나 다녀가지도 못하고

몸은 피곤하고 쉬고 싶었지만 엄마가 보고싶다니 주말 늦잠을 포기하고

부부가 주말 점심시간을 맞춰 다니러 왔다.

식사를 우리집에서 하는게 아니라 할머니들하고 같이 해야하다보니

가능하면 내 개인적인 손님들도 식사시간을 맞춰서 오는 편이다.

우리애들은 할머니들의 친손녀처럼 이뻐하시고 기도로 후원해 주시는 할머니들이시기에

그 날 큰 딸 내외가 오던 날도 할머니들은 무척 반가워하셨고

애기소식도 물으셨고(아직인데...ㅎㅎㅎ) 살림은 잘 하냐까지 가지가지 참 많이도 물으셨다.

 

우리 아이들이야 어릴 때 부터 할머니들하고 세끼 식사를 같이하다보니

별 어려움이 없지만 손님들은 솔직히 나이많으신 할머니들하고

같이 하는 식사가 그리 편할리 없다.

식사도 부페식이고 할머니들을 먼지 드시게 하는

결코 보기 흔한 식사장면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사위가 오던 날도 그랬다.

사위만을 위한 더 자세히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내 딸 부부를 위한  근사한 밥상을 차리고 싶었지만

따로 우리 가족만 식사를 한다면 할머니들께 너무 미안하고

또 별스런 음식이라도 하나 싶어서 공연히 궁금증만 증폭시킬 터.

이제까지 그랬듯이 할머니들하고 같이 공동으로 하는 식사를 그냥했다.

 

할머니들이 먼저 잡숫고 싶은 음식을 가져가시게 해 드리고

딸 부부가 그 뒤를 이어 반찬을 들어 먹는 식사시간.

딸이야 아주 어린 날부터 익숙한 식사습관이었지만 그날 나는 사위한테 아주 미안했다.

백년손님이라는 어려운 사위밥상을 씨암탉도 잡지 않았었고

상다리가 부러지게도 차리지 못했다.

내 딸 부부를 위해서 너무 티나게 시끌벅적하게 차린다는게

자식이 없는 할머니들한테는 미안스럽고 송구스런 일이었기에....

 

평소에 차리던 밥상보다 조금 더 신경 쓴 밥상만 고집했다.

여러가지 해물을 넣은 해물파전, 호두를 넣은 잔멸치조림,두릅회,코다리조림

(코다리조림을 발갛고 꼬들꼬들하고 반들반들하게 조려주면 딸이 유난히 좋아하는 음식이다)

깍두기와 닭찜, 집에서 만든 만두국, 산나물과 봄나물겉절이,그리고 밑반찬 서너가지.

마음같아서는  불고기도 해 주고 싶었고 잡채랑 대하튀김, 도미찜도 해 주고 싶었는데...

그래도 반찬이 맛있다며 수북히 담아 준 잡곡밥을 맛나게 다 먹어 준 사위가 고마웠고

자기 남편이 장모님한테 칙사대접을 못 받아도 엄마밥을 먹는다는 생각에 행복해 하는 딸이 안스러웠다.

살림사는 것도 서툰애가 회사까지 다니려니 몸 바쁘고 둥둥거리다가 뭘 제대로 해 먹을까 싶으니

바리바리 해서 택배로 부치고픈 마음 간절하지만 남편의 감시가 하도 빡빡하니 그것도 쉽지않다.

 

스스로 배우고 익히라는 것이 남편의 지론이다.

친정엄마가 해 주고 대신 담당하는 거...반대하는 남편이다.

아직 대학 마지막 학년의 공부도 남아있는 딸이 내년에는 그것마져 끝내려니 더 바쁘기만 하다.

그런 딸애가 친정나들이를 오면서 할머니들한테 인사도 해야하니 할머니들 간식거리를 한아름 사 왔다.

어릴 때 부터 할머니들을 뵈러 오면서 손님들이 빈손으로 안 오고 간식거리를 사 오시는 걸 봤고

대학을 다니면서는 어쩌다가 집으로 서너달만에 들리면서도 빈손으로 못오게 했었다.

어른들한테 인사를 드릴 때는 꾸벅 고개만 숙이는 것보다는 입 다실 거를 들고 오게 했었다.

대단한 선물이라서 좋은게 아니라 어른들한테는 작은 사랑의 표현을 하게 했었더니

여덟분의 할머니들과 직원과 우리한테까지 똑같이 돌아가게 풍성하게 준비 해 온 딸 내외가 고마웠다.

 

딸이야 익숙하겠지만 사위는 그 모든게 다 서툴었을건데....

친정나들이 처갓집 나들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어 불편했지만

어른을 섬겨 나쁠 것은 없기에 그냥 앞으로도 그렇게 해 줬으면 좋겠고 해야할 것 같다.

우리가 이 시설에 근무하는 한은 할머니들이 계속 계실거고 식사나 다른 일들도 같이 해야하니

아이들을 편할 일보다는 불편할 일이 더 많을거지만 이해해 줬으면 좋겠고

특히나 사위한테는 여러가지로 참 많이도 미안하다.

 

미안하네 김서방.

글에서나 김서방이지 아직은 이름이 더 익숙해서 미안하다네.

연애시절부터 이름을 부르다가 갑자기 김서방이라고 부르려니 많이 서툴러서....ㅎㅎㅎ

지금 못해 주는 거..나중에 몰아서 다 해 드림세.

그래도 귀국하고 금방은 까칠하던 내 딸 얼굴이 그저께는 밝고 환하게 보여 내 마음이 좋았다네.

아마도 자네가 더 많이 사랑해 주지 싶구만 맞나?

내가 미안하다고 그랬을 때 아니라고..절대로 그런 말씀하지 말라며 맛나게 잘 드셔 준 자네가 고마우이.

택배로 보내 준 청도 감말랭이 아주아주 잘 먹었다네.

 

내 딸한테 들은게지?

이 장모가 감말랭이 좋아한다고?ㅎㅎㅎ

곶감하고는 또 다른 맛이었고 아주 부드라운 맛에 손이 자꾸 가더구만.

적당하게 잘 말랐고 달고 부드러워서 자네 장인어른하고 사흘만에 감한접을 다 해 치웠다네.ㅋㅋㅋㅋ

그러나 걱정말게나.

화장실은 아무 무리없이 잘 다녔다네.ㅋㅋㅋ

앞으로 더 많은 밥상을 받을 기회가 있으니 그 때 봄세.

지금부터 너른 마당에 토종닭이라도 ..아님 오골계라도 놔 기를까나?

 

사위사랑이 왜 장모사랑인지 자네 아나 ?

사위를 잘 거둬먹여야 딸한테 잘하지 않겠어?

그래서 그런거라네..이건 순전히 내 생각인데 아마 맞을걸세.ㅎㅎㅎㅎ

그래도 미안한 맘만 가득해서 이렇게 주절거렸다네.

여러모로 부족한 내 딸 잘 부탁하고 둘이 마음 맞춰서 이쁘게 사시게나.

오고가는 안부가 다 고소하고 알콩달콩한 행복송이들만 가득하시길 바란다네.

이 장모도 그런 시절이 분명있었건만 벌써 딸을 시집보내놓고 사위한테 이런 말을 하고 있다니..ㅎㅎㅎ

잘 해 주리라 믿고 다음엔 미리 드시고 싶은 음식을 문자로 날려 주게나.

별을 따서 하는 별식이나 달을 따다가 하는 달식만 아니라면 다 해 드림세.

손가락걸고 복사하고 코팅까지 하라면 해 줌세.ㅎㅎㅎ